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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간혼삶 Jul 16. 2020

1인 가구 연구 :: 그들의 여가 생활은 정말 다를까?

Intro : 1인 가구, 혼자인 그들의 삶


‘혼삶’이라는 주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그 이름, ‘1인 가구’. 우리는 지난 봄, 1인 가구의 삶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1인 가구 삶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이라는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소소하지만 유용한 ‘꿀팁’이 되는지, 그들의 생활에서 정말 필요한 감각, 정보, 기술, 시스템은 무엇인지에 대해 더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눠보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1인 가구의 ‘여가 생활’에 주목했다. 우리가 학업도 경제 활동도 아닌 여가 생활에 주목한 이유는, 여가는 비교적 덜 의무적이고 더 자유로운 활동이기에, 1인 가구가 가지는 어떤 성향이나 특성이 더 잘 드러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다인 가구에 비해,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에 더 익숙한 1인 가구들은 혹시 다른 종류의 여가 활동을 다른 패턴으로 하고 있지는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각각 어떤 계기에서 그런 여가 생활을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여가 생활에 대해 인터뷰하고, 여가 활동들을 이끄는 계기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1인 가구 연구 : 그들의 여가 생활은 정말 다를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이다. 1인 가구의 증가만큼이나, 어쩌면 트렌드처럼 늘어나는 것은 혼밥, 혼술, 혼코노와 같은 ‘혼삶’ 스타일. 혼자 사는 1인 가구든, 가족과 함께 사는 다인 가구든 그들의 가구 형태와 상관없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다양한 활동을 혼자 즐기고 있다. 모두를 잠시 멈추게 했던 코로나 이전을 생각한다면 혼자 여행이라는 ‘혼행’이라는 단어까지 유행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요즘 늘어난 것을 하나 더 얹어보자면 개인의 여가 시간이 되겠다. 지난 시즌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주 52시간 근무와, 파격적인 그 단어 ‘워라밸’. 물론 아직도 안정적인 워라밸 시대가 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많은 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직업인들의 생산성이 크게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개인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시대로 나아가는 것 같다. 


기존의 여가 생활은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사회적인 활동의 느낌이 강했다. 특히나 다인 가구의 경우, 누군가에게 나와 같이 가겠느냐고 매번 연락할 필요 없이 늘 집에 가족이 있으니 누군가를 동반하기가 더 쉬우니까 더 그랬다. 그런데, 쉽게 ‘나갈래?’라고 물을 사람이 없는, 아니 집안에 사람이라곤 나 뿐인 1인 상태가 디폴트인 1인 가구는 이와 시작점부터가 조금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1인 가구의 여가 생활은 혹시 기존의 전통적인 여가 생활이 가졌던 사회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여가 활동을 하게 되는 계기 자체가 다르거나, 하는 여가 활동의 종류나 패턴 자체가 다르게 나타나지는 않을까? 이런 궁금증에서부터 우리는 1인 가구의 여가 활동을 인터뷰해보게 되었다.    


다인 가구의 여가와 1인 가구의 여가



우리가 인터뷰한 방법   


시작은 1인 가구를 모으는 것부터였다. 혼자 자취하는 아무 사람이나 붙잡고 물어보기보다는, ‘혼자 사는 삶’을 잘 꾸려나가는 편인 1인 가구가 우리의 궁금증에 대한 답변을 더 잘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주변 지인들 중에 혼자 이것저것 다양한 활동을 하고, 혼자 사는 삶에 어느 정도 정착하여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찐' 1인 가구를 우선 모집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물어물어 그들과 비슷한 프로 1인 가구 혼삶러들을 소개받아 총 12명을 모으고, 이들과 비교할 수 있게끔 12명의 다인 가구인을 모았다.    


언택트 시대에 발 맞춰 우리의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스크린 안에서 만난 인터뷰 참여자들에게 지난 4월의 여가 생활을 가장 잘 반영하는 대표적인 활동 10가지를 뽑게 했다. 기억을 돕기 위해 스마트폰을 보면서 사진 앨범, 카드 지출 내역, 캘린더,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채팅방 등의 기록들을 들여다보면서 그 달을 되짚어보게 했는데, 예를 들어 갤러리에 찍힌 꽃 사진을 보면서 주말에 간 공원 산책을 기억해내고, 뱅크 샐러드에 찍힌 커피값을 보면서 4월에 카페를 많이 갔다는 사실을 짚어내고, 인스타그램 피드에 남은 먹스타그램을 보며 친구와 떠난 맛집 탐방을 적어내는 식이다. 동일한 과정을 2월과 2019년 12월에 대해서도 진행했다. 


이렇게 한 참여자 당 대략 30개 정도의 여가 활동이 수집되었다. 우리는 이 목록들을 들여다보면서 해당 활동의 구체적인 내용과 형태, 계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최종적으로 인터뷰한 참여자는 스케줄 조정에 실패한 한 명을 빼고 총 23명. 그렇다면 이제는 이 23명의 여가 활동 데이터를 요모조모 들여다볼 차례였다. 






1인 가구와 다인 가구, 그들에 대해 발견한 것들


우리는 참여자들이 낱낱이 말해준 여가 활동의 계기들을 짝 펼쳐놓고 비슷한 것들끼리 묶고 이름을 붙이는 작업을 진행했다. 1인 가구들의 여가 활동 계기들을 묶고 나서 다인 가구들의 여가 활동 계기들을 그룹으로 묶는데, 전에 없던 것들이 하나둘씩 나타나자 우리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최종적으로는 총 23개의 계기들이 나왔는데, 우리는 이것들을 얼마나 자의적인지 혹은 타의적인지 그 정도에 따라 나눠보았다. 만일 어떤 활동을 오로지 내가 하고 싶어서, 혹은 내가 필요해서, 나를 위해서 시작했고 자발적으로 진행했다면, 이것은 완전히 자의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이다. 이제는 좀 운동을 해야되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된 테니스나 주말 아침에 밀린 드라마 몰아보기 같은 것들이 해당된다. 이와 가장 반대편에 있는 경우는, 내 의지가 아닌 상태로 시작했거나 이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내용들을 선택할 때 동반자의 영향이 컸던 일들, 즉 타의성이 짙은 일들이다. 예를 들어 아들딸이 열어준 나의 생일파티라든지, 부장님이 가보라고 한 전시회라든지, 시아버님 생신 기념 찾아뵌 가족 외식 같은 것들 말이다. 

이렇게 자의성과 타의성의 정도를 한 축으로 놓고 1인 가구와 다인 가구의 여가 활동의 계기들을 그 위에 놓아보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각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주체적인 1인 가구, 혼자라면 더더욱 자유롭다

여가 활동의 계기가 자의적일 때 1인 가구는 가장 자유롭고 주체적이다.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하다. 집안에 눈치 보거나 신경 쓸, 혹은 케어해줘야 하는 가족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쓰기 쉬운 게 1인 가구의 특장점이 아니던가. 그러니 새벽 내내 넷플릭스를 보든, 주말에 밥 차릴 걱정 안 하고 마음껏 카페 투어를 다니든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자유롭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 있어서 주체적이다. 동반자가 없더라도 괜찮다. 혼자라면 더 자유로워지니까! 자취 10년 차, 프로 혼삶러인 참여자 R씨의 말은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다. “저한테 여가란 기본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하고, 했을 때 즐겁고 만족스러워야 해요. 근데 저의 모든 취미는 다 제가 혼자 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예요. 왜냐면 같이 사는 사람이 제 취미 활동을 다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거든요.”



1인 가구, 현실과 타협할 때도 호불호가 뚜렷한

하지만 어떻게 한 사람의 여가 활동이 오로지 자의적이기만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고, 제안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강요도(!) 받기 마련이다. 1인 가구 역시 마찬가지. 집에 상주하는 가족이 없을 뿐이지, 그렇다고 모든 활동을 혼자 하는 것은 아니기에 1인 가구인들도 타의적인 여가 활동을 한다. 원래 식사에 별 관심이 없었던 참여자 K씨이지만 먹는 걸 좋아하는 애인 때문에 ‘맛집 투어’가 그의 대표 여가 활동으로 뽑히기도 하고, 집돌이인 참여자 J씨가 군대 가는 친구를 위해 위로의 술잔을 부딪혀주러 늦은 밤 포장마차로 나가주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완전히 내 의지가 아니더라도 자신에게 밀려들어오는 타인의 영향력을 때로는 받아들이고 때로는 밀어내며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발견한 흥미로운 지점은, 이들은 이렇게 타협을 하면서 자신의 호불호를 꽤나 거리낌 없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회적 도리니까 해줘야된다’고 판단해서 그 활동을 할 때, 그게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이 부분이 다인 가구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1인 가구는 이게 도리이든 아니든, 이것이 완벽한 내 자발적 의지가 아니라는 것도, 어디까지가 좋고 어디서부터는 별로인지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도 잘 알고 있으며, 이것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참여자 P씨와 J씨의 말을 들어보면 이 솔직함이 더 잘 느껴진다. “크리스마스 시즌 해서… 막 그렇게 즐기는 자리는 아닌데, 그냥 아는 애들끼리. 갈 때부터 좀… 별로 안 가고 싶긴 했는데, 뭐 그래도 몇 달에 한 번씩 있는 건 맞춰주려 해요.” “친구 군대 간다고 술 먹었던 것 같고. 평소 그런 약속 잘 안 잡는데… 뭐 이거를 안 챙겨주면 그러면 삐지거나 뭐, 그니까 그냥 맞춰줬던 것 같아요.” 


저한테 여가란 기본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하고,
했을 때 즐겁고 만족스러워야 해요.
_1인 가구 참여자 R씨


다인 가구의 여가는 사회적이고, 때로는 도피적이다

그렇다면 1인 가구와 비교되는 다인 가구들의 특징도 한번 살짝 들여다보자. 다인 가구 사람들 역시 자발적이고 자의적인 여가 활동을 한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자의적인 활동과는 약간 다르다. 조금 더 매여있다고 해야할까? 이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가족이 존재한다. 완전히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여가 활동 중에도 가족을 신경 쓰게 된다. 홈쇼핑을 좋아하지만 아들들이 보기만 해도 ‘아주 질색을 해서 일부러 아들들 없을 때만 골라서 혼자 본다’는 참여자 L씨의 말처럼, 집에 가족이 있으니까 완벽하게 자유롭기는 힘든 것이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가족이라는 현실과 늘 절충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때로는 ‘혼자 있고 싶어요’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신경 써야 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서, 혼자 조용하고 편하게 쉬고 싶은 도피적 동기가 여기서 분명히 존재한다. “항상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보면 저만의 시간도 필요해요. 그 때가 가장 충전이 잘 돼요.”라는 참여자 H씨의 말에서 드러나듯이, 늘 신경 쓰고 절충해야 하는 현실에서 잠시라도 떠나있고 싶은 동기가 그들 마음 속에 조금씩은 들어있는 것이다. 


항상 사람들과 같이 지내다보면
저만의 시간도 필요해요. 
그 때가 가장 충전이 잘 돼요.
_ 다인 가구 참여자 H씨

그렇다면 다인 가구에게 타의적 여가 활동이란 무엇일까. 타인에 의해 촉발되거나,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상황은 다인 가구에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은, 나의 집에 이번 주말에는 같이 외식 나가자고 하시는 부모님이 있고, 아이들 재워놓고 같이 맥주 한 잔 할 때면 늘 넷플릭스를 트는 스릴러 매니아 남편이 있고,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던 키즈 카페를 데려가면 눈을 빛내는 아이들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맞춰주고 케어해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은 그들의 여가 활동까지도 더 사회적으로 변해야함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가족이라는 체제를 이루고 있기에, 이 체제를 잘 유지해나가야 하기에 다인 가구 사람들은 조금 더 규범적이고 관습에 순응적이며 더 사회적이다. 


1인 가구의 타의적 여가와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이 지점이다. 다인 가구 참여자들은 사회적 도리에 의해 여가 활동을 하는 것을 별로 꺼리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거나, 때로는 너무나 도리라고 생각한 나머지 이게 완전히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라고 여기기도 했다. 참여자 K씨는 “처갓집에 갔다온 건 연휴가 길었어가지고. 장모님이 원하신 것도 있고… 근데 저희가 자발적으로 갔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여가 활동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해야 해서’, ‘하는 게 맞아서’ 하게 되었어도 이들은 1인 가구에 비해서 별로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아니, 의무와 의지 사이를 굳이 명확하게 분별하려고 하지 않거나, 별로였다느니 사실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느니 그런 불호 표현들을 애초에 꺼내지도 않았다. 본인의 의지가 어디까지 개입되어있었는지, 솔직한 자신의 마음은 어땠는지 예리하게 인지하기보다는 뭉툭하게 한 그릇에 담아내려는 느낌. 표현 역시 훨씬 더 순하고, 포장되어있었다. 어쩌면, 이 또한 그들이 순응했어야 하는 관습의 일부였을까?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다.





그래서 1인 가구의 여가는


길게 풀어낸 것들을 정리해봤을 때, 1인 가구 여가 생활의 본질이 드러나는 부분은 우측 상단의 1사분면, “완전히 자유로운,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타인이 없었더라도 스스로 선택했을 여가 활동을 할 때 그들은 완전히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자발적이다. 타인에 의해 유발된 활동을 할 때는 보다 현실타협적이고 절충적인 모습이 드러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호불호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으며, 좋고 싫음을 더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1인 가구의 여가 생활, 그 속에 어떤 마음이 담겨있는지 앞으로도 꾸준히, 더 깊이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여가 활동은, 저 네 칸 중 어디에 속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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