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규칙적인 삶
매일 글을 써보기로 시작하였으나 이마저도 잘 되지 않는다. 습관이 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까. 가장 중요한 일이라면 중요한 일보다 우선순위가 있어야 할텐데, 나는 다른 중요한 일과 해야할 일보다는 일상견적을 연재하는 일이 후순위 인것 같다. 아니면 “귀찮아서”가 답이겠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잠시라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브런치 글쓰기가 어느덧 나에게는 숙제가 되어버린 것 같다. 브런치에 쓰는 글 이외에 하루에 하나씩 하는 블로그 포스팅도 멈춘지 오래다.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던 것에서 그마저 유지할 수 있는 여력과 여유가 없어저 버린 것도 한 몫한 것 같다.
현재 나는 굉장히 지쳐있는 상태이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운이 좋게도” 일찍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고, 동년배보다 2~3년은 더 빠르기에 그 회사 사춘기가 더 일찍 온 것 같다. 일반적으로 3의 배수혹은 3이 들어가는 연차에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 딱 13년채 인데, 귀신같이 그 시기가 찾아온 것 같다. 과장 6년차가 되면서 표정이 어두워진 남편이 걱정된다는 어느 아내의 글을 읽은 뒤에, 그 과장의 모습이 나의 모습과 동일하지 않았을까, 혹은 와이프가 나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와이프는 육아와 회사일로 나보다 더 바빠보인다. 그럴 여유가 없어보인다.) 각설하고, 이렇게 무기력과 우울감의 원인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하였으나, 출근해서부터 퇴근하고, 육아와 육아를 위한 부대업무, 다음날 회사 일에 대한 부대업무를하고나면 체력이 남아있지 않아, 젖은 빨래마냥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날이 반복되었다.
그나마, 최근에 취미를 가지게 된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씩 목욕을 하는 것인데, 너무나게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나마 한 번의 일탈이 리프레쉬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니 이마저도 규칙적이게 되면 또 휴식이나 새로움을 주는게 아닐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며 무서워진다. 어쨌든, 지금은 그러한 목욕하는 시간으로도 잠시 위안이 되기도 하고, 무엇인가 씻어낸다는 이미지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효가가 있는 것 같다.
무엇을 하면 나를 힘이 나게(부스트업)할 수 있을까? 무엇인가 새로운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그리고 그것을 가족들과 함께 “양해를 구하고” 추진할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을 길러야 겠다. 그러면 조금 나아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