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노피디님께 약속드린 추천사 마감일이라 출근해서 고양이, 물고기 밥부터 호다닥 챙기고(루틴ㅠㅠ) 보내주셨던 파일을 한 번 더 읽고서 노트북을 켜고 몇 문장 적어보고 있는데 손님이 들어왔다(새벽시간이라 오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도 어째서 꼭 집중한 순간에 오는지 모를 일). 이 시간에 종종 오는 분이라 친하진 않아도 단골이라면 단골인 분. 참 뻔하게도 늘 구매하는 패턴으로 오늘도 안주거리랑 아이스크림 과자 하나씩 골라서 계산대에 올려놓길래 쓰던 거 두고 일어나서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글을 쓰세요????"
노트북화면이 살짝 보였나보다,, 당황하기도 했고 내가 들은게 맞나 싶기도해서 "예?"하고 되물었더니 "글 쓰시나 해서;;"라고 하심.
으음,, 타고난 인복으로 멋진 지인들을 잘 둔 덕에, 작가 데뷔하는 친구의 첫 책에 나 따위가 무려 추천사를 써주게 됐다,,, 라고 말하기엔 화자와 청자가 친분이라곤 1도 없기도 하고, 뭐가 너무 장황하기도 하고, 왠지 거기서 파생될 질문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더 이상 말섞기는 싫고, 그렇다고 '아니오'하기에는 어쨌든 '글'을 '쓰고 있'는건 맞긴 맞아서 거짓말하는 것 같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취미로요,,,,,;;;"라고 해버렸다. 입 밖으로 내고도 순간 나도 놀랏음ㅋㅋㅋㅋ 미쳤니 아가리얔ㅋㅋㅋㅋㅋㅋㅋ 책읽기 시작한 것도 얼마안 된 주제에 언제부터 글쓰는게 취미였단 말인가,,, 혹시라도 있어 보이려는 척이나 뭐 그 비슷한 걸 하려던 건 절대 아니다. 그러기엔 나도 취향이란 게 있다,,
성격이 워낙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에 대해서는 하는 나도, 상대가 하는 것도 맘이 편치않아서, 아무리 사소한 거라해도 뻥치는게 차라리 덜 불편할 경우(나한텐 정말 드물다)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낯선 사람에게 마저 하지 않는 행동이라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말인 것 같은데ㅠㅠ 딱히 거짓말까진 아니지만 거짓말이 아주 아닌 건 또 아닌 것 같고,,, 아무튼 덕분에 그 분은 '와 씨 사람 다시 보이네'하는 표정으로 위아래로 나를 쳐다보며 전자렌지 쪽으로 냉동식품을 돌리러 갔고, 방금 내가 한 말이 구라뻥인지 아닌지 나 조차 헷갈렸던 나는, 아직 그 사람이 이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꽤 불편한 사실에 괜히 노트북 화면에 글자를 더 쓰며 의도적인 키보드 소리를 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먹었으니까 싸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책읽기 시작하니 글이 쓰고 싶어졌고, 그래서 요즘들어 주절주절 끄적인 건 맞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취미라하기엔 거창해서 아직은 양심이 좀 찔리긴 하고,,, 아마 그 분은 분명히 내가 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취미가 있었고,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싶었으나 여러 집안 사정으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 밖에 없었으며, 뒤늦은 후회로 새벽 근무마다 어렵게 짬내서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SF장편소설을 집필 중이고, 언젠가는 꼭 출판을 하는게 유일한 꿈인, 한쪽 벽이 책으로 가득차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빠마머리 문신충 캣맘이란 오해를 단단히 하고 있을 것만 같아서 ㅇㅣ렇ㄱㅔ ㄱH소리를 한 ㄴHㄱr ☆루ㄷr.
본 글도 내 입에서 뱉은 말을 조금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쓰고 있는 것이 매우 맞으며, 노트북 켠 김에 워드패드로 쓰느라고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평소에 비해 어느 정도 읽기 편할 것임ㅇㅇ 물론 쓰는 나는 낯설다.
시발 이렇게 된 김에 취미로 글을 쓰는 교양있는 현대녀성이 되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