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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그린 Jan 08. 2018

[3 day-1] 컴퓨터와의 대화

[상상력 Up]

-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섯 단락 정도 써 내려가자 갑자기 컴퓨터가 당신에게 보내는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원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자판을 두드렸지만 컴퓨터는 당신의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첫 번째) 10. 최근 쓴 글에 대한 열렬한 찬사 : 




- 누… 구야 너?

- … 컴퓨터라고. 지금 이 질문을 몇 번째 하고 있는지.. 알아?

- 말이 안 되잖아!! 컴퓨터라니!!

- 맥북,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거. 어찌나 애지중지 분홍 커버까지 씌워놨는지… 살짝 친구들 사이에서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고. 맥북은 그냥 그대로 가지고 다녀야지 말이야. 파우치 색도 촌스러워가지그.

- … 너, 진짜 누구야??

- 작가 지망생이라는 게 이렇게 꽉 막혀서야 원. 컴퓨터라고. 다신 같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어.

- … 하, 좋아. 그래서, 내가 쓴 글을 읽었다는 거야??

- 그렇다니까! 아니, 글은 잘 쓰면서 사람 말은 참 못 믿네. 거 참. 

- … 네가 사람은 아니지.

- 그렇군. 

- …. 컴퓨터라면서 이렇게 엉성해서야 원.

- 암튼, 그걸 묻고 싶은 건 아닐 텐데?

-.. 그래. 내 글이, 어떻다고?

- 그렇게 나와야지. 얼마나 듣고 싶은 말이었겠어. 뭐 그렇다고 빈말은 아니니 걱정은 말고. 

열심히 해봐. 아주 재미있었어.

- 재미, 가 있어? 내 글 정말 읽긴 한 거야??

- 또 시작이군. 자, 들어봐. 넌 아~주 흔해 빠진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글을 썼어. 널리고 널린 사랑 얘기 따위 말이야. 누구나 쓰고 있고,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 … 그게 칭찬이냐.

- 성질 급한 건 알아줘야 해. 들어보라고. 그런데도 말이야, 뻔한 결말과 뻔한 스토리인데도 재미가 있어. 자꾸 읽고 싶다니까? 더구나 대본인데도.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즐겁게 볼 수 있겠어. 

- 공모전에 내려고 하고 있기는 해…

- 잘 썼어. 아직 다 완성한 게 아니니 좀 더 힘을 내봐. 그렇게나 글이 쓰고 싶었으면서 어떻게 참은 거야, 그동안?

- 그러게 말이다. 겨우겨우 낸 용기인걸… 네 놈(?)의 정체는 아직도 모르겠다만. 글을 읽고 좋다고 하니 고맙다…. (라는 말로는 사실 설명이 안돼. 정말..)

- … 내 존재를 믿지도 못하면서… 눈물 나는군. 다신 이렇게 널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뭐, 사람 일/ 내 일도 모르니 다시 만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하는 말인데…

-…?

- 포기하지 마, 절대. 너는 반드시 네 꿈을 이룰 수 있어! 내가 장담하지. 

- … 장담, 한다고?

- … 남의 말 따라 하는 게 취미냐? 아니 글에선 그렇게 간결하게 대사를 쳐냈으면서 왜 이러는 거야. 좀 믿어봐. 너 자신을 네가 믿지 않아준다면, 누가 널 응원해줄 수 있겠어. 그게, 의미가 있겠어?

- … 그건 그래.

- 봐, 난 맞는 말만 한다니까? 빅데이터. 모르냐? 난 언제나 확률과 통계, 데이터에 근거해서 결론을 내린다고. 수많은 오류가 있지만 너의 글은 뭔가, 힘이 있어. 느낌 따위 모르는 내가 보아도 훌륭할 만큼. 캬~ 정말이지 괜찮다면 네 책상 오른편에 있는 녀석에게도 소개하고 픈걸.

- …그래, 내 꿈이니까!

- 그래! 네 꿈! 이루어질 거야! 네 글엔, 무언가 있어! 꼭 기억해, 나의 친구여.

- … 고, 고마워!!

- 갔어? … 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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