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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l 07. 2021

그들의 잃어버린 13년

2019년 3월 7일의 수습일기

13년째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07년 정리해고를 당한 콜텍 노동자들이다. 콜트악기는 당시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 250명을 해고한 뒤 한국 공장을 폐쇄하고 공장을 해외로 옮겼다. 이에 반발한 콜텍 노동자들은 2009년 무효소송 항소심에서 승리했지만, 2012년 양승태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오늘은 이들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콜텍 사장과 마주 앉은 날이다. 그들은 교섭장을 들어왔을 때도, 나갈 때에도 웃고 있었다. 하지만 웃음의 의미는 달랐다. 처음엔 기대였다면, 마지막엔 씁쓸함이 엿보였다. 노동자들은 명예회복을 위해 복직 뒤 6개월만 일하고 나가겠다고 했지만, 사측에선 복직 불가를 고수했다. 보상금 규모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사장과 상무는 “노조에 물어보라”며 서둘러 자리를 떴고, 노조는 “벽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며 허탈해했다.


 13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해고 당시엔 40대였던 김OO 조합원은 올해가 정년이다. 올해 안에 복직이 안 되면 내년에는 정년이 지나 복직이 불가능하다. 이OO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의 삶도 바뀌었다. 처음엔 투쟁을 지지해주던 아내가 경제적 부담에 지쳐 이혼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설에도 콜텍 노동자들은 농성을 하느라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다. 콜텍은 이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기를, 사라지기를 바라고 있는 듯 하다. 여기서 일본이 사과하지 않고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길 기다린다는 얘기가 떠오르는 건 지나친 비유일까.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지난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의 '국정운영 뒷받침 사례' 중 '노동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언급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과 노동개혁에 도움이 됐다는 얘기다. 만약 정말 이들이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면, 과연 이들은 13년이라는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이들은 이제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항의행동을 이어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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