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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Jan 15. 2019

진정한 '건강'이란 무엇일까?

건강히 나이들 수 있는 마을의 비밀 #1


'건강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한 사람이 질병 등 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해 곤란을 겪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평균적인 수명을 의미한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시대이기 때문에 건강 수명도 함께 늘어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양상이 조금 바뀌고 있다. 평균 수명은 아직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2012년 80.8세에서 2016년 82.36세)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12년 65.7세에서 2016년 64.9세) 과연 아무리 오래 살 수 있다 하더라도, 병들어 고통받는 상태의 삶이 예상된다면 반길 사람이 어디 있을까. 

평균수명과 건강수명 추이 (통계출처 : 통계청)

이와 같은 통계는 고령시대에 질병을 치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요즘에는 도시에서도 65세라면 노인 대접받기 쉽지 않은 시대가 아닌가. 나이들어도 건강이 오래 지속될수 있다면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좋은 일이다.


마을건강방 프로젝트는 이른바 건강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고령자들이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건강거점 공간을 시범 운영하는 사업이다. 행정안전부의 사회혁신 공모사업으로 추진된 리빙랩 프로젝트로 2018년 0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다. 서대문구 남가좌2동이라는 지역에 고령자를 위한 지역 건강거점공간을 마련하고 신체건강 증진을 위한 운동, 식이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 공간에 모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공동체 활동을 진행했다. 운영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지역 건강 거점 공간의 의미를 탐색하고, 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공간에 대한 조건들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고령자를 위한 신체적 건강증진 활동의 솔루션은 이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헬스케어 업체인 (주)헬스브릿지가 참여했다. 더불어 건강 거점 공간을 운영하고, 고령자를 실제 만나 관계를 형성하여 지역의 건강도를 높이는 활동은 남가좌동 지역 내 마을공동체 하.나.의.가 담당했다. 헬스케어 회사와 공동체가 협업하여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는 것이 이 사업의 특징 중 하나다. 듣는연구소의 공동대표인 하진이 하.나.의. 마을공동체에 소속되어 있는 인연으로 이 사업에 연구자로 투입되어 6개월 간 실행과 연구를 병행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이 사업에 연구자로 참여하며 파악하려 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역의 고령자를 위한 건강증진 활동에 건강거점 공간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고령자를 위한 건강 거점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설명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건강'이라는 단어에 대한 선 이해가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건강하다' 혹은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때의 건강은 신체적 건강의 의미에 한정되어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WHO(국제 보건기구) 등이 제시하는 ‘건강'의 정의는 다르다. 


건강한 상태란,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


때문에 건강증진의 의미도 단순히 운동을 열심히 한다 정도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들의 건강을 관리 및 통제할 수 있고, 건강 수준을 향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원하는 누구나 건강한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의 형성과 주체적 선택의 힘을 기르는데 그 초점이 있는 것이다. 


사업 초기에는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과 생각도 건강해지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 그쳐있었다. 개인 정서나 관계 등이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체계화되어 머릿속에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건강의 사회적 결정에 대한 이론은 몸과 마음, 주변 환경과 경제, 문화적 여건까지도 훨씬 다층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우리의 ‘건강'이라는 것이 결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건강의 사회적결정요인 © The Institute of Future Studies, Stockholm

저 그림이 유명한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한 그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유전적 영향에서부터 개인적 삶의 방식, 사회 및 공동체적 관계망과 교육, 보건, 의료, 주거 등의 요소까지를 망라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그럼 저 요소들 중 무엇이 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인가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건강 결정 요인의 영향 비율 © The Institute of Future Studies, Stockholm


환경이나 의료적 요소보다 사회경제적 요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다음이 개인의 삶의 방식 즉 생활 습관과 같은 요소들이다. 이러한 배경이 사업 설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마을 건강방을 만들다


이 사업을 위해 서대문구 남가좌 동 한 신축 빌라의 1층 상가에 60 제곱 평방미터 규모의 공간을 임대해 마을 건강방을 개소했다. 건강방에는 건강 약자를 위한 맞춤형 운동기구 6종 7대가 구비되었고, 공간의 운영을 맡은 하. 나. 의. 공동체 주민이 헬스브릿지와 계약을 맺어 상근 하였다. 하.나.의. 공동체가 지역에서 맺고 있던 지역네트워크 등을 통해 목표했던 100여 명의 주민들은 일, 이 주 사이에 금방 모집할 수 있었다. 헬스브릿지는 광진구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진행 중인데 그곳에서는 30-40명을 모으기도 힘들었던 것에 비하면 전혀 다른 결과였다.


마을건강방의 내부 모습 : 근약자도 근력 운동이 가능하도록 운동 강도를 기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운동기구


헬스브릿지는 말하자면 건강결정요인 중 30%의 영향을 미치는 생활습관 부분에 대한 케어를 담당했다. 마을건강방에 배치된 운동기구는 근 약자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운동기구로 기구의 중량 부담 없이 자신의 신체 상황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구이다. 하루 30분 정도 이 기구들을 이용해 정기적 운동 습관을 들이도록 했다. 다음은 스마트폰을 통해 전용 앱을 설치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이다. 매일 자신의 걸음수를 측정해 개인별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유도했고, 매 끼니 먹는 식단의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그에 대해 영양사의 피드백 메시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고령자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기술적 문제를 제외하고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순서가 있을 것이다. 


하.나.의. 공동체는 가장 큰 40%의 건강 결정요인에 해당하는 사회경제적 부분에 대한 케어를 담당했다. 사회적 부분은 운동을 함께 하는 주민 회원 간 교류를 촉진하는 행사와 교육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는 보조적인 수단이었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매일 건강방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건강방에서 정서적 쉼과 안정을 느끼고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건강방에 상주하는 전담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사회적 부분은 그렇다 치고, 경제적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연구들은 경제적 격차, 계급의 차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가난할수록 더 아픈 것이 현실이다. 


지역화폐를 만들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통계 방식에 따라 다르게 잡히기는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OECD 국가 중 최 하위 권순 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빈곤으로 인해 건강에 신경 쓸 수 없고, 건강에 신경을 못쓰면 병의원에 의존하게 되고, 다시 그로 인한 지출로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국가 의료보험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은 국가적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 수당을 제공하기 위해 지역화폐 컨셉의 상품권을 발행했다. 


건강 수당은 이에 대한 대안이다. 건강 위험군에 가까운 국민이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며 국가가 치를 각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를 일정 부분 보상으로 지급하여 활동을 독려하는 것이다. 이 사업에서는 사업예산의 일부를 건강 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예산으로 확보하고 이를 현금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제공했다. 서대문 내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가 없기 때문에 상품권 형태의 화폐를 만들었다. 이름은 '가재울 공동체 가게 이용권' 가재울은 남가좌동 인근을 이르는 지명이다. 화폐 단위는 가재울에서 따온 '울'이었다. 하.나.의. 공동체가 여기에 동참해 줄 지역 상점들을 섭외했다. 회원들의 편의만을 위해서라면 대형 마트 등이 최고였을 수 있지만 많이 낡았어도 지역에서 30년 이상 장사를 해온 오래된 가게들, 프랜차이즈 상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작은 음식점 등을 부러 섭외 해 6개의 가게가 모였다. 

공동체가게 이용권에 참여한 가게들


회원들은 자신이 건강 증진을 위해 활동한 내용에 따라 포인트를 받고 이 포인트를 공동체가게 이용권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환전은 2주에 한 번 일괄적으로 이루어졌다. 모든 활동을 열심히 할 경우 한 달에 최고 5만 원가량의 이용권 수령이 가능했다. 연구를 위해 어떤 이들이 어떤 가게를 얼마나 이용했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거기에 더불어 정산의 문제 등이 있었다) 이용권 사용 시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고 사용하도록 하였다. 


듣는연구소는 무엇을 들었나?


여기까지는 고령자의 건강증진을 위한 거점공간인 '가재울 마을건강방'이 어떻게 준비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어지는 글을 통해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약 4개월의 리빙랩운영 기간 동안 가까워지게 된 주민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는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정리하여 발견한 의미와 시사점은 무엇이었는가를 공유하려 한다. 





Writer : 송하진 @ 듣는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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