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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와 라캉

by 김서은

1. 소쉬르의 영향


소쉬르의 영향력은 구조주의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것은 비단 라깡의 정신분석뿐만 아니라 메를로-퐁티의 철학,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롤랑 바르트의 문학 등에서 확인된다.1) 소쉬르는 구조라는 말 대신 체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며2) 소쉬르의 체계란, 체계 내의 요소들이 서로 맺는 관계에 따라 가치를 이끌어 내고 조직하는 것을 말한다.3) 이러한 소쉬르의 영향은 크게 기호의 자의성, 차이, 랑그(langue)와 파롤(parole)의 구분, 공시성의 우위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기호의 자의성은 사물과 언어 사이에 자연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붙여진 명칭이 자의적으로 선택됨을 의미한다.4) ‘나무’라는 개념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tree(영어에서 나무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부를 수도, arbre(프랑스어에서 나무를 의미하는 단어)라고 부를 수도, 나무라고 부를 수도 있으며 연어를 물고기가 아닌 ’나무‘라는 개념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대상과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 사이에는 어떠한 필연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 기호가 가진 자의성이 뜻하는 바이다. 이러한 기호의 자의성은 단어와 그 단어에 상응하는 대상 사이에 어떤 필연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았던 기존 언어학과 소쉬르가 단절하였음을 의미한다.5) 소쉬르에게 있어서 기호란 언어의 최소 단위이며, 이것은 다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구성된다. 시니피앙은 “물질적 소리가 아니라 소리의 심리적 흔적(l’emreinte psychique)”6)을 뜻하고 기의는 기호가 지시하는 개념을 일컫는 것이다. 여기서 소쉬르가 기호가 지시하는 것은 사물이 아닌 개념으로 보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나무’라는 단어에 해당하는 것을 떠올릴 때 사람마다 생각하는 나무의 이미지는 모두 다르며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무와도 다른 것이다. 즉 ‘나무’라는 기표가 지시하는 것은 실제 존재하는 대상으로서의 나무가 아니라 관념화된 개념이다.7& 이런 점에서 소쉬르의 기호는 지시 대상을 배제한 기의와 기표의 관계를 다루는 것이며 언어 외적인 대상과 상관없이 오직 언어 체계 내에 있는 다른 언어 단위들과 결합한다.8) 소쉬르는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이루어진 기호를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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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는 기호의 분리할 수 없는 결속된 두 단면이며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로 이루어진 기호는 하나의 단위로 기능한다. 또한 위의 도식에서 기의와 기표를 함께 감싸고 있는 타원은 기호의 구조적 통일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소쉬르에게서 의미작용은 기표와 기의가 맺고 있는 관계로부터 도출되는데, a라는 기호의 의미작용은 그것이 ‘기호 b가 아님’, ‘기호 c가 아님’이라는 대립 속에서 이루어진다.10) 즉 기호들 사이의 차이가 언어의 가치 체계를 구성하고 언어 안에는 차이만이 있다.11) 이러한 차이는 음소적 차이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기호의 차원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한국어에서 미역과 기역이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ㅁ’과 ‘ㄱ’과 같은 음소가 나타내는 음성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또한 미역은 파래나 톳, 다시마가 아니라는 가치의 차원에서 긍정적으로가 아닌 부정적으로 그것이 지닌 의미가 생성된다.

라깡은 위에서 제시한 소쉬르의 도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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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으로 변형시킨다. 소쉬르는 기표에 대한 기의의 우위를 강조하지 않았지만, 라깡은 기표를 대문자 S로, 기의를 소문자 s로 표기하고 기의와 기표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기의에 대한 기표의 우위를 강조하였다. 또한 기호의 두 면을 나타내는 기의와 기표 사이의 가로선은 라깡에 의해 단절을 나타내는 횡단선13)으로 바뀌었다. 이 횡단선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의미작용(signification)의 저항을 의미한다.14) 즉 라깡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가 자의적이지만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말했던 소쉬르의 주장을 넘어서,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단절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라깡이 보기에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결합만으로는 의미작용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의미작용은 시니피앙와 시니피앙이 대체되는 은유를 통해 생성되는 것이다. 시니피에가 시니피앙 연쇄의 부산물이 됨에 따라 시니피에는 시니피앙 아래로 끊임없이 미끄러져 들어간다.15) 다시 말해 하나의 기표에 고착된 의미는 사라지고 기표들끼리의 대체(은유)와 결합(환유)에 의해 의미는 새롭게 생성되거나 유지된다.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볼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시니피앙의 나열이며, 거기서 마주한 시니피앙의 의미를 찾기 위해 우리는 또 다시 사전을 찾아 나서고 그 곳에서 또 다른 시니피앙들과 만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시니피앙에서 시니피앙으로 연결되는 작용은 사전의 기표를 옮겨 다니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의미는 확정되지 않고 미끄러진다. 또한 시니피에가 시니피앙 아래로 미끄러진다는 말의 의미는 다음과 같은 일상적인 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밥을 먹었다”라는 문장은 마침표가 찍힘으로써 하나의 의미를 구성한다. 그러나 “내가 밥을 먹으려고 했는데”라고 완성되지 않은 문장은 아직 의미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기표와 기표가 연쇄되는 환유적인 방식은 의미의 도래를 지연시키고 시니피앙 아래로 시니피에를 미끄러트린다. 그러나 시니피에의 미끄러짐이 무한히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미끄러짐을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 누빔점16)인데, 문장의 의미는 문장의 마지막 단어와 더불어 누빔점을 통해 그 의미가 완결된다.17) 환유 속에서 생산되는 아주 작은 의미가 의미하는 바가 이것이다.


또는 기의와 단절되어 의미 없이 작동하는 기표를 증상과 관련지어 설명할 수도 있다. 프로이트의 늑대인간 사례에서 늑대인간은 한 살 반 정도에 부모님의 후배위를 목격했으며, 이후 네 살이 되었을 때 그와 관련된 꿈을 꿈으로써 그 장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18) 프로이트는 “이 <최초 성교 장면>과 이 환자의 꿈, 증상, 그리고 그의 인생 역정의 관계를 조사하는 것”19)에서부터 정신분석을 시작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증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인상, 즉 원장면은 그것의 의미가 밝혀지지 않은 채 먼저 각인이 되고 의미는 사후적으로 생성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의미가 사후적으로 생성된다는 말은 최초의 장면이 지닌 의미가 부모님의 성관계였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배하는 증상의 기원으로서 그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가가 정신분석 과정을 통해 나중에서야 밝혀짐을 의미한다. 원장면을 기표로 치환해 본다면, 의미가 부재하는 증상적 기표가 나중에서야 의미를 갖게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주체를 장악하고 지배하는 것은 시니피앙이 가지고 있는 시니피에가 아니라 시니피앙 그 자체이다. 이어서 소쉬르의 도식에서 라깡의 도식으로의 이행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의와 기표를 감싸고 있는 타원의 부재이다. 라깡은 이 타원을 삭제함으로써 기호의 구조적 통일성을 파괴하고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단절과 시니피에의 미끄러짐을 나타내고자 했다.


소쉬르의 사상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랑그와 파롤의 구분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구분하자면 랑그는 추상적인 언어 체계를, 파롤은 개별적인 상황에서 행해지는 개별적 발화를 의미한다. “언어(랑그)는 사회적 산물로서 개인이 언어활동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20) 것이며 소쉬르는 이러한 랑그를 구성요소들 사이의 차이와 관계로만 규정되는 순수한 가치체계이자 기호체계로 바라보았다.21) 반면 파롤은 개인적인 발화이며 추상적인 언어체계, 즉 랑그를 현재화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랑그와 파롤의 구분은 체스 게임을 통해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체스라는 놀이는 추상적인 규칙과 약속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규칙은 실제로 이루어지는 게임의 실현을 통해 구현된다. 체스의 규칙은 게임과 상관없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게임이 진행될 때 구현되는 체스 말들 사이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22) 소쉬르는 다른 과학들과는 다른 언어학의 독자적인 과학성을 확보하기 위해 랑그와 파롤을 구분하였고 언어학의 일차적인 대상을 랑그로 삼는다.23) 이러한 체계, 즉 구조와 같은 랑그는 공시적인 것을 의미한다.24)


공시태(synchronie)는 소쉬르가 언어학에 시간성을 도입한 결과로서 나타난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배제한 정태적인 시점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시간을 통해서 진행되는 시기를 통시태(diachronie)라고 부른다. 공시태와 통시태를 구분함으로써 언어학의 대상 역시 현재와 역사로 구분되는데 이 둘의 차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을 비교할 때 우리는 환율이 시간에 따라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화폐를 다른 국가의 화폐와 비교하여 교환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추이를 관찰하는 대신 미국의 통화와 한국의 통화, 일본의 통화 등 국가의 화폐와 화폐 간의 현재 가치를 비교할 것이다. 이처럼 언어학 역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지만, 발화하고 있는 현재 작용하고 있는 구조에 관해 탐구할 수도 있다. 즉 공시적 언어학은 특정 시점에 동일한 언어 공동체에서 지각되는 체계와 언어의 작동을 살펴보는 것이고 통시적 언어학은 역사적으로 언어가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기술하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전까지의 언어학은 역사언어학일 뿐 공시적 언어학은 아니었다고 말한다.25)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은 순수한 공시적 상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이분법은 방법적 이론적 필요에 의해 고안된 것이다.26) 이러한 공시태와 통시태의 구분은 랑그의 체계성을 이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제시된 인식론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27)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아니라 현재 작용하고 있는 랑그에 주목함으로써 소쉬르는 기존에 이루어지던 역사언어학(통시적 언어학)에서 공시적 언어학을 분리해 냈으며, 현행적인 발화 배후에 있는 구조를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라깡은 이러한 공시태를 아버지의 법을 받아들이는 순간, 즉 부성적 은유의 순간과 연결시킨다. 프로이트의 ‘포르트-다’ 사례에서 ‘포르트-다’란 어머니의 부재를 상징화함으로써 상징계 내로 진입하는 것으로 설명한 바 있었는데,28) 라깡은 이 순간을 ‘포르트’와 ‘다’라는 두 가지 음소의 공시적 구조 속에 주체가 동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29) 즉 ‘가버린(포르트)’이라는 기표로 상징화된 어머니는 없는 것인 동시에 기표로서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없음’을 의미하는 ‘가버린(포르트)’는 부재를 나타나는 기표가 되고 실패를 당김으로써 어머니의 부재 대신 아이가 갖게 되는 것은 실패 꾸러미이다. 이런 방식으로 아이의 상실이 기표로 대되어 상징계에 진입하게 되는 것과 동시에 어머니가 아닌 다른 대상을 욕망하게 된다. 또한 공시태의 도입으로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말하는 주체’인데, 통시적 변화를 연구하는 일에 주체의 의식은 개입하지 않지만 공시태에서는 현재 말하는 주체의 의식 속에 들어 있는 언어의 사용이 중요하게 등장한다.30) 즉 공시성이란 현재 발화하는 주체를 사로잡고 있는 체계이며 이것을 라깡적인 용어로 표현하자면 말하는 주체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로서의 언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31) 현재 말하고 있는 언표의 주체는 말하는 순간마다 대타자의 담론에 지배를 받고 있는 반면32) 언표 행위의 주체는 상징계 내에 진입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쉬르에게서 랑그가 파롤보다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것과 달리 라깡에게서는 파롤에 중요성이 부여된다.33) 대타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상징적 주체의 현실 속에서 주체의 진리는 ‘꽉 찬 말’로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1. “이 시기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 중에 특히 중요한 것은 1956년에 발표된 그레마스의 논문, 《현대 프랑스어》지 1956년 3호에 실린 <소쉬르주의의 현황>이다. 『이 논문에서 나는,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즉 메를로 퐁티는 철학에서, 레비 스트로스는 인류학에서, 바르트는 문학에서, 라캉은 정신분석에서 언어학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에, 정작 언어학 내부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이제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를 제자리에 자리잡게 할 때라고 지적하였다.』”(A. J. Greimas, 필자와의 대담 재인용; 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이봉지, 송기정 옮김, 동문선, 1998, 85.); “이같은 사실을 제일 먼저 간파한 이는 구조주의의 대부격인 레비-스트로스로서 그는 친족 체계를 하나의 언어로 보았다. 그에 이어 바르트도 문학을 하나의 기호체계라고 규정한다. (...) 소쉬르 사상을 프랑스 사상계에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두 사람을 꼽으라고 한다면 메를로-퐁티와 레비-스트로스를 들 수 있다. 특히 메를로-퐁티의 『일반언어학 강의』 해석은 레비-스트로스를 비롯한 다른 사상가들과는 현격하게 달랐지만 어쨌든 소쉬르 언어사상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장본인임에는 틀림이 없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201-202.)


2. 프랑수아 도스에 따르면 구조주의라는 용어는 야콥슨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1928년 헤이그에서 열린 제1차 국제언어학회에서 위대한 미래를 여는 결속이 맺어지는데, (...) 또한 <구조주의>라는 용어가 처음으로 야콥슨에 의해서 사용된 것도 바로 이 회의에서였다. 소쉬르는 체계라는 용어만을 사용했으며, 이 말은 《강의》의 3백 쪽에 걸쳐서 1백38번이나 쓰고 있다.”(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85.); “소쉬르가 그의 책에서 ‘구조’라는 말 대신 ‘체계’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200.)


3. “언어는 따라서 항목들을 그것들이 맺는 관계에 따라 조직하는 체계이다.”, “구조주의 사상가들의 구조개념은 바로 체계의 다른 실재들과 맺는 관계로부터 가치를 이끌어내는 소쉬르의 체계 개념 외 다름 아니다.” (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97, 200-201.)


4. “자의적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해 보자. 개인의 선택의 자유에 달린 것이란 의미로서의 자의적이란 뜻이 아니다. 개념과 관련해서 자의적이다. 즉 청각영상을 이 개념과 특별히 연관 지을 이유가 그 개념 자체 내에는 전혀 없다는 의미로 사용된다.”(F. Saussure, 『소쉬르의 3차 일반언어학 강의: 1910~11: 에밀 콩스탕탱의 노트』, 253.)


5. 소쉬르의 단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기존 언어학과 소쉬르 사이에 실제로 단절이 있었다고 옹호하는 학자들이 있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그것이 과장되었다고 말하거나,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 있는 변화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할 수 있다. 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86-88.


6. 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272.


7. “기호는 양가적(ambivalent)이다. 기표와 기의의 양면성은 지시체를 배제하는 데 이른다. (...) 기호의 이원적 성격은 그의 기호학에서 명시적으로 지시체적 대상을 배제하도록 만든다. “언어기호는 하나의 사물과 이름을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념과 청각영상을 결합한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276.); “기호가 현실을 표상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릇된 것이다. 소쉬르에게 있어서 기호는 바깥 세계에 있는 사물의 그림이나 사진복사가 아니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274.)


8. “이와 같은 정의를 통해 소쉬르는 현실, 즉 지시 대상을 억어학자의 연구 영역의 외부에 속하게 한다. 그러므로 소쉬르의 기호는 지시 대상을 배제한 기의(개념)와 기표(청각 영상)의 관계를 다룬다. (...) 즉, 각 언어 단위는 언어 외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으며 오직 언어 체계 내의 다른 언어 단위들과 결합할 뿐으로, 이러한 내적 결합은 음성과 의미의 두 가지 차원에서 일어난다.”(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90.)


9. 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300.


10. “의미작용은 기표와 기의의 관계에서 도출된다. (...) 각각의 의미작용은 이런 대립들에 의해서 경계가 그어진다. a라는 단위의 의미작용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포지티브한 성질들에 따라 그것을 조준해서는 안되며, 그와는 반대로 그것이 아닌 non-b, non-c와 같은 식으로 얻어내야 한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98.)


11. “강의의 핵심은 기호의 자의성을 확립하고, 언어가 내용, 혹은 체험된 것에 의해서가 아니고 순수한 차이에 의해서 구성된 가치 체계임을 제시하려는 데 있다.”(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84.); “전체 언어체계에 의해서만 기호는 다른 기호들과 구분되는 특수성을 갖게 된다.”(A. 르메르, 『자크 라캉』, 문예, 1994, 39.); “한 언어의 모든 체계는 동일성과 차이로 조직된다. a가 가치를 갖는 것은 그것의 실체적 가치에 의해서가 아니라, non-b, non-c에 의해서이다. 이것이 바로 철저한 자의성의 파급효과 중 하나이다. 체계는 오직 그 자신과 관련해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언어에는 오직 차이밖에 없다는 것이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96-197.); “어떤 하나의 항목이든, 그것을 「의미하는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은 개개의 항목이 지니는 특유한 성질이 아니라, 그 성질과 다른 음이 가지고 있는 성질과의 차이difference인 것이다. 실제로 이들 차이는 얼마간의 「대립」으로 체계화되어 서로가 엄밀한 관계로 맺어진다. 예컨대 영어에서의 경우, tin이라는 낱말의 어두움과 kin의 그것과의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 차이가 각 낱말에 상이한 「의미」를 주게 되는 것이다.”(T. 호옥스, 『구조주의와 기호학』, 오원교 옮김, 신아사, 2002, 25.)


12. 「문자의 심급」 É, 593 참조.


13. “두 도식들(소쉬르와 라깡―역자 주)을 비교 검토하기 위해 한 가지 요소가 변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음을 주목하고자 한다. 즉 각각의 도식에서 우리는 두 요소들을 분리하는 수평적인 분리대(barre)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분리대라는 기표로―명명하는 그 순간 우리는 이미 라깡의 편에 서게 된 것을 단번에 깨달을 수 있다. 왜냐하면 소쉬르는 분명히 이 같은 횡선을 명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M. 아리베, 『언어학과 정신분석학』, 최용호 옮김, 인간사랑, 1992, 195.)


14. “이 가로선은 첫 번째 식 S/s에서는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관계 속에서 구성되는 의미작용의 저항이 설립되는 비환원성을 나타낸다.”(「문자의 심급」 É, 615.) 덧붙여 설명하자면, 이 가로선은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의 단절뿐만 아니라 억압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성적 은유에서 가로선은 기표에 의한 기표의 대체, 하나의 기표가 다른 하나의 기표에 의해 억압되는 것을 일컫는다.


15. “그리하여 시니피에가 시니피앙 아래로 끊임없이 미끄러져 들어간다는 개념이 어쩔 수 없이 필요해진다.”(「문자의 심급」 É, 600.)


16. “이 누빔점에 의해 시니피앙은 그렇지 않았더라면 끊임없이 미끄러졌을 의미작용을 멈춘다.”(「주체의 전복」 É, 948.)


17. “문장의 각 단어는 다른 단어의 구성 속에서 선취되고, 거꾸로 후자의 의미는 전자의 소급 효과에 의해 결정되면서 문장의 의미는 마지막 단어와 함께 비로소 완결되는 것 속에서 그러한 누빔점이 문장 속에서 통시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주체의 전복」 É, 948-949.)


18. S. 프로이트, 『늑대인간』, 김명희 옮김, 열린책들, 2017, 236-237.


19. S. 프로이트, 『늑대인간』, 238.


20. 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261.


21. “랑그가 물질적인 실체의 속성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소쉬르는 그것을 구성요소들의 차이와 관계로만 규정되는 순수한 가치체계의 구조로 파악했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기호체계로 상정한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15.)


22. T. 호옥스, 『구조주의와 기호학』, 23 참조.


23. “즉, 언어현상을 공통으로 공유하는 일체의 다른 과학들로부터 언어학의 내적인 과학성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독자성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이것을 위해 소쉬르는 먼저 랑그와 파롤을 구분함과 동시에 랑그를 일차적인 언어학의 대상으로 삼는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15.); “우리가 직면하는 문제는 분기점 또는 분지화이며, 연구 대상으로서 취해야 할 것이 개인적 발화(파롤)인지 아니면 언어(랑그)인지 아는 일이다. (...) 우리가 먼저 추구할 것은 언어(랑그)의 연구이다.”(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299.) 그러나 소쉬르가 자신의 언어학에서 파롤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언어(랑그)가 나오는 곳이 어디인지에 관한 일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개인들의 발화(파롤)를 필요로 한다.”(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269.)


24. “이러한 체계는, 비록 이와 같은 초기 단계에서 우연히 만나게는 되었어도, 진정 구조적이라고 불려질 수 있다. 그것은 공시적 현상인 것으로 지각되는 것이다.”(T. 호옥스, 『구조주의와 기호학』, 27.)


25. “역사언어학을 제외하고는 오랫동안 거의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었다. (...) 학자들이 개시했던 비교문법은 역사언어학에 불과한 것이다. 비교되는 항들로부터 선행 유형의 가설을 추출했기 때문이다. ”(F. 소쉬르, 『소쉬르의 마지막 강의』, 317.) 여기에 대해 김성도는 진화론이 큰 영향을 끼쳤던 19세기 당시의 상황에 소쉬르 또한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한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65 참조.)


26. 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02, 116 참조.


27. “여기서 나오는 공시태와 통시태의 이분법은 랑그의 체계성을 이상화시키기 위해 만든 인식론적 조작의 모델일 뿐이며 현실적인 랑그의 모습은 아니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16.)


28. 본 논문의 각주 144 참조.


29. “그런데 두 개의 초보적인 내뱉음éjaculation의 상징적 쌍 속에서 곧바로 체현되는 이 대상은 주체 속에서 음소들의 이분법의 통시적 통합이 이루어질 것을 알리는데, 현존하는 언어가 주체의 동화에 공시적 구조를 제공한다. 따라서 아이 또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인 단어들인 ‘포르트!’와 ‘다!' 속에서 다소 엇비슷하게 재현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구체적인 이야기 체계 속에 참가하기 시작한다.”(번역 수정, 「말과 언어의 기능과 장」 É 374); “자신의 장場에서 접근방식을 확신한 프로이트가 자동반복의 모델을 찾으면서, 은폐의 놀이와 두 음소의 교체적 발성―아이가 결합시켜 그를 놀라게 한―이 만나는 지점에 멈춘다는 것을 말이다. (...) 그곳은 유아적 주체에 앞서는 그리고 유아적 주체를 구조화할 상징적 질서가 인공 수정되는 지점이다.”(「치료를 이끌기와 그 권력의 원리들」 É, 701.)


30. “보통의 말하는 주체들 의식 속에 존재하는 것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공시적 사실만이 의사소통의 관건일 뿐 언어의 변화에 대한 통시적 의식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즉 언어의 정태적 관점은 말하는 주체와 동시에 언어학자 모두에게 관련이 되지만 수직축인 통시적 전망은 오직 언어학자의 연구 대상일 따름이다.”(김성도, 『로고스에서 뮈토스까지』, 102.); “공시적인 사실만이 화자의 의식을 차지하고 있고, 의미를 창조하는 것도 공시적인 사실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박인철, 『파리 학파의 기호학』, 민음사, 2003, 48.)


31. “억압된 것과 증상은 동질적인 것이며 시니피앙들의 기능들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이들의 구조가 아무리 다른 모든 축조물처럼 순차적으로 구축되었다고 해도 어쨌든 그것은 결국엔 공시적인 관계 속에 기입될 수 있습니다.”(SE XI, 266.)


32. “즉 주체는 타자의 장에 종속된 상태로서만 주체일 수 있다는 것, 주체는 이 타자의 장에 공시적으로 종속됨으로써 나타난다는 것이지요”(SE XI, 285.)


33. “주된 관심의 대상이 랑그였던 소쉬르와는 반대로 라캉은 파롤에 특권을 부여했다.”(F. 도스, 『구조주의의 역사 I』,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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