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듣는연구소 Jan 23. 2019

지역 건강거점, 왜 골목 속으로 들어가야 할까?

건강히 나이들 수 있는 마을의.비밀 #3

삶의 터전, 항상 지나는 일상의 골목으로 들어가다


“(헬스장 이용할 때는) 버스를 타고 가서 또 운동하고 씻고 거기서 출근해도 다시 화장하고, 여자들 기미가 많으니 또 가려야 하고 아유 이런 시간들이 너무 길에 다 버리잖아요…(중략) 여긴 너무 가깝잖아요. 집에 제가 바로 옆이거든요. 너무 가까워요. 이동하기에 동선이" (김00, 50대 여성)


지난 15일 오전 9시가 채 되기 전 김경임(71)씨가 건강방 문을 열고 들어섰다. 코디와 인사를 하고 바로 운동기구에 앉는다… 고숙순 (72)씨가 잇달아 들어왔다. “일찍  오셨네요”라며 김씨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옆 운동기구를 이용한다. 그는 홍제천에 운동하러 가기 전 이곳에서 근력운동부터 한다. 머리에 파마롤을 말고 빼꼼히 문을 여는 박인한(75)씨를 모두가 반긴다. 박씨는 짬을 내 운동하러 들렀단다.   <근력운동, 식사 습관 챙기는 '마을건강방' 효과 괜찮네요>. 한겨레 서울& 18.11.22


공공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접근성'이라는 말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하는 공공공간은 멀리서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할 때가 많다. 목적과 규모에 따라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 시설은 교통과 같은 부분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역성을 띈 마을의 공간이나 수요층이 어린이나 고령자인 경우에도 그런 접근이 필요할까? ‘접근성’의 기준은 이 공간을 사용할 사람들과 공간의 용도를 기준으로 항상 재 정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잘 못된 입지 선정은 공간의 성격이나 사용층이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지나가다 생각나서 들를 수 있는 공간


‘가재울 마을 건강방'프로젝트에서는 마을건강방이 ‘마을의 공간'. ‘고령자를 위한 건강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 타깃 사용자의 범위를 명확히 했다. ‘저층주거지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65세 전 후의 고령세대'를 찾아 남가좌동 중에서도 재개발이 되지 않은 남가좌2동 가재울 지역을 선정했다. 주변이 뉴타운으로 개발되었지만 재개발을 비켜간 오래된 동네이다. 앞서 설명했듯 지역이 선정되면 보통 버스가 다니는 중심도로변이 공간 입지로 선정되기 쉽다. 하지만 저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은 자신의 주거지 변두리의 지역이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멀지 않아도 심리적으로는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가재울 마을건강방은 의도적으로 그보다 더 깊이 주거지 내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미 그 주변 고령자의 숫자가 공간의 수용인원에 비해 많기에 외부에서 더 많은 인원이 찾와야할 이유가 없었다.


가운데 파란 원이 가재울 마을건강방의 위치 


타깃 공간을 블록으로 잡으면 그 한가운데 누구나 지나다닐 수밖에 없고 걸어서 가장 편안하게 올 수 있는 ‘생활 동선’이 겹쳐지는 공간이 나온다. 모집한 회원들은 자연스럽게 건강방 주변의 주민으로 형성되었다. 회원 모집 시에 큰 제약을 두지 않았음에도 101명의 회원 주민 중 반경 400m 이내에 살고 있는 회원이 67명이었다. 위에 인용한 기사에 나온 내용처럼 많은 회원들은 장을 보러 가다가, 미장원에 머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들를 수 있는 공간으로 마을건강방을 이용한다. '굳이 찾아가려 노력하지 않아도, 지나다 생각나서 들를 수 있는 공간' 시장을 가기 위해, 버스 타러 나가기 위해, 천 변을 산책하기 위해 어떤 이유로든 외출을 하게 되면 지나치는 길목에 마을건강방이 있다.

회원들의 생활근거 주소를 바탕으로 매핑하여 얻은 분포 수치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볼 수 있는 공간


공간의 물리적 요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공간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 보려 한다. 마을 건강방을 이용하는 주민들도 공간이 조금 더 컸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20평 남짓한 공간은 솔직히 조금 작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크기를 몇 배로 키우고, 기구도 더 많이 넣고 별도의 프로그램 공간도 생기면 좋기만 할까. 신체 건강을 위한 운동 공간으로서만 판단한다면 분명 큰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공간이 작기 때문에 옆에서 운동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저 끝과 끝에서도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좋은 점이 있다. 기구가 적어서 조금 붐비는 시간에는 탁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에도 사람들은 대화를 한다. 

실내 운동공간에 있는 TV 대신 이웃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공간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옆사람과 독립적이기 위해서, 운동하면서도 이어폰을 끼어야 하고 대기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이 일상인 탓이다. 가재울 마을건강방은 고령층을 위해 기획되었지만 다양한 세대의 교류효과를 보기 위해 회원은 3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었다. (3040 세대 20명, 50-65세 41명, 65세 이상 39명) 그런데 가재울 마을건강방의 출석률은 세대에 따라 매우 다른데 그것은 운동과 건강 생활에 대한 솔루션으로서 3040세대의 라이프 스타일보다는 확실히 50대 이상 장년, 고령층에 맞춰진 공간의 형태와 분위기에 영향받은 바가 크다는 생각이다. 



13주, 68일의 프로그램 기간 동안 세대별 이용 횟수 비교


만약 새로운 지역에 이러한 공간을 만들게 된다면 미리 타깃이 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생활 반경과 동선 등을 파악하고 되도록 그 동선이 겹쳐지는 곳 인근에 장소를 마련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만약 그러한 파악 등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공간의 주 사용자를 파악하고 그들의 이동 특성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입지 선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Writer : 송하진 @ 듣는연구소 공동대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