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생활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은,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는, 때때로 사람들과 유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거주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 호에서는 1인 가구원들이 속해 있는 공간, 그중에서도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코리빙 하우스(co-living house)’를 살펴보고자 한다. 거주 공간의 물리적인 구조와 타인의 존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뼈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끼니를 때우면서,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서, 집안일을 하면서, 휴식을 취하면서… 생활 편의 시설에 닿기까지의 과정이나 다른 사람의 위치를 인식하는 정도가 곧 굵직한 생활 패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공간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겠다.
혼잘살 연구원들은 지난 7월 말, 늘 앉아 있던 연구실에서 벗어나 서울 구석구석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Co-living House)’ 다섯 곳을 방문했다. 코리빙 하우스는 기존의 ‘쉐어 하우스(Share House)’와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띤다. 화장실이나 욕실 등의 사적 공간은 보다 독립적으로 사용되며, 홈 오피스, 헬스 시설, 카페테리아 등 다양한 시설들은 많이 공유된다. 단순히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을 넘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갖기에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코리빙 하우스 중 관악구의 ‘쉐어원’, 종로구의 ‘맹그로브’와 ‘셀립’, 강남구의 '테이블'과 '홈즈 스튜디오'를 선정해 둘러 보기로 하였다. 각 건물이 가지는 특장점을 고민하여 키워드와 정보를 정리하였으니, 모쪼록 이 글이 코리빙 하우스를 훑어보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수입 능력을 적당히 커버하면서 시설도 괜찮은 방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도 주변인들의 독립 프로젝트가 ‘나홀로 자취’ 대신 ‘하우스 공유’로 틀어졌던 경우를 심심찮게 보곤 했으니 말이다. 몇몇 코리빙 하우스 입주자들 역시 저렴한 가격과 공용 시설 이용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입주를 결정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 혼잘살 연구소가 위치해 있기도 한 곳 ‘쉐어원 신림’은, 이러한 사람들의 고민을 가장 잘 눌러 담은 공간일 것이다.
‘쉐어원 신림’은 서울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 만큼 다른 코리빙 하우스보다 눈에 띄게 저렴하다. 학원가와도 접근성이 좋아서 고시나 취업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꽤 프리미엄 서비스처럼 느껴지는 ‘홈 짐(home gym)’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서는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기구들, 바로 옆에는 샤워실, 정수기, 심지어는 파우더 룸까지. 미래를 준비하느라 지친 사람들을 위해 지하 1층의 넓은 공간은 나름의 것들을 알차게 준비해 놓고 있었다. 다만 기구들이 다소 장엄한 탓에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여성들만이 모여 살고 있는 공간이기에 보안에 더욱 심혈을 기울인 느낌도 든다. 이 건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게이트, 즉 공동 현관이나 거주 공간, 각종 공용 시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일일이 지문 인식을 거쳐야 한다. 만일 퇴근 후 쉐어하우스 내에서 운동을 하고 방에 돌아온다면 총 5번이나 도어락을 열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입주민들에게 단순한 성가심보다는 내 공간을 보호받는다는 든든함으로 남을 것이다. 원룸 건물이 즐비한 서림동 골목에서, 늘 굳건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이 건물은 믿음직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쉐어원 신림’의 6층은 젊은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완성될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 코리빙 하우스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공간의 구성이다. ‘쉐어원 신림’의 거주 층은, 가운데의 공용 시설—커다란 주방과 거실—을 기준 삼아 왼쪽과 오른쪽으로 분리된다. 각 윙에는 네다섯 정도의 개인 방, 각각 두 개의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작은 주방이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굳이 공용 공간에까지 나가지 않아도, 열 걸음 안에 기본적인 필요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
주방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면 눈인사 정도를 나눠요.
그런데 주방 사용을 기다리시니까 전 최대한 빨리 요리하고 나오려 하죠.
_'쉐어원 신림' 입주민 인터뷰 중
독립적인 공간들에서도 드러나듯, 이곳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2030 청춘들은 제각각 생활이 바쁘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들이 방마다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로를 배려하는 그들만의 문법을 암묵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늦은 새벽에는 샤워를 자제한다든지, 방과 가까운 작은 주방에서는 냄새 나는 요리를 지양한다든지, 통화가 길어지면 방음 벽이 설치된 홈 스튜디오로 이동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혼자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곳. 최소한의 반경에서 생활이 가능한, ‘혼자’ 살아가도 괜찮은, 그러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며 ‘같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쉐어원 신림’이다.
필자 ∣ 박상아
위치 ∣ 서울시 관악구 서림 3길 64
운영 ∣ 어반 하이브리드
세대 ∣ 34 세대
가격 ∣ 240,000/월 ~
문의 ∣ www.shareone.co.kr
> 탐방기 :: <젊음을 함께하며 살아가는 '맹그로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