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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인 Oct 01. 2022

아이를 키운다는 것_나와의 싸움

인생 리모델링, 될까? 9

내 인생 하나 어찌할 줄 몰라 헤매는 사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아이에게는 벌써 아이의 세계가 생겨났다

 

엄마의 품 안에서만 머무르던 아이

좀처럼 엄마의 곁을 떠나려 들지 않던 아이가

여덟 살이 되고 어렵사리 학교에 적응해 나가더니  

이제는 자유의 맛을 알아버린 듯하다

 

쫄보가 제법 혼자 슈퍼에 가기도 하고

자기주장이 생기고

친구들로부터 유튜브로부터 책으로부터 그 외 자기가 접하는 다른 세상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메시지들을 받으며

자기 세계를 구성해 간다

내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말이다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잔뜩 긴장한다

이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 걸까

나는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속담 책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만화로 된 속담이야기를 빌려다 주었다

아이는 흥미롭게 책을 읽었고

책 읽는 모습을 바라보는 엄마는 뿌듯하다


장난감을 분해하여 만지작거리며 무언가를 만들던 아이가 내게 도움을 청했으나

나는 분해를 도와주느라 설거지할 시간을 놓쳤기에

오늘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고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끝없이 계속 도와줄 만큼의 인내심은 없다

오늘은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설거지를 이어 나갔다


엄마의 냉대를 받으며 혼자서 한참을 끙끙거리던 아이는

짜증이 극에 달해 소리를 지르며 떼굴떼굴 바닥을 굴러다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는데 아니잖아

고생했는데 왜 안 되는 거야"


적절한 상황에 대입하여 속담을 써먹는 아이가 기특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제는 이 아이가 생각한다는 사실에 긴장했다

나의 말과 나의 삶에 대하여도 아이는 이제 생각하고 견주고 판단하겠구나

이전까지는 그저 나의 말이 나의 생활하는 모든 모습이 아이에게 스미고 좋든 나쁘든 아이가 이것을 닮아간다는 사실에 좀 찔리고 불안하고 한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생각하고 검증하고 분별하고 판단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인식이 들었고

나는 좀 더 깊은 두려움을 느낀다


 



아직 어린 네가 화내는 나를 보며

'엄마 진정해'라는 말을 해줄 때

나는 너무 부끄러웠어

화를 참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는 너를 대할 때

나는 '아들 진정해'라고 해줄 수 없을 만큼

미안했어

내가 화를 대하는 태도를 그렇게 보여주고 그렇게 가르친 것 같아서 말이지


어떡하지...

지나온 시간들을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 하루라도 자알 살아보자

아이가 살기를 바라는 방식과 태도로 살아보자 

아이의 입에서 나왔으면 하는 말들이 내 입에서 먼저 나오도록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살아보자

일단 이 하루라도 말이다


나의 삶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실패의 습관과 싸우는 시간들

나를 위해 그리고 너희들을 위해

나는 어제의 실패를 딛고 오늘 또 일어설게

어제의 실패를 다져 그 위에 오늘의 삶을 세워볼게

오늘도 다짐


잘 자라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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