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0일의 수습일기
“노인들은 몰라. 모르니까 맞고 살지.” 신사파출소 순찰3팀장 김OO 경위는 오늘 경로당과 노인정 4개를 돌아다니며 노인학대 대처 방법을 설명했다. 김 경위는 올해 예순으로 곧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는 특히 아들에게 맞는 노인들이 많다고 했다. 그런 노인들은 맞아도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알더라도 자식들을 생각해 차라리 참고 사는 편을 택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자식을 둔 입장이라 그 마음이 이해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령화 시대와 함께 노인학대는 해마다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는 매년 1만 건이 넘고, 해마다 천 여 건이 늘어난다. 노인의 수가 많아지면서 학대 신고도 늘어나는 것이다.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학대도 많을 것이다. 지난번 동작경찰서에서 만난 치매 노인 A씨도 본인이 치매라는 이유로 집에서 맞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치매에 걸린 A씨의 말을 모두 믿을 순 없겠지만, 실제로 노인학대는 대부분 가정에서 생겨 피해를 은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찾아보니 김 경위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의 40%는 가해자가 아들이라고 한다.
어떻게 노인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 1990년대부터 미국은 취약 노인의 직업훈련 등 각종 교육을 제공했고, 일본은 노인학대예방센터를 운영해왔다. 한국에서도 2004년부터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생겨나긴 했지만 여전히 전국에 30곳 남짓이다. 노인학대 은폐를 막기 위해 이 적은 기관들의 전문가가 경찰보다 먼저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업무가 밀려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한다. 쉬쉬하는 노인들을 순식간에 바꿀 수 없다면 우선 이런 기관이라도 늘려야 하지 않을까.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의 현대사 교수 팻 테인은 저서 <노년의 역사>에서 “20세기에는 늙는다는 것이 역사상 처음으로 정상적인 것이 되었다”고 했다. 이런 세상에서는 노인학대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