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며
우리는 늘 갑작스러운 무언가와 만나게 된다.
그것은 매 순간 쏟아지는 비 정규 업무 일수도 있고,
갑자기 일거리를 던지는 상사나 갑자기 면담을 요청하는 부하 직원일 수도 있다.
매일 몇십 개씩은 쏟아지는 이메일일 수도,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는 집안일일 수도 있다.
이것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갑작스레 등장해 우리의 발길을 묶고,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하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은 다 해치우기도 전에 점점 늘어난다.
결국은 우리는 수많은 통제와 압박에 둘러 쌓여 발걸음이 느려지고, 머리가 무거워진다.
이러한 것들에 통제당한 우리의 정신상태는 마치 물에 빠져 널빤지 하나만 붙잡은 채 떠다니는 사람과 같다.
숨 막히게 하는 파도들이 겹겹이 내 위를 덮친다. 주변을 둘러봐도 파도뿐이다.
GTD는 2001년 데이비드 앨런의 저서 'GET IT DONE'의 약자이자 그의 기법 이름이다.
지금이 2022년이니 이 책이 발간된지도 이미 21년이 지난 셈이다.
당시에는 희미했던 생산성이라는 개념은 이제 누구나 이야기하는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생산성 기법 영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화려함에 비하면 GTD는 그다지 멋있지 않다.
디지털 앱보다는 노랑 종이 폴더와 수첩을 이야기하는 GTD.
지금에 와서 GTD란 기법은 시대를 벗어난 구닥다리인 것처럼 보인다.
왜 지금 와서 낡은 GTD를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걸까?
GTD가 저런 수많은 할 일을 해결해 준다는 것일까?
앞서 이야기한 것들.
나를 통제하는 수많은 요소들은 GTD를 배운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GTD는 나를 통제하려는 예상 못한 적들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
GTD는 이 적들을 인정하면서 매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방법이다.
나를 압도하는 것들이 일이든, 사람이든, 지식이든, 궁극적으로는 삶 자체까지.
GTD는 마치 거대한 범선처럼
당신을 넘어뜨리려는 파도를 넘어
당신이 조정하는 대로, 목표를 향해 전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로나 시대. 사무실이 없고, 일과 가정이 하나가 되는 요즘도 GTD가 유효할까?
작년 12월,
생산성 앱 workflowy는 이 부분에 대해 GTD 저자 데이비드 앨런과 인터뷰를 가졌다. 링크
데이비드 앨런은 변한 것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사무실'이라는 구조가 사라지면서 그것을 대체할 단단한 '구조'로서 GTD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데이비드 앨런은 GTD의 목적을 '물과 같은 삶'이라고 표현한다.
무척 적절한 표현이다.
GTD를 제대로 익히게 되면 내가 어떤 상황에 있어도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막힘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물은 지형을 가리지 않는다. 좁으면 좁은 대로, 굽이치면 굽이 치는 대로 흘러간다.
자갈들이 구르다가, 좁은 입구나 굽이에서 걸려 멈추는 것과 대조적이다.
당신의 삶은 어떠한가?
GTD를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업무뿐만 아니라,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GTD를 읽고, 내가 1년간 잘 관리했는지,
올해는 어떻게 관리할지 읽고 검토한다.
저자의 말대로 ‘매번 읽을 때마다 새로워지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순간순간을 어떻게 물처럼 살아야 할지 깨닫게 된다.
GTD는 매우 좋은 기법이다.
나에게는 인생 평생 동안 익혀야 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이야기된 지 20년이란 긴 시간,
의도되지 않은 많은 오해들로 GTD가 폄훼받거나 잊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GTD에 대한 오해를 줄이고, 실전적인 부분을 짬짬이 다뤄볼까 한다.
GTD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
다양한 생산성 기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정보에 압도당하는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