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월 3월 1일의 수습일기
“아니, 우리 애도 초원이같은 영화를 하나 찍어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서울 금천경찰서 앞에서 만난 A씨는 연락처를 물을 때마다 그 말을 반복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의 이야기를 세상이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영화 〈말아톤〉처럼 말이다.
자폐성 발달장애인 B(25)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금천구 마을버스에서 내리면서 여고생 2명과 20대 여성 1명의 상반신을 만졌다. 이 일로 박씨는 지난 달 1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어머니 A씨는 금천서 여성청소년계에 아들의 신상등록을 하러 왔다. 성범죄 초범일 경우 신상공개가 아닌 신상등록 처분이 내려진다. 신상등록은 일반인은 열람할 수 없고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만 하는 일종의 경고 조치다.
A씨는 자폐성 장애인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집착이 강해서, 화를 주체하지 못해서. 성 충동을 제어하기 위해 약물치료를 하자 도벽이 생겼다고 했다. 빵, 음료수에서 돈까지. 피해자들과 합의하기 위해 돈을 달라는대로 줄 수밖에 없었다. 만원은 10만원이 되고, 15만원은 40만원이 됐다.
“돈을 주는 건 낫죠. 성적인 문제는… 어렵죠. 해결해 줄 수가 없으니까요.” A씨는 상처입은 피해자들에게 무조건 용서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 전까지 민원인의 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피해자들이 너무하다, 아픈 사람인데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B씨는 지금 충북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집에 묶어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집행유예 기간에 사고를 치면 가중처벌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방법을 택했다는 것이다. 정말 이게 최선일까. 추가로 취재를 해보니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비약물적 치료를 통해 성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다. ‘도가니법’처럼, 또 한 번 세상을 변화시킬 영화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