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수한 시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여 놀라움을 주었던 ‘쉐어원 신림’에 이어, 이번에는 창신역과 동묘앞역 사이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맹그로브(MGRV)’를 다녀왔다. 한껏 고즈넉한 동네의 분위기와 달리, 이 건물만은 외관부터 어딘가 젊은 기운을 마구 내뿜고 있었다. 과연 ‘맹그로브’의 내부는 또 어떠한 매력을 가졌을지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맹그로브’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점은 저층부에 공용 공간이 몰려 있어 사람들과 마주하기 좋다는 것이다. 언덕을 지나 들어올 수 있는 1층 모노 톤의 카페 라운지에는 그루비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곧 뮤지션이 입주할 것이라는 매니저의 설명까지 듣게 되자 이곳의 분위기를 대략 캐치할 수 있었다. 또한 도로 쪽 출입문과 연결되어 있는 지하 1층에는 공유 주방과 공유 거실, 무인 택배함 그리고 세탁실이 한곳에 자리잡고 있어 모여들기 좋은 구조였다. 자취방에선 꿈도 꾸지 못할 큼직한 티비와 푹신한 대형 소파를 갖춘 공유 거실에서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까지 제공된다. 물론 층마다 공유 시설이 있었던 ‘쉐어원 신림’에 비해서는 다소 귀찮을 수도 있는 구조이지만, ‘요즘 사람들’의 활력이 느껴지는 이곳에 내려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게다가 ‘맹그로브’의 탁 트인 루프탑에서는 ‘제철 다이닝(seasonal dining)’과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열린다. 경치를 즐기며 한 달에 한 번씩 건강한 만찬들을 즐기며 처음 본 사람들과도 어색함 없이 대화하고, 주말마다 명상이나 요가를 하며 심신을 달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살다 보면 체감되는 불편함이 있다. 코리빙이라 하여도, 가끔은 혼자 방에서 컵라면 하나 끓여 영화나 보고 싶은 순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입주민을 위해 ‘맹그로브’ 내 개인 세면대는 싱크대로도 사용 할 수 있는 컨버터블 구조로 설계되었다. 또한 물건들을 개인 공간 내에서 충분히 보관할 수 있게끔 수납 가구들이 방 안에 다양한 버전으로 구비되어 있는데, 철제 옷장과 서랍장은 이동이 쉬워 자유롭게 배치를 바꿀 수도 있다. 게다가 도심 생활의 걱정인 미세먼지 퇴치를 위해 천장에는 공기 정화 장치가, 쾨쾨한 냄새들을 몰아내고 심신의 안정을 주기 위해 복도에는 리츄얼 방향제가 구비되어 있다. 그 외에도 비밀번호를 재설정할 수 있게 하는 개인실의 스마트 도어락, 쾌적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방마다 비치된 와이파이 공유기 등… 전세계의 공유 하우스를 경험해 본 매니저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부분들이었다.
코리빙의 정의에 알맞게, ‘맹그로브’는 개인 공간을 보장해 주면서도 쉽게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홀로가 편하지만 또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이 시대의 혼삶족에게, 그리고 특히나 젊음을 공유하고 싶어하는 청년들에게, 맹그로브는 코리빙 속에서도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말을 걸어온다. ‘혼자’인 당신도 ‘같이’ 다채로운 일상을 누려보자고.
필자 ∣ 김민주
위치 ∣ 서울특별시 종로구 숭인동 56-53
운영 ∣ MGRV
세대 ∣ 20 세대
가격 ∣ 600,000/월 ~
문의 ∣ mangrove.city
> 탐방기 :: <동네를 닮아 아름다운 '셀립 순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