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넘지 말아야 하고, 을은 흐리지 말아야 한다
나는 주로 을의 입장에서 사업을 해 왔다. 누군가의 요청을 받아 움직이고, 정해진 예산과 일정, 기준 안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가 흔히 '협업'이라고 부르는 관계 안에도 분명한 구조와 질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장면을 만나게 된다.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는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는 갑의 위치에 서게 된다. 제작자, 채널, 외주 파트너들과 계약을 맺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입장을 모두 경험하면서 한 가지를 분명히 느꼈다. 협업이라는 말이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 수는 있지만, 기준까지 부드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협업이라는 단어는 사람을 쉽게 착각하게 만든다. 함께 만드는 관계, 수평적인 관계, 좋은 사람들끼리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돈이 오가고, 결과물에 대한 책임이 따르고, 일정과 검수가 오가는 순간 그 관계는 구조 위에서 움직인다. 누가 결정하고, 누가 수행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나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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