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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듣는연구소 Jan 24. 2019

미세먼지와 폭염을 극복하는 건강공간

건강히 나이들 수 있는 마을의.비밀 #4

상시 운영해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공간


“그런데 (보건소, 복지관 운동프로그램)는 시간이 정해져 있잖아요. 오후 2~3시, 오전 몇 시 하면서. 또 거기에 일정한 페이를 드려야 하니까. 근데 저는 그 일정한 금액을 떠나서 시간을 맞추지 못할 때가 많아요 … 근데 여기는 내가 오고 싶을 때 와서 조금만 기다리고 할 수 있잖아요. 그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윤00, 60대 여성)


두 번째 발견한 사실도 사실 넓게 보아서는 ‘접근성'에 관련된 내용이다. 첫째 사항이 물리적 접근성에 관한 것이라면 두 번째는 시간적 접근성에 대한 내용일 뿐이다. 그만큼 공공서비스의 구성에 있어서 수요자에 특성과 욕구에 맞춘 ‘준비'와 ‘설계’의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싶다.


흔히 고령자는 시간이 많고, 할 일이 많지 않아 언제나 무료한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곤 한다. 일부 그러한 삶을 사는 노인이 있을 수 있으나 최근 노인들의 활동성은 젊은 사람들의 그것 못지않을 때가 많다. 그리고 그 경향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가재울 마을건강방의 회원 분들은 기존에 복지관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운동 프로그램 등에 참여해 본 경험들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은 내 스케줄을 조정해 정해진 시간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만일 일주일에 두, 세 번 가는 프로그램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운동을 몇 차례 하지 못하게 되기에 겪는 불편함도 가지고 있었다. 일부 강좌의 경우 출석을 기준으로 제적이 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그 부담은 더 컸다. 그러한 압박은 단기적으로는 운동 습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만약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결석하고 제적당하는 등의 경험을 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운동 경험에 안 좋은 기억으로 작용해 습관 형성을 방해할 수도 있다. 


시간표에 맞춘 프로그램을 돌리고 출석에 따라 회원을 관리할 수 있다면 서비스 공급의 측면에서 편해질 수는 있지만 자칫 딱딱하고, 틀에 맞춘 것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을 위험도 있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욕구와 공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지역 건강거점 공간에 있어 일차적인 형태는 운영시간 내 상시 출입이 가능한 형태가 보다 적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강좌 프로그램이 필요한 경우는 꼭 거점 공간 내에 공간을 마련하기보다는 지역의 다른 공간과의 연계를 고려해 볼 만하다. 가재울 마을건강방의 경우 신체 건강을 위한 운동은 건강방에서 진행하고, 자립적 생활을 지원하는 건강, 생활 강좌 등은 지역의 모임공간을 임대해 사용했다. 지역의 건강거점 공간은 단순히 신체 건강 증진만이 목적이 아니라 내부에서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다 열린 공간으로 작동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앞서 이야기 했듯 가재울 마을 건강방의 경우 이미 다양한 강좌나 운동 등에 관심이 많은 활동적인 주민이 참여한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은 따로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마을에서 진행하는 새로운 활동에 반응해 지원한다는 행동은 어느 정도의 활동성이 없이는 결정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기에 별도의 제약을 두지 않는다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공공의 자원을 투입하는 사업이기에 ‘어려운 분들 먼저'라는 생각을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나중에 통계를 살펴보면 일부 취약계층에 속하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처음부터 경제적 취약계층 등 형편이 어렵거나 기회가 없었던 대상을 굳이 발굴하여 참여시키지는 않았다. 우선 사업 준비 기간 동안 그러한 분들에 대한 욕구조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단순히 고령자뿐 아니라 다른 생활의 취약요소를 가진 분들에 대해서는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참여의 방식도 취약계층을 일부러 모으거나 인원을 할당하는 등의 방식은 오히려 낙인 효과 등의 부작용이 우려될 수 있기에  활동력 있는 주민들을 통해 공간의 활력이 먼저 일어나고 그 에너지로 어려운 이웃도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적 연대가 따라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공공의 정책에 의존하지 않는 공간의 지속가능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환경적 요소, 사용자의 필요에 맞는 맞춤 서비스의 제공


“이거 시작할 때 너무너무 더운 때였어요. 그래서 정말 더워가지고 어디 가서 있을 데가 없었어요 근데 여기 에어컨 있고 와서 한 시간이나 40분 동안 하고 가면 정말 시원하고 좋았어요.” (김 00, 60대 여성)


“개천을 걷는 건 공기가 있잖아요. 공기가 중요한데, 새벽에 걷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아요… 요즘에 뭐 우리 엄청 그거 있잖아요. 미세먼지. 심해서 나가는 게 두려운데 여기 앉아서 하는 게 좋죠. 봄 되면 엄청 미세먼지 나올 거 아녜요. 아이들도 못 나가고 어른도 못 나가고 주의를 해야 하니까.” (유 00, 70대 여성) 


기록적 폭염이 이어졌던 올해 여름의 경우 가재울 마을건강방은 폭염 대피소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여름에 건강방에 나와 대화를 나누면 여름에 아무리 더워도 전기 비용 때문에 냉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하루 한두 시간씩 나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장소로서 건강방이 이용된 것이다. 몸이 약한 건강 약자들은 운동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체 컨디션을 잘 조절할 수 있는 것도 건강의 중요한 요소이고 이것이 곧 지역사회 내에서 안전할 수 있는 안전망으로서 작용하기도 한다. 


폭염이 여름 한철의 문제라면 미세먼지는 일 년 내내 우리나라를 괴롭히는 문제가 되고 있다. 고령자들이 쉽게 할 수 있었던 걷기 운동, 지역 공원 등에 마련된 맨손 운동 기구 등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미세먼지가 쉽게 해결할 수 없고 오랜 시간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건강 약자들이 운동을 멈추지 않도록 지원하는 실내공간에 대한 필요도 늘어날 것이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헬스클럽으로 대표되는 사설 운동시설이다. 최근에는 헬스기구는 물론 스피닝,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늘고 있지만 기구나 프로그램 자체가 주 수요계층인 젊은 사람들의 신체 조건에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헬스장에 저도 한 번 딱 갔는데… 거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는 저 정도(건강방 정도) 수준인 것 같아요. 우리 또래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우리 또래가 할 수 있는 게 아주 뭐 힘든 거 못하잖아요. 남자들 근육 세우고 그런 거 못하잖아요.” (윤 00, 60대 여성)


근감소증에 따른 생존율 차이 (출처 : 동아일보)


많은 전문가들은 건강한 노년을 위해서는 근력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 고령자들도 생활에서 근력의 약화로 인해 몸이 쉬이 피로해지고, 혼자서 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면서 무력감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근손실과 근력 약화를 부르는 근감소증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생존율에서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그냥 진행되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될 문제이다. 근감소는 낙상 등 고령자에게 흔히 일어나는 사고의 위험도 높인다. 근감소로 인해 다리와 허리 등에 힘이 없어지고, 이에 따라 낙상사고가 발생하며 골절 등으로 누워있게 되면서 각종 합병증으로 발전하는 것이 고령층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건강악화의 패턴이다. 하지만 고령층이 사라지는 근력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적이라 이를 예방하기 쉽지 않다.


건강방의 기구들은 기존의 헬스클럽과는 다르게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게 맞춤형 운동을 할 수 있는 근 약자 및 고령자들에게 맞춰진 유니버설 디자인이 된 운동기구를 갖췄다. 헬스클럽 기구는 아무리 무게를 줄인다 해도 기구 자체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부담스러워하며 특히 몸에 지병이 있는 약자의 경우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건강방의 경우 근 약자들이 전혀 무게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설정이 가능하게 디지털화된 운동기구를 갖추어 고령자도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저 같은 경우는 전에 수술을 해서 팔이 유착되었어요. 유착되어서 이 만큼(어깨만큼) 밖에 안 올라갔는데, 근데 이걸(건강방)하면서 팔이 이 만큼 (머리 위) 올라가는 거예요" (김 00, 60대 여성)


운동의 강도가 아주 낮은데도 처음 운동을 하고는 몸살을 앓았다는 회원들이 있었다. 그만큼 운동이 부족하고 사용하는 근육이 한정적이었다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꾸준히 저강도의 운동을 반복하여 몸이 적응하여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는 운동을 실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운동의 효과에 대해 참여 주민들은 직접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운동하는 나를 내 몸이 알아챈다는 것이다. 마을건강방이라는 공간이 아주 적은 예산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예산을 꼭 사용한다면 내 몸을 나 스스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이 든 사람들 집에서 근력운동이 없으니까, 나이가 들면 사람들이 근력이 빠져서 병원을 가잖아요. 다 가서 물리치료받고, 그 돈이 물리치료받는 거는 1,500원이라 노인들이 잘 가는데 사실 정부에서 내는 돈이 많잖아요? … 그런 취지에서 이거는 나이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근력운동을 해서 약도 덜먹고 우리가 체계적으로 하다 보면 그런 점이 (좋을 것 같다.)”


Writer : 송하진 @ 듣는연구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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