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히 나이들 수 있는 마을의.비밀 #2
내가 사는 지역에서 고령자를 위한 건강거점공간 리빙랩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의사를 물어 왔을 때, 분명한 어조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짧은 사업 준비기간, 처음 일해보는 파트너들, 지역 내에서의 충분한 교감의 시간 없이 물리적 공간을 만들어 리빙랩이라는 이름으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도 내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동네에 살면서도 좀체 소통할 기회가 없었던 어르신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고령자분들이 건강에 대해 가진 욕구와 필요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느덧 프로젝트 기획서를 작성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대상자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었다. 물리적 공간을 함께 조성하고 운영을 지원하면서 참여자들의 관계를 증진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실행과 연구가 함께 가는 형태의 프로젝트였다. 그 덕에 6개월 간의 여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살며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할 수 있어 그 보람 덕에 그 기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가재울 마을건강방이 이뤄낸 결과
보람이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더 큰 만족이 있었을 수 있다. 건강방의 일 평균 이용자 수는 약 36명이다. 총 운영기간 13주 간 약 2,500회의 방문이 이루어졌다. 이 정도는 하루 8시간 운영 시간 중 약 3시간 정도의 주요 피크타임에는 7대의 운동기구가 꽉 차서 기다려서 운동해야 하고 다른 시간에는 2-3명 정도가 운동을 하고 있는 혼잡도이다.
가재울 마을건강방 이용에 대한 전반적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7점으로 매우 만족, 만족의 긍정 응답률이 97%에 이른다. 개인적 만족도 외에도 개인의 자주적 건강생활에 미친 영향이 중요한데 개인적 건강증진을 체감한다는 사람이 80%,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는 경우는 97.3%에 이르렀다.
앞서 글에서 건강이란 신체적 건강도 뿐 아니라 정서, 사회적 안녕을 포함하는 개념이라 설명했다. 건강방 이용 후 삶이 행복해졌다 86.6%, 외로움이 줄어들었다는 77.4%로 정서적 안정에 미친 영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도 긍정적 효과를 발견했는데, 마을건강방 이용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이웃은 7.8명, 이웃에 대한 신뢰가 늘어났다는 응답은 82.5%, 지역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이웃이 늘어났다는 응답이 40.5%였다. 매우 긍정적인 수치들이지만 이 수치들 안에 담겨있는 의미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는지 그 조건과 과정에 대한 질적인 분석이 필요했다. 사업기간과 사업 구조상의 어려움이 충분히 만족할만한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웠지만... (급.. 변명)
가재울 마을건강방으로 살펴본 지역 건강거점 조건과 과정에 대한 성찰
인터넷 창에 '마을 건강방', '건강사랑방'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공공에서 제공하는 건강지원 프로그램의 소식들이 쏟아진다. 우리나라의 건강증진 사업은 통합건강증진 사업화를 통해서 공공보건, 건강 사업 간 장벽을 없애고 예방적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건강사랑방과 같은 프로그램은 지역의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찾아가는 진료나 운동 치료, 강좌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지역민들의 건강관리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나 주민 스스로 자신의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자주적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누군가 외부적으로 관리해주어야 하는 사람과 자신의 건강상태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적 관리가 가능한 사람 중 누가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듣는연구소가 참여한 '가재울 마을건강방'은 지역 내에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건강거점 공간이다. 여기서의 건강거점 공간이란 운동과 생활습관 변화 그리고 지역민의 공동체적 교류를 촉진해 지역 주민의 삶과 생활에 맞닿은 통합적인 건강(신체, 정신, 사회적 건강도) 도의 증진에 기여하고 건강 상태의 변화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1차 접점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런 건강거점 공간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매주 사용 주민을 관찰하고, 20여 명에 달하는 주민 이용자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령자를 위한 건강 거점 공간 조성 시의 조건으로 파악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Insight 1. 삶의 터전에 가까이,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물리적 접근성이 중요하다.
지역의 고령자를 대상 공간의 입지를 선정할 때는 흔히 접근성의 지표로 생각하는 ‘대로변에 가까운,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보다는 대상자의 생활 반경 내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고 생활의 ‘동선이 자주 겹쳐 우연히 지나치기 좋은 곳’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Insight 2. 상시 운영 공간,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의 접근성이 요구된다.
나이가 들어도 활동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바쁜 삶 속에서 고령자들도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찾아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는 고령자에게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Insight 3. 환경 요소, 사용자의 특징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의 제공이 필요하다.
폭염과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야외 활동의 제약이 늘어나고 있다. 이럴 때 고령자들의 신체활동은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대안이 될 수 있는 많은 실내 운동은 주 수요층인 젊은 세대의 신체에 맞게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필요와 건강 특성에 맞춘 공간과 서비스의 구성이 중요하다.
Insight 4. 지역의 거점공간으로서 관계의 힘이 작용하는 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
공간을 공유하며 만나게 되는 주민들과의 관계가 정서적, 사회적 필요를 채우는 동시에 건강증진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 주는 힘은 스마트폰 사용 등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되고 이와 같은 관계는 공간을 넘어 지역으로 확장되어 사회안전망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
제목만 보면 다 알 것 같은 내용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까?
이제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자
Writer : 송하진 @ 듣는연구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