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찾은 곳은 종로구 율곡로에 위치한 ‘셀립 순라’이다. 이름이 꽤나 낯설게 느껴졌던 곳이기도 한데, ‘혼자 살아도 나답게’를 뜻하는 ‘셀립’과 조선 시대 때 지어진 길의 명칭인 ‘순라’를 합친 의미였음을 알고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셀립 순라’는 이러한 이름만큼이나, 주변 전경과 내부 분위기가 서로 어우러져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곳이었다.
‘셀립 순라’는 창경궁 옆에 위치해 있어 1900년대의 경성에 온 듯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짙은 갈색의 나무 벽면과 곳곳에 보이는 병풍, 그리고 옛 내음새를 담은 가구들까지… 이 건물만의 독특함은, 정말이지 한국인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분위기에 매료된 채 한 발자국씩 걸어가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탁 트인 카페 공간이었다. 30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던 카페 옆에는, 신기하게도 입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공용 부엌이 위치해 있었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카페와 부엌이 넓게 펼쳐져 있다는 게 다소 의아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서는 보기 힘든 특별한 구조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 1층에서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든 입주민들에게 무료로 저녁을 제공해 준다고 한다. 얘기를 들으니 의아하게 생각했던 점들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카페의 크기가 컸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고, 부엌이 카페 옆에 있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제공되는 저녁과 곁들여 먹을 것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저녁을 제공한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서비스로 인해 독특한 공간 구조가 생겨났고, 입주민들이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옥상에 위치한 ‘셀립 루프탑’ 역시 눈에 띄는 공간이었다. 창경궁과 종묘가 한눈에 보이는 루프탑의 전경은 다른 어떤 코리빙 하우스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아름다움이었다. 1층 카페에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친해진 입주민들이 간단히 맥주도 마시고 경치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지, 넓은 루프탑은 테이블과 의자로 빼곡했다. 루프탑 한 구석에서 살짝 더 위로 올라가면 지인들과 프라이빗하게 모여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러한 ‘셀립 순라’의 디테일과 구조 하나하나가, 입주민들을 배려하고 서로가 함께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살아도 '자유롭게, 완전하게, 나답게 살아가는 1인'을 칭하는
célibataire를 통해, 셀립들의 생활 방식에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_'셀립' 홈페이지 소개 중
처음에는 ‘나 혼자서 살아도 완전하게’라는 ‘셀립 순라’의 슬로건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의 독특한 구조와 분위기를 보고 나니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것들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수납 공간이 적어서 단기 투숙자들의 비율이 꽤 높았고, 개인 공간은 너무 작아서 주거 공간의 느낌이 덜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일마다 입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저녁 식사,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완벽한 루프탑의 구조까지… ‘셀립 순라’가 가진 분위기를 벗 삼아 혼자 지내도 외로움 없이, 자유로우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생활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필자 ∣ 엄세웅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10길 11
운영 ∣ 셰어하우스우주
세대 ∣ 40 세대
가격 ∣ 720,000/월 ~
문의 ∣ celib.kr
> 탐방기 :: <원하는 만큼 윤택해지는 '테이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