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서은 Jan 02. 2023

인쇄소 이야기

1. 인쇄소를 알아보는 시기


본격적인 출판에 들어가기 전, 출판 과정이나 흐름에 대해 무지했던 시절 고민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인쇄 업체는 언제 알아보아야 하는가?'였다. 만약에 텀블벅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면(그리고 심적인 여유가 있다면) 원고를 마치고 인쇄소와 배본사를 알아봐도 늦지 않다. 그러나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할 경우, 텀블벅에 예상 출고일을 기재해야 하므로 대략적인 날짜를 정해 놓고 시작하게 된다. 따라서 내지를 편집하는 일도 인쇄소와 배본사를 알아보는 일도 그 일정에 맞춰서 끝내야만 한다. (불가피하게 늦어질 경우 양해를 구하고 늦어진 일정을 고지할 수도 있겠지만 신뢰도의 차원에서 일정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쇄소에 완성된 파일을 넘기는 시기를 출고일보다 넉넉하게 2주 정도 전으로 잡는 것이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고려해야 할 사항은 파일 완성 후 샘플 제작을 하는 기간, 샘플 제작 후 파일을 수정하는 기간, 최종 인쇄물이 나올 때까지의 기간 등이 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최종 인쇄에 들어가기 전 샘플을 꼭 받아 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애초에 처음 인쇄소 견적을 받을 때 샘플 파일을 함께 제작해 주는지 여부도 문의하고 그 비용을 포함시켜서 견적을 받았다. 요새는 인디고 인쇄로 소량 제작 해주는 곳이 많으니 만약에 샘플 제작을 해주지 않거나 너무 비용이 비싸다면 샘플 제작만 따로 알아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샘플을 제작해 보아야 하는 이유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해야 실제로 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더 이상 수정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샘플로 받은 실물 책을 보는 과정에서 오탈자를 몇 개 추가로 발견하기도 했고, 책날개 사이즈나 표지 이미지의 위치, 색감 등을 조금 변경하기도 했다. 파일을 보내고 제작에 들어가고 샘플을 받아보는 데까지 최소 2~3일이 걸리니 이 기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본 인쇄에 들어가면 되는데 이 기간을 조금 넉넉하게 예상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처음 견적을 받았을 때 5~7일 정도 걸린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막상 파일을 전달하고 나니 연말 시즌에 인쇄소에 일감이 밀려서 일주일 안에 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다시 받았다. (인쇄소 사정은 그때그때 달라지겠지만 특히 12월~1월이 인쇄소 피크 시즌이라고 한다) 촉박하게 진행하는 것보다 미리 파일을 주고 출고 날짜를 알려 드리는 편이 낫기 때문에 다음 책을 출판할 때에는 본 인쇄 들어갈 파일 전달을 여유 있게 7일~ 10일 정도 전에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정리를 해보자면, 

샘플 책자 받아보는 시간 2일 + 최종 파일 전달 후 책자 인쇄가 나오는 시간 7일~10일 = 9일~12일

여기에 만약 최종 파일 전달 전에 수정이 들어간다면 시간이 또 소요될 것이다. 이런 계산 하에 예상 출고일보다 대략 2주 전에 파일을 완성해서 보내는 게 좋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담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개인적인 경험담을 풀어 보자면, 애초에 책자의 폭을 120mm로 만들 계획으로 견적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가격이나 배본사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 보았을 때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는 업체를 선정했는데, 계약을 하겠다고 하니 폭 120mm가 기계에 들어가지 않아서 125mm로 늘려야 한다는 말을 뒤늦게 해 주셨다. 120mm에서 125mm로 늘릴 시 비용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진행하겠다고는 했는데, 디자인을 마친 판형을 나중에 늘리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일이므로 혹시라도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견적 받을 때 꼼꼼하게 물어보기를 추천한다. 



2. 인쇄 감리 이야기

사실 인쇄 감리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인쇄소의 사정 상 일정 조율이 어려워 결론적으로 인쇄 감리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계약을 진행한 인쇄소 측 입장은, 샘플 제작을 했으면 인쇄 감리를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샘플 받은 책자를 다시 인쇄소로 보내주면 그걸 기준으로 인쇄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처음 인쇄를 해봐서 이 절차가 과연 일반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애초에 샘플 받은 책자를 다시 인쇄소로 보내주어야 한다면 샘플을 제작했을 때 미리 알려주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깔끔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빨리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받아 본 샘플 책자는 다시 인쇄소로 보낸 상황이다.)

 

그리고 내지는 1도 인쇄라서 내지 감리를 하러 올 수 없고(이것도 일반적인 상황인지 좀 더 알아봐야 할 듯하다.) 감리를 꼭 해야 한다면 표지만 가능하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1도 인쇄라고 하더라도 잉크 농도가 달라서 고르지 않게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샘플 책자를 받아 본 뒤 표지 디자인을 조금 바꾸고 날개를 늘리고 색감을 조정했기 때문에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라, 가능하다면 가고 싶다고 답변하자 그러면 인쇄 일정이 더 늦어진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감리 일정이 모두 다 차서 다음 주 목요일에나 인쇄 감리가 가능하다고. 


처음에 최종 출고일이 1월 10일~11일이라고 답변을 받았던지라, 인쇄 감리를 보면 얼마나 늦어지냐고 물었다. 그러자 목요일에 인쇄 감리 후 본 인쇄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1월 10일~11일 정도에나 나올 것이라고 답변을 주셨다. 뭔가 좀 이상했다. 그러면 애초에 일정 상 변동이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질문을 바꿔서 감리를 안 가면 일정이 더 당겨지냐고 되물었다. 그러니 그제야 인쇄 감리를 안 오면 1월 9일~10일에 최종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 이야기해 주시더라. 


고민이 좀 되었으나 투명도만 조금 낮추었을 뿐이고, 이 인쇄물이 컬러풀하거나 화려한 색감이 아니라 거의 흑백 위주였기 때문에 컬러가 맞지 않게 뽑힌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선물 전달일을 1월 13일로 공지를 했기 때문에 이 일정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어서 일정을 1~2일 앞당기는 대신 감리를 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감리를 본다고 해도 인쇄 사고를 막을 수는 없는 데다가 많은 인쇄 사고는 출력 시보다 제본 시에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결국 신뢰를 가지지 않으면 안 되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계약하기로 한 인쇄소를 믿고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도 대충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다른 인쇄소에 샘플 책자 한 권을 주문하기는 했다.)


여기까지가 현재까지의 상황이고 이제는 인쇄가 사고 없이 잘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 알아본 결과 좀 더 싸게 책을 구매하기 위해서 지류 회사와 컨택하여 종이를 구매해 인쇄소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그냥 인쇄소에서 견적을 내준 대로 진행했다. 이렇게 진행할 경우 인쇄소에서 종이를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인쇄 비용을 선불로 진행하거나 반을 선입금해주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텀블벅 배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