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책 2
(23.11.10~16: 7일간 6권)
멜랑콜리아 Ⅰ-Ⅱ,욘 포세, 민음사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욘 포세 작품을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만 있다가 급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일단 굿즈 때문이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문장으로 엮은 2024년 일력이 나왔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만원 이상 구매 시 포인트 4,000점 차감 증정품이었다. 한동안 인터넷 서점 증정 굿즈에 현혹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무너졌다. 나란 사람은 여전히 수양이 부족하다. 하지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문장 일력이라니 이것만은 참을 수 없다고! 그리고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책 정도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하핫!
청부 살인자의 성모, 페르난도 바예호, 송병선 역, 민음사
-욘 포세 책을 샀음에도 2만원을 채우는데 4,700원이 부족하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최신순으로 검색했다. 콜롬비아 현대사가 배경이라고 해서 눈에 띄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대런 애쓰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었는데,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의 경제 침체와 정치 체제 상관관계를 읽은 게 생각났다. MIT 경제학자가 바라보고 분석한 라틴 아메리카와 실제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영화감독, 소설가, 언어학자, 인권 운동가 등으로 활동한 현지 지성인이 바라본 실상은 어떤지 궁금했다. 일단이 무엇보다 ‘바예호’라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이 왔다. 그냥 느낌. 그냥 멋있는 느낌. 4,700원을 메꾸기 위해 11,700원을 쓰는 이상한 계산법으로 주문. 하하핫!
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 이순자 유고 산문집, 휴머니스트
-3~6번까지의 책은 12월부터 시작하는 바람의 글쓰기에서 함께 읽는 책 중에 몇 권을 먼저 주문했다. 모두 10권인데 그중에서 먼저 훑어보고 싶은 책들을 골랐다. 그중 제일 먼저 고른 책이 이순자 작가의 책이었다. 예순 살. 여기서부터 마음이 뭉클했다. 나는 마흔의 임박할 때, 마흔이 갓 넘어서부터 조급증이 생겼다. 이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나이라기보다는 결실을 거두어야 하는 시기가 아닐지 하는 생각이 많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준비된 것은 너무 적은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자주 불안했다. 예순 살, 이제는 나도 눈 감았다 뜨면 훌쩍 돼 버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예순 살을 전면에 보여주는 글은 어떤 글일까. 꼭 껴안고 싶은 책이었으면 좋겠다.
연결된 고통: 현대 의학의 그릇에 담기지 않는 고유하고 다양한 아픈 몸들의 인류학, 이기병, 아몬드
-내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단어가 몇 개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고통이다.(다른 것 중에는 카프카, 블랙홀, 명탐정 코난, 글쓰기, 우울 등등 쓰다 보면 또 너무 많을 것 같아 생략함)언뜻 책장을 보니 <타인의 고통>,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가 보인다.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몸의 고통이 사회 구조와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건강이 개인의 문제로 모두 환원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고정관념 하나가 또 한 번 깨졌다. 목차를 보는데 “요통, 변비 그리고 실신-좋은 의료란 무엇인가” 챕터가 눈에 띄었다. 일단 이것부터 읽어 봐야지.
오늘의 세러머니, 조우리, 위즈덤 하우스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게 ‘친필사인본’이면 왠지 꼭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 홀랑 결재해 버리는 것이다.(한정판이라는 말에도....) 공무원,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작가의 첫 책이라는데, 친필사인본, 작가가 대성했으면 좋겠다.
자매의 책장, 류승희, 보리
-그래픽 노블이라면 또 일단 사야지. 이렇게 쓰고 보니까 뭐 이렇게 사야 하는 이유가 많을까 싶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라는 그래픽 노블을 발견하고 나 얼마나 기뻤니? 그래도 나름 그래픽 노블은 생각을 거듭해서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인데, 뜻밖에 바람의 글쓰기 수업에 만화가의 책이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얼른 장바구니에 넣었다. 책 소개에 갑작스레 사망한 아버지와 자매의 삶, 그들의 책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곧 2주기가 돌아오는 아빠도 떠오르고, 이제 막 셋째를 낳은 여동생도 떠올랐다. 아직 비닐 포장도 뜯지 않았는데, 읽기 전부터 눈물이 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