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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 Dec 31. 2023

내가 산 책 4

(2023.12.1.~2023.12.31. 31일간 23권)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김승섭동아시아     

<아픔이 길이 되려면><우리 몸이 세계라면>을 읽고, 김승섭의 책은 모두 다 읽으리라 마음 먹었다. 이 정도면 여성 평등 이뤄진 아냐? 장애인을 위한 복지 제도 많지 않냐? 성소수자들도 이제 많이 나오잖아? 열심히 노력하고, 능력 있으면 결국 인정받아. 몸과 정체성을 개인의 노력과 자기계발로 환원 하려는 시도들에 막연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어떨 때는 정말 노력과 능력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김승섭의 글을 읽으며 머릿속이 선명해졌다. 내 몸이 기억하는 수많은 접촉들에서 죄책감 말고 다른 성격의 무엇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부’ 앎의 승리가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가장 겸손한 태도의 하나가 제목이 되어 좋았다. 이런 공부라면, 열심히 해 보고 싶다.     


예술이 내 것이 되는 순간박보나에트르     

바람의 글쓰기 과제책. 작가 이름이 익숙하다. 몇 년전에 책발전소 예술 코너에서 샀던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저자였다.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샀는데, 책을 읽을 때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나만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가를 내가 아는 다른 사람을 통해 듣는 건 언제나 신기하고 즐겁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함께 읽으니까 좀 더 이해하기가 좋을까.     


망명과 자긍심일라이 클레어 저전예은,제이 역현실문화     

바람의 글쓰기 과제책. 부제-교차하는 퀴어 장애 정치학. <펀 홈> 저자가 추천한 책이라는 띠지. 펀 홈 작가 추천이라면, 일단 끝까지 읽어야지. 청명북로 사장님 추천으로 그래픽 노블 <펀 홈>을 읽으면서, 고전 문학 작품과 아버지와 나와 퀴어와 정상가족. 이 모든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서 한 번 읽고 또 반복해서 읽었다. 나는 내 지인 중에 왜 꼭 커밍아웃 해야 해? 그렇게 안 하고도 잘 사는 사람이 많은데?라고 무심히 한 말에 오래 마음을 앓았다. 그 말을 들은 바람이 그랬다. 망명과 자긍심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지인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 사랑비스와바 쉼보르스카 글/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차 그림/이지원 역/나무의말(청어람미디어)     

쉽보르스카. 그것도 그림책. 안 살 수가 없지. 은유 작가님 인스타에서도 소개. 위트앤시니컬에서 그의 <검은 노래>를 샀었지. 폴란드에 가보고 싶어. 나는 그의 시를 읽고 전쟁이 깊게 남았는데, 그에 시에 ‘사랑’이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서둘러 주문하고, 서둘러 책을 열었다.      

아무도 모르는 뉴욕윌리엄 B. 헬름라이히 저/딜런 유 역/글항아리 

    

2024년 내 인생의 최대 핫이슈는 아마도 뉴욕. 그래서 뉴욕 글자만 보면 일단 사고 보는 중. 28,800원, 680쪽 | 1,016g, 잠깐 고민 후 주문. 보통 여행을 계획 세우면 이렇게 그곳의 책을 모으는 사람 또 있을까? 사회학 책도 사나? 4년간 뉴욕시를 직접 걸으며 그러낸 뉴욕 세밀화. 이 책에서 본 뉴욕과 실제 가서 보게 될 뉴욕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일단 다 읽을 수는 있을까?

     

살아 보니시간이권우,이명현,이정모,김상욱 공저/강양구 기획생각의 힘     

예스24 메시지, 작가 신간 알림. 강양구 작가 신간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기획? 오! 그런데 필진이 빵빵한데? 무엇보다 시간에 관한 과학책. 산다. 산다. 산다. 요즘 명상 공부를 하면서 ‘현존’이 테마인데, 시간의 삶에서 나와 현존하는 것을 목표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데, 그럼 과학적으로는 어떻게 되는지 좀 궁금했다. 올해는 과학책을 많이 못 읽었는데, 이 시리즈 괜찮으면 쭉 사서 모아야지.     


부처스 크로싱존 윌리엄스 저/정세윤 역/구픽     

이동진 평론가 블로그에서 발견. 스토너를 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있었다니. 나는 스토너의 삶의 모든 부분이 이해가 되었는데, 그래서 3번이나 읽었다. 내가 영어로 책을 읽었다면 문장의 위대함도 알 수 있었을까? 이런 생각도 했다. 스토너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사기도 했다. 부처스 크로싱은 아직 읽지 않았지만, 아마도 스토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인 것 같지만, 온전히 서사의 몰입해보고 싶다.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최승자/난다     

오래 구입을 망설이다 이번에야 말로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구매한 책. 왜 망설였는가. 올해 시인의 시집 <이 시대의 사랑>을 다시 읽었다. 어느 한 장도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그의 산문을 읽기가 망설여졌는지도 모른다. 그의 글은 건성으로 읽을 수가 없다.      


셜록 홈즈 실크 하우스의 비밀/앤터니 호로비츠 저/이은선 역/황금가지     

팟캐스트 책걸상 추천 도서. 오호. 셜록 홈즈. 추리소설을 정말 좋아하지만, 그래서 또 열심히 읽지만, 유일하게 도서관 책을 이용하는 장르. 그렇지만 또 궁금하면 사고야 마는 그런 장르. 다시 읽고 또 볼까 싶지만, 이렇게 책을 사고 모아도, 한번씩은 읽을 게 없다고 생각하고, 거침없이 쭉쭉 읽을 수 있는 책을 읽고 싶은 날이있다. 이럴 땐 추리 소설. 범인을 알아도, 과정이 흥미로우면, 2번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    

 

미우라 씨의 친구/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이봄     

11~12월에 마스다 미리의 책을 3권 읽었다. 에세이 2권, 만화책 1권. 그리고 내 책장에서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찾았다. 독서모임 연말 모임에서 블라인드 책 선물을 하기로 했는데, 고민 없이 이 책을 골랐다. 친구에 대해,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마스다 미리는 내 맘처럼 그려냈다. 마스다 미리 씨처럼 살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이응준/민음사     

책걸상 박평 올해의 책 추천. 나름 책 많이 읽고, 많이 사고, 출판계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처음 들어본 작가. 박평은 누구에게 추천해도 괜찮을 책이라고 했다. 생각해 보니, 밑미 하루 한 줄 문장메모 인증글에서 이 책 문장을 본 것 같다. 작가 소개란에는 “인간을 좋아하지 않지만, 개를 사랑하는 인간은 안 싫어하는 편이다.”라고 적힘. 뒷표지에는 ‘나는 나를 위해 썼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제껏 내 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신에게 보내는 일종의 ‘조난신호’였다.’고 실토했음이 담김. 꼭 완독해보고 싶은 책이 됨.     


4 3 2 1 (1.2)/폴 오스터 저/김현우 역/열린책들     

폴 오스터. 올해 그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었다. <달의 궁전>이었다. 소문만큼 엄청나게 재미있지는 않아서 약간 실망?했는데. 뉴욕 3부작을 도전해볼까 고민중에 신작이 나왔다. 808쪽, 744쪽, 2권. 예스24 굿즈로 폴 오스터 컵이 그렇게 이쁘다길래 들어갔는데, 그건 내 취향이 아니고, 밑에 밑에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표지 노트가 맘에 들어서 일단 구매. 두꺼워도 순삭으로 읽힌다는 소문이 있던데, 과연.     


가장 아름다운 괴물이 저 자신을 괴롭힌다읻다 시선집     

번역가 최성웅으로 인해 알게 된 책. 폭류경 텍스트를 찾아 해매다가 이 책 목차 마지막에 폭류경을 보고 얼른 주문.      


따스함 기초편 1/좋은교사운동 배움찬찬이연구회 저 /템북     

2024년 1월 1일부터 초등학교 입학하는 둘째를 위한 6주간 읽기 프로젝트를 위해 산 책. 소리내서 읽고, 쓰는 일을 루틴으로 만들어보자.     


라이팅 픽션/재닛 버로웨이 저/문지혁 역/위즈덤 하우스     

문지혁 작가 유튜브 영상에서 소개 된 책. 역자가 문지혁 작가라는 건 주문하면서 알았다.

“부제-당신이 사랑한 작가들은 모두 이 책으로 소설 쓰기를 배웠다” 누굴까? 알 수 없지만, 일단 부제도 마음에 든다. 왠지 이 책을 읽고 공부하면 소설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고 산 글쓰기 책은 쌓여만 가고.     


초등학생을 위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바스콘셀로스 지음/박동원 역,최수연 그림/동녁 주니어 -아크앤북스 구매     

2024년에는 아이와 1달에 2권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다. 첫 책은 아이가 책을 고르기로 했는데, 선생님과 절친이 읽고 울었다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골랐다. 눈물까지 날 정도 감동적인지 확인해보고 싶단다. 아~나도 어렸을 때 이 책 읽으면서 울었는데. 제제. 다시 읽으면 어떨까. 아이랑 읽으면 어떨까. 아이가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자꾸 언제 슬퍼지냐고 물어본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에리히 프롬 저/라이너 풍크 편/장혜경/김영사-아크앤북스 구매     

<어린이라는 세계>를 쓴 김소영 작가님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에서 에리히 프롬 책을 봤다. 마침 다음 날 집 근처 쇼핑몰 서점에 갔는데, 책 발견. 에리히 프롬은 사랑 전문가인가. 그의 유명한 책 <사랑의 기술>을 처음 봤을 때, 기술은 하나도 없어서 이게 뭐지 그랬는데. 나이도 먹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뭐 여러 가지 상황을 겪고 나서 다시 <사랑의 기술>을 읽었을 때는 이거구나. 싶었다. 인생의 최악은 고통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쓴 그의 문장에 밑줄을 그으며, 정말 나는 삶을 사랑하고 있는지 나에게 물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글그림/이진경 역/상상의 힘-잘익은언어들 서점     

잘익은언어들 서점의 스테디 셀러인 듯 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림책 치고 두껍다. 전시된 책을 살짝 보고 지나갔다. 반드시 이 서점에서 책 2권은 산다는 각오. 수많은 책 중에서 2권. 여기서만 만날 수 있는 책을 사겠다고 결심. 한참을 책장을 들여다 보고, 이 책 저 책 기웃기웃. 그런데 다시 이 책 앞에 섰다. 책을 잡고 아무 곳이나 아무렇게 펴 보았다. 

우린 늘 남들이 친절하게 대해 주기만을 기다려……그런데 자기 자신에겐 지금 바로 친절할 수가 있어.”     


서쪽 바람메리 올리버 저/민승남 역/마음 산책-잘익은언어들 서점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에서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를 읽었다.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밑줄을 쳤던가. 내내 착한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만, 결국 착한 사람처럼 살고 있는. 살고 있나? 살아지고 있나? 뭐 그런 생각들을 하며 기어코 이런 문장을 보면 이것 참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다시 굳은 결심을 하다가...뭐 그렇게 메리 올리버를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시집에는 ‘기러기’ 시는 없다. 다만, Am I Not Among the Early Risers (나, 일찍 일어나는 사람 아니던가) 이런 목차로 내 손을 붙들 뿐.     


당신의 부탁/이동은 글/정이용 그림/이숲-정동진 이스트씨네 서점     

그래픽 노블.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면 참 반가운 장르. 한 번 쓱 보고, 서가를 둘러보다 다시 책을 꺼내서 후루룩 넘겨보다가, 다시 다른 책 책등을 노려보다가, 홀린 듯, 다시 꺼내서 앞, 뒤를 만지작. 비닐로 싸여 있지 않았지만, 절대 안을 보지 않는다. 살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나는 왜 이렇게 이 책 앞에서 서성이는가. 뭔지도 모르면서. 3번쯤 왔다 갔다 들었다 놨다. 그리고 다시 꺼내서 책표지의 두 사람을 보고, 그리고 계산.   

  

당신의 자리는 비워 둘게요조해진김현 저미디어창비-정동진 이스트씨네 서점     

두 작가 이름 만으로도 책을 꺼낼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서가의 다른 책을 다 둘러보기 전에 자리에 앉아 책을 읽다가 서점 주인에게 책이 한 권 더 있는지 물었다. 재고가 없었고, 나는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 얼른 이 책을 보내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났다. 먼저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은데, 친구가 아직 영화 보기 전이라 말을 이을 수 없는 답답함. 이건 꼭 그 친구랑 같이 읽어야 하는데. 영화를 통해 이렇게 따뜻하고 깊고 아름다운 글로 우정을 쌓을 수 있다고, 나도 너와 그런 우정을 쌓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책을 내밀고 싶다.


우리의 동쪽/윤의진 저/물고기 이발관-정동진 이스트씨네 서점     

<동쪽 마을에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듭니다>. 서점에 그림책 코너에 한참을 서성이다가 이 문구를 발견. 동쪽 마을에서 동쪽을 그리고 글을 만드는 사람의 책이라면 그의 동쪽을 집으로 옮겨 오자. 동쪽 바다를 하루 온종일 보고 나서, 왠지 나도 동쪽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가방 안에 동쪽이 있어 자꾸 몸이 한 쪽으로 쏠렸는데, 그러다 머리가 기차 유리창에 꿍. 여전히 밀려오고 밀려 가는 파도가 보여서 안심. 안녕. 또 올게.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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