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개학을 앞둔 학교는 어쩔 수 없이 학생들과의 대면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방역체제를 믿고 따라갈 수 없는만큼 학교도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관리가 되어야할 듯 싶다. 학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 바로 '코로나 방역 도우미' 이다. '코로나 방역 도우미'란, 학교 내부의 비품들을 관리 및 소독하고, 학교를 출입하는 학생들에게 손소독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 학교는 시급제이며, 1일 4시간 근무이다.
최근 방학 중 '코로나 방역 도우미'로 1년동안 함께 할 분들의 원서접수를 받았다. 기간제 교사, 강사만큼의 비중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원서를 마감하며 그 분들의 이력을 잠시잠깐이라도 살펴 볼 수 있었다. 지원자의 3분의 2는 여성이었고, 대체로 경력단절 이후의 삶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신 것 같았다. 회사에서 오래도록 근무하시고, 좋은 직장을 다닌 유능한 분도 계셨다. 한 회사에서 오랜 시간을 일하셨지만 어떠한 이유로 그만두셨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근무할 수 있는 회사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피부로 와닿았다.
덧붙여 20~30대의 지원자도 몇몇 찾아 볼 수 있었다. 내가 학교에 지원했을 때의 감정들이 교차하며 떠올랐다.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나와 비슷하진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일텐데. 코로나 방역 도우미 원서접수를 마감했던 일은 요새 작은 일에도 불평불만이 많았던 나에게 꽤나 충격적인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매일 눈을 뜨고 출근해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다시금 감사했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과 내가 하는 일이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쁨을 가지려고 한다. 물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등의 주체적인 자리는 아니지만, 직접 필요한 비품을 구입하고, 예산에 맞추어 업무추진비 품의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일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두 번째, 세상 일은 쉬운게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 '코로나 방역 도우미' 선생님들을 보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막상 그 분들의 원서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각별한 사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름 본인들의 인생에 있어서 '코로나 방역 도우미'로 지원했던 이유가 있으셨을텐데. 그러나 세상 일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것 처럼, 역시나 이조차도 경쟁률이 10:1 이나 되었다. 다시 한번 나도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은 나에게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사실이다. 연차가 생기면서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지만, 이미 익숙해진 일들 사이에서 조금 더 일의 경계를 명확하게 정리한다면 어느정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일만 하면 되고, 가끔 그 밖의 것들을 부탁하시는 선생님들과는 잘 협의해서 업무를 조정하면 된다. 나의 욕심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내 몸뚱아리가 다소 답답할 때가 있지만,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숙명이겠거니 하며 받아드리는 과정을 서른이 되어서야 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욕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공부도 곧잘 하고 성적도 잘 나왔었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이 현재의 나를 살아가게 하지 않는 것처럼, 현재의 모습에 더욱 집중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교무행정사'에게 주어진 업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해나간다면, 업무 외의 시간에서도 깊은 발전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악착같이 학교에서 근무해야한다. 버티고 버티며 남아있어야하는 것이다. 교무실이라는 공간에서의 생존게임을 시작했다면 그 끝은 무엇이 될까.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쁨이라면, 나는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꿈을 이룬 셈일테다.
코로나19는 취업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지면서도, 방역 도우미라는 또 다른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급속도로 변하는 세상의 패러다임 속에서 변화하며 자신을 발맞추지 않는다면 쉽게 도태되고 말 것이다. 학교에서 근무한다고 모두 안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교무행정사'라는 직업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계속해서 변하는 세상 속에 나를 던져 생존게임에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하는 것이다. 더 이상 방역이 안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만큼 내 일자리의 경계의 안전성도 점검해야하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