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사친이효, 어버이 섬김에 마음을 다하다.
생일 선물을 사러 보석가게로 간다. 폭염까지 물릴 듯한 빛의 반짝임이 시원하게 눈을 밀고 들어온다. 바쁘게 시선을 옮기며 보석을 눈에 담는다. 산호 반지를 보고 있자니 호박 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자수정이 지나가는가 싶더니 금세 진주 목걸이가 가슴에 담긴다. 당신께 이것저것 권하며 섬기는 마음을 보석에 담아본다. 한 순간도 잊지 말라는 효를 하루에 몰아하느라 적잖이 바쁜 오후다.
어머니의 손이 멎은 곳에 거북이가 있다. 거북이가 요염한 빛을 발하며 당신 속을 붙들고 있다. 엄지만 한 크기가 민망한 듯, 돌아서는 등을 돌려세워 목걸이를 걸어본다. 거울은 보지도 않은 채 비싸다며 내 손을 끌며 가게를 나오는 어머니. 먼 훗날 몰아 받겠다는 말에 코끝이 시큰해진다. 날은 덥고 금빛 거북이는 눈앞을 떠나지 않고. 빈 지갑은 눈치 없이 참 요란도 하다.
집으로 돌아와 계산기를 두드린다. 여행 가려고 모아둔 돈을 보태면 금부치를 데려올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 일 년에 한 번이다. 삼백육십사 일을 속 썩였으니 하루쯤은 무리해도 괜찮다.
견물생심, 보면 탐하게 되어 있는가.
목 위에서 거북이 목걸이가 꼬리를 살랑거린다. 당신 얼굴에서 미안함과 고마움이 교차한다. 어미를 웃게 만든 거북이를 보며 속으로 '네가 효자다.' 한다. 모자란 자식이 준 것이라 더 애틋한 모양인지 목걸이는 자나 깨나 당신 목을 떠나지 않는다. 금부치를 보며 소리 없이 장수를 염원한다.
귀하게 잘 간질 할 거랬는데. 느린 거북이가 종적을 감췄다. 집에 두고 간다는 걸 깜빡한 게 화근이었다. 목욕탕 사물함에 있어야 할 목걸이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걸까. 사색이 되어 돌아온 황망한 마음을 눈물이 대신한다. 목욕탕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보이지 않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울먹인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과 환하게 웃던 어머니와 장수를 염원한 마음까지 도둑맞은 것 같아 손끝이 저려온다.
반짝이는 것을 원해 괜한 걱정거리를 자았다는 자책이 당신을 따라다닌다. 보면 탐하게 된다고 했던가. 작은 금부치가 많은 이들의 시선을 적잖이 끌었을 터. 자식한테 받았다는 자랑까지 한몫했을 테니 녀석을 눈에 담은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빛나는 것에는 눈을 홀리는 힘이 있으니 마음을 자극한 사람이 잘못인지, 물건을 탐한 이가 잘못인지. 큰 맘먹고 한 효도가 어머니 가슴을, 누군가의 양심을 내려친다.
일체유심조,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렸다.
집 잃은 거북이를 찾지 못한 지 일 년. 똑같은 목걸이를 건 사람이 목욕탕에 나타났다. 등에 색색의 문양을 넣어 제작한 독특한 거북이와의 재회가 당신 가슴을 베기라도 한 걸까. 목걸이를 찾아 나섰던 목은 비어있고 상기되었던 얼굴은 굳어있다.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어머니 얼굴에서 배신감과 당황스러움이 배어난다. 그미가 남편이 사 준 거라고 자랑했다던 말을 전하며 울먹이더니 그도 잠시, 관세음보살이 터져 나온다. 그 상황에 관세음보살이라니. 내 어미 다운 그 한 마디가 엷은 웃음을 터지게 한다. 속을 가라앉히며, 소리 없이 '보살님, 이 불쌍한 중생 좀 봐주세요.' 한다.
미워하는 마음을 가슴에 담는 것도, 누군가를 의심하는 것도 전부 업을 짓는 일일 터. 마음먹기 나름이라 했던가. 입이 마르도록 참회를 외고 나서야 거북이에게 이별을 고하고 원망도 떠나보낸다. 당신 말씀대로 보살님이 두루 살피셨구나 했는데. 천수경이 거북이를 먼먼 땅으로 데려가 버린 줄 알았는데.
사필귀정, 일은 바르게 돌아가게 되어있는가.
용의자 집에 상(喪)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치기가 목에 박혀 가족 중 누군가가 즉사했다고 했다. 서둘러 온 죽음과 느리게 걷는 거북이. 느림과 빠름 사이에 놓인 이 복잡한 심사는 무엇인지. 훗날 사자던 그 말을 들었더라면 금거북이 가져온 이 마른 근심도 없었을까. 미안해하고 의심하고 원망하는 미욱함을 마주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견물생심을 자극한 미몽을 반성하며 스스로를 나무란다.
사필귀정, 일은 과연 바르게 돌아가게 되어 있는가. 개연성 없는 두 사건을 두고 왜 자꾸 원인과 결과를 찾게 되는지. 대체 바른 건 뭔지. 낯 모를 이를 도둑이라 단정하고 원망했던 일이 죄스레 느껴지는 게 지나친 감상만은 아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