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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혼삶 Feb 24. 2020

토크 시리즈 #2 :: <소설이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

TALK 2: <소설이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 이재현 교수


두 번째 토크의 주인공인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이재현 교수가 1월 23일 목요일 서림동의 혼잘살 연구소에 방문했다. 이재현 교수님은 새로운 기술을 인문사회학적으로 해석해 기술의 본질과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주는 함의를 철학적으로 규명하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 수행하는 매개적 기능에 대해 연구한다. 이날 우리는 이 교수와 함께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을 훑으며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시리즈 ‘로봇’에는 미래의 도시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가 함께 살펴보았던 작품은 ⟪벌거벗은 태양⟫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베일리는 사람의 수가 극히 적은 솔라리아 행성으로 파견된다. 이 행성은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들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나마 존재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직접 마주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심지어 자손을 남기는 일마저 개인적 접촉이 아닌 체세포 증식을 통해 진행된다. 이렇게나 유별난 솔라리아 행성의 거주자들은, 면대면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극도의 1인 가구원’들인 셈이다. 이 소설에서는 면대면 소통을 ‘직접 보기(Seeing)’이라는 용어로, 화상 통신과 같이 미디어를 이용하는 매개된 소통을 ‘매개 보기(Viewing)’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미래 사회에서는 사람 간 소통이 ‘Viewing’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소수의 인간이 로봇들을 거느리고, 인간들끼리는 화상 통신으로만 상호작용을 한다는 소설의 이런 설정이, 언뜻 디스토피아 류 소설마냥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교수님도 이를 느끼고 입을 열었다. “요즘도 그렇지 않은가요? 사람과 SNS를 매개로 친해지기도 하고, 많이 친하진 않은 친구를 직접 만나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게 되었고…” 


사실 그렇다. 소설 속 미래 모습은 너무 멀어 보일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삶은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했다. ‘혼술’과 ‘혼밥’이 유행세를 타고, 가끔은 눈앞에 당사자를 둔 채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며, 모임에 꼬박꼬박 참석하기보다는 단체 대화창이나 공개적인 플랫폼에서 친구 관계를 다듬어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흙모래를 만지며 재잘대던 시기를 애잔하게 떠올리지 않나. 우리도 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을 보는 것이 이제는 부담스러운, ‘Seeing’이 아니라 ‘Viewing’으로 소통하는 시대로의 이행을 말이다. 어쩌면 위 소설처럼, 대부분의 소통이 ‘화상 통신’ 따위로 이루어지는 시대가 곧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기보다는
무언가로 매개되어 만나는 지금 우리의 현실은
아시모프의 소설과 어쩌면 그렇게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_이재현 교수

원룸 건물들이 즐비한, 1인 가구원들이 넘쳐나는 이 서림동 골목에서는, ‘벌거벗은 태양’이 그려냈던 삶의 형태가 마냥 이질적이지만은 않을 터이다. 최소한 그들이 집 안에 있을 때만큼은, 인간들끼리의 ‘Seeing’이 이루어지지 않는 ‘솔라리아 행성인’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이곳은 미래 사회의 유리창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  ∣ 박상아

유튜브  ∣  (1) https://youtu.be/0geBK3QOoHA  (2) https://youtu.be/a0x9njDy0Lg





토크 시리즈 :: <사회성이 고민인 울트라 소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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