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사용자성 법리 톺아보기

인사노무 노트 #7

by noxious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이 예정되어 있는 2026년 3월 10일이 다가오면서 그 내용에 관해 미리 자문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간 노란봉투법에 관한 얘기가 여러 뉴스에 참 많이 나왔는데, 그 핵심적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을 일부개정함으로써 (1) 사용자의 범위와 (2) 노동쟁의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위 두가지 핵심 가운데 사용자 범위 확대에 관하여 특히 중요한 내용과 알아두어야 할 시사점을 쏙쏙 뽑아 톺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변경되는 조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2.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노조법 일부개정을 통해 위 푸른색 밑줄로 표시한 문언이 추가된 것인데요, 이로써 하청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원청 회사까지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금번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하에서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은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 여부로 귀결될 것인데(이른바 "실질적 지배력"), 아직 법이 시행되지 않았고 당연히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도 조율 중인 상태여서 실질적 지배력의 판단기준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개정 노조법 시행 이전에 이미 노조법상 사용자성이 다투어진 하급심 판결례나 법 시행에 맞춰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이하 "지침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기준을 어느 정도 추단해볼 수 있겠습니다.




가. 한화오션과 현대제철 각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i)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하여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ii)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되어 있는지, (iii)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업무가 이 사건 사업장에서 행하여지는 원고 회사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고 회사의 직·간접적인 관여 정도, 원고 회사와 사내하청업체와의 관계, 사내하청업체의 경제적 독립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합니다(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56231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이보다 이르게 선고되었던 CJ대한통운 사건에서는 위와 비슷한 취지이나 표현이 조금 달라 보이는데,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a) 사업주가 근로조건이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결정하거나, (b) 근로자가 해당 근로조건을 사업주의 의사대로 또는 정해진 대로 복종하여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주가 해당 근로조건을 지배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러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원고와 집배점의 관계, 집배점 택배기사의 업무가 상시적·필수적인 업무인지, 원고의 사업체계의 일부로 편입됨으로써 근로조건을 지배하거나 결정하는 원고의 지위가 지속적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


법 시행 이후 나오는 판결례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위 밑줄로 표시한 (i), (ii), (iii)의 3가지 기준이 차후 일응의 판단기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이고, 이와 함께 설시한 인용문 하단의 요소들이 부차적·보완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 이에 더해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지침안)을 간략히 정리하면, 사용자성은 (I) 단발적·일시적 개입이 아니라, 근로조건 결정에 대한 계약사용자의 자율성을 지속적으로 제약·통제하는 거래관계 등의 구조가 존재하여야 하고, 이러한 근로조건의 지배·결정에 대한 구조적 통제를 핵심 판단 고려요소로 보면서 (II) 아울러 계약외사용자 사업에 계약사용자의 편입 여부, 사용자가 계약외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있는지 등 판단 요소도 보완적 징표로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사용자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지침안 제10면).


전체 지침안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하급심 판결문의 표현을 다듬으면서 조금 더 체계화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한편 위 하급심과 고용노동부가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보다 보면, 그 표현 등이 어딘가 낯익은 부분이 있는데요. 이른바 '불법파견'에 관하여 우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1)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2)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3)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4)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5)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불법파견에 관한 법리 역시 외관상 도급 내지 위탁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실질이 근로파자견인 경우에는 파견법에 기한 각종 제한을 적용하겠다는 것이어서, 원·하청과 사용자성의 문제와 사실관계가 비슷한 부분이 꽤나 많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부연하면, 외관상 원청이 아니라 하청의 근로자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원청의 근로자로 평가되는 구조), 향후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 시 대법원이 판시한 위 (1) 내지 (5)의 요소들과 그에 관해 축적된 해석례 등이 일부 활용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노란봉투법으로 촉발된 사용자성 확대에 대하여는 그 법리 자체도 아직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고 확립되지 않았으며, 어느 정도 법리가 정리되더라도 어쨌든 법원은 구체적인 법률관계의 '실질'에 따라 '종합'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취할 것인바, 어느 하나의 요소만으로는 사용자성 여부를 분명하게 알기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즉 어느 하나의 사실관계나 경영판단이 단독으로 사용자성 판단을 가를 핵심적인 요소가 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겠지만, 다른 한편 회사로서는 법원 등이 제시하는 요소나 기준에 최대한 부합하지 않도록 거래구조를 신중하게 설정하여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노란봉투법의 사용자성에 대한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구체적인 판단의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고 새로운 법리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ㅜ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살펴본 내용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서 함께 공부(?) 하려는 취지에서 요약, 작성해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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