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
소설집 '소년들은 자라서 어디로 가나'의 이경란 작가 북토크에 다녀왔다. 여덟 편의 단편, 한편 한편에 대해 작품 창작에 얽힌 뒷이야기와 보충설명을 듣고 독자들과의 격의없는 질의응답과 대화가 이어졌는데 설명도 설명이지만, 작품마다 작가가 미처 의도하지도 않은 상징과 의미를 찾아내는 눈밝은 독자들의 영민함이라니... 읽은지 한달이 되어 가는 작품들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의 하나는 동시대의 남성들의 삶을 주로 다루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적절한 연민과 공감, 풍자의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덟 편 모두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읽힌다. 뻔한 뉴스와 흔한 영상 매체와는 뭔가 다른 읽을거리나 지적 자극을 찾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 보시길. (특히 후반부 K-아재 연작 네 편!) 북토크 장소가 좀 멀어서 갈까말까를 고민했는데 역시 다녀오길 잘 했다. 책을 매개로 작가, 독자들과 나누는 대화가 주는 위로와 안정감은 무엇으로도 대체불가! 북토크의 막바지에 소설의 한 대목을 읽게 되었는데, 나는 읽을 때 접어두었던 이 장면을 골랐다.
"...비루하다 해야할까, 너절하다 해야할까, 한마디로 상처뿐인 영광, 아니 영광없는 승리라고나 할까. 그만하면 어엿한 대한민국 제1의 아재라 할 만 했다.
하긴 이탁이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건 아니었으므로 혹시라도 계산을 떠맡게 된다면 상당히 억울했을 것이다. 딴엔 싸게 먹자고 약속 장소를 여기로 잡았겠지만 이젠 더 이상 삼겹살이 싼 고기도 아닐 뿐더러 이탁 일행에겐 싼 고기랄 게 없어진지 좀 된다. 고깃값이 야금야금 오른 세태를 감안하더라도 고기야 변할 턱이 있나. 변한 건 이탁 일행이고 그것도 사람이 변했다기보다 사정이 변했다고 해야 옳다. 다 알면서도 변한 사정에 적응하는 건 고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