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by Kyuwan Kim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한 젊은 건축가가 쓴 에세이집 제목인데 처음엔 '내가 지은 아홉 개의 집'이 제목이어야 하지 않나하는 호기심에 책을 펼쳤다. 이 책은 건축가인 저자가 태어나서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 거쳐온 아홉 개의 집들과 그에 얽힌 기억을 소환하는데, 그 집들은 3대가 함께 살았던 80년대 후반의 단독주택에서 시작하여, 연립주택, 빌라, 임대아파트, 셰어하우스, 원룸, 구축아파트, 신축아파트, 건축사무소로 이어진다. 그 과정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의 한 소년의 성장과정이자, 건축가로서 '남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과정이 되었다. 책은 건축과 관련해 궁금한 점들을 이곳저곳에서 설명해주는데, 이를테면 서울 건물에 지하실이 생기게된 배경, 옥상이 만들어진 계기,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의 화장실 변기가 높게 만들어진 이유 등등이 챕터마다 소개되고, 집을 구성하는 마당, 벽지, 화장실, 담장, 창문 등에 대한 저자의 사유가 이어진다. 이 지점에서 책에 관한 저 유명한 비유는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로 변형될 수도 있을 듯 하다. 내가 살아온 집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살고 싶은 집의 형태는 어떤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본 재미있고, 의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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