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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하고 싶은 주부엄마
인생 리모델링, 될까? 8
by
조인
Sep 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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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승진 소식을 듣게 된 날
진심으로 기쁘다
그녀의 애쓴 시간들과
참고 견딘 설움의 시간들을
간혹 듣게 될 때면
나도 함께 마음이 저리곤 했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그래도 참 대단하다 여기며 응원하곤 했다
그리고 마침내
10여 년이 넘는 긴 시간을 견딘 그녀는
승진이라는 성과에 닿고야 말았다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급여의 보상도 이루어졌다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녀가 사는 비싼 밥을 기쁘게 얻어먹었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자식도 아닌데 말이다
그녀와 헤어져 돌아오는 길
축하와 기쁨으로 상기되었던 마음이 차분해지며
조심스레 슬쩍 나를 견준다
그녀가 그 시간을 지나는 동안
나도 나의 시간을 함께 지났을 터인데
나는 무엇을 했지
어떤 성취나 돈의 보상에 대한 열등감은
내 선택에 대한 마땅한 보응으로 남겨둔다만
그것 이외에
또 다른 영역에서의 위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뒤적여 본다
뭘 했지, 뭐 잘한 건 없었나, 나 스스로 뿌듯함을 느껴도 될 만한 그 무엇이 뭐가 있을까
결론에 닿지 못한 채
아이를 하원 시키러 가야했다
수없이 많은 실패와 좌절이 있었고
고민과 방황이 있었다
선명하게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때그때 누린 행복들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딛고 선 오늘의 삶은
그 시간들이
기반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일어서고 일어서고 또 일어서며
수많은 계획들을 다시 세우고 찢고 반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내공이라도 좀 생기진 않았을까
좀 단단해진 내가 되지 않았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며
이곳저곳으로 생각들은 흩어져 버린다
아이들이 꽤 자라고 조금 여유가 생긴 틈을 붙잡아
나는 나의 지난 그 시간에 대해 증명하고 싶어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친구는 내게 말했다
그냥 울며 버틴 것밖에 없다고
나도 다음의 어느 날 만남에서
나 또한 버텼더니 나름의 승진이 있더라며
나의 삶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자기 위안을 위한 합리화가 아닌
진짜 승진의 스토리 말이다
살림력이 일취월장하고 능수능란한 육아와 심지 굳은 교육을 하며
내 인생의 등급이 올라선 이야기 말이다
(물론 돈까지 벌게 되는 스토리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만)
*잘하고 있어라는 자기 위안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이 나는 위로가 되지 않더라
실패하더라도(실패했고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
재기의 속도에 가속을 붙여 나아가는 것
지금 내가 주력하는 것은 이것이다
좀처럼 일어서질 못하고 주저앉은 채 보낸 시간이 너무 길었지
나는 이제 그만 주저앉아있고 싶은 거지, 그게 지겨워 애쓰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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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삶의 호환. 글이 고여 글을 씁니다. 지금은 아마도 혹독한 '마흔앓이'중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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