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팔리면 나도 팔(짤)리는 걸까?

인사노무 노트 #6

by noxious

요즘 경제가 어려워지고 전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립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집중하고 전략적으로 사업구조를 조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다양한 유형의 M&A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어느 회사의 전체 지분 혹은 다수 지분을 통째로 사고파는 거래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에는 더이상 필요가 없지만 다른 회사에게 필요한 일부 사업이나 자산을 묶어서 사고파는 거래가 더욱 많아진 것 같습니다.


만약 회사가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태양광사업부(혹은 화학소재사업부나 디스플레이사업부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을 따로 떼어내서 다른 사모펀드에게 매각한다면 (...) 내 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나는 하루 아침에 이른바 삼슥현 그룹에 다니다가 사업부와 함께 강제로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려가야만 걸까요? 아니면 아예 일거리가 없어져서 짤리게 되나요?


영업양수도, 자산양수도, 회사분할, 합병 등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깊게 살펴보면 따져봐야 할 게 상당히 많기 때문에, 오늘은 영업양수도의 경우에 관하여 핵심만 간략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오늘 논의의 대전제로서 영업의 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인데, 확립된 판례에 의하면 여기서 영업의 동일성 여부는 일반적으로 일반 사회관념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할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입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이에 따르면 설혹 자산매매계약의 형식으로 마치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한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하였더라도 태양광사업부문을 영업목적으로 하여 일체화된 인적, 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을 유지한채 포괄적으로 이전하였다면 이는 영업양도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지면 근로관계가 원칙적으로 포괄승계된다는 점은 다수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확인된 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는 근로관계의 승계에 관하여 당사자 회사들 사이에 명시적인 합의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설혹 근로관계의 일부를 승계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도 그러한 특약은 실질적으로 해고와 다름이 없기 때문에 영업양도 그 자체 이외에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유효합니다. 다시 말해, 사실상 영업양도를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면 그에 대해 충분히 다퉈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흥미로운 지점은 우리 대법원이 여러 판례 법리를 통해 양도 전후사정과 근로자의 의사에 따라 근로자에게 복수의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1)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지만 (2) 근로자가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양수기업에 승계되는 대신 양도기업에 잔류하거나 (3) 양도기업과 양수기업 모두에서 퇴직할 수도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경우 (4) 근로자가 자의에 의하여 계속근로관계를 단정할 의사로 양도기업에서 퇴직하고 양수기업에 새로이 입사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45217 판결)."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일반적인 근로자가 신경써서 꼭 챙겨야 할 부분을 3가지 꼭지로 추려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영업양수도 과정에서 근로자는 고용승계에 관하여 선택권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선택지는 영업양수도 거래의 당사자인 A 기업과 B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어느 양수인은 근로자를 가급적 적게 받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양수인은 숙련 근로자를 최대한 많이 가져가고 싶을 수 있으며, 때로는 종전 인력의 이전 규모 등이 계약상 주요한 거래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근로자는 근로관계 승계에 반대하는 의사를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사실을 안 날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양도 기업 또는 양수 기업에게 표시해야 하는데, 상당한 기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여러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여 비로소 결정되는 기간이라 정확히 알기 어렵고 불확실성을 수반하기 마련이죠.


따라서 M&A 실무에 있어서는 개별 근로자로부터 일일이 고용승계에 대한 동의서를 징구하는 절차가 필수적으로 수반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 입장에서는 함부로 고용승계에 관한 동의서나 포기각서 등을 작성해서는 안되고, 어떤 선택지를 가져가는 것이 금전적/커리어적으로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두번째는, 위 동의서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쟁점인데요, 많은 기업집단에서 M&A 거래를 통해 자신의 회사나 그룹에서 분리되어 나가는 근로자들에 대해 동의서 징구나 안정적인 거래 종결 등 소정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합의금 내지 위로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과거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여러 회사들이 이동했을 때 해당 근로자들에 대해 평균적으로 약 6천만원 가량의 금원이 지급된바 있고 이는 지금도 뭇 기사와 구글링을 통해 확인이 됩니다. 세월이 흐른만큼 구체적인 실무상 위로금 액수 등은 조금 더 커졌지만, 어쨌든 적당한 위로금 액수나 규모에 대해 집단적으로 협상을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근로계약 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경우 근로자의 종전 근로계약상 지위도 그대로 승계되는 것인바, 승계된 근로자에게는 종전의 근로조건이 그대로 유지되어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양수기업에서 함부로 종전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거나 적용한다면 그러한 부분에 대하여는 명확히 거부하고 특히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다툴 준비까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졸견으로는, 근로자 개개인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있고 적절한 설명 등을 통해 이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 노사관계에 있어서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나름 긴 내용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고, 누군가에게는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사실 거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거래 내용에 대해 근로자들이 충분한 교섭력을 갖고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노동조합 조직 등을 통한 단체행동이 필수적일 수 있는데(특히 2026년 3월 10일부로 시행될 예정인 노란봉투법에서 노동쟁의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를 새로이 추가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에 관하여는 기회가 닿는대로 다시 한번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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