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 한 달을 돌아보며

예전보다 행복한 날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사실 홈스쿨링을 하면서 일일이 기록을 남겨놓지는 않았다. 금세 그 생활에 익숙해졌고, 그저 흐름 따라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초반에는 이 선택이 잘한 것인가를 가늠하기 위해서 수시로 뭔가 적었는데, 한 달 후에 돌아본 감상이 있어서 그것을 가져와 봤다. 이것은 방학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우리의 홈스쿨링 수업을 시작한 것을 기준으로 한 한 달이었다.


처음에 방학으로 시작했을 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저 공부 생각 안 하고 진짜 잘 놀은 방학이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업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나름 시간표도 짰지만, 완벽하게 잘 지키지는 못했다. 몸이 약한 아이를 일단은 실컷 자도록 내버려 둠으로써 여유로운 아침을 시작했다. 절대 깨우지 않았고, 그 대신 밤에 일찍 자게끔 지속적으로 유도했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습관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간표대로 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점은, 일단은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시간표를 늦은 아침으로 잡지는 않았다. 늦게 일어나 부족한 부분은 결국은 자신의 자유시간을 빼서 활용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집중하지 않고 느림짱을 부릴수록 역시 자유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했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을 조금씩 실천하기 시작했다.

홈스쿨링 시작하면서 종이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오전엔 주로 신문을 읽고, 엄마랑 영어공부를 조금 하고 나면 거의 시간이 다 갔다. 오후엔 번갈아가면서 다른 과목들을 조금씩 봤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지난번에 만든 마시멜로 독서 클럽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모든 일정은, 내가 시키지 않고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끔 했으며, 함께 공부하는 것도, 내가 불러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 이번엔 영어 할 차례예요." 하고 아이가 나를 찾게끔 했다.

한 달이 지나니 아이는 많이 익숙해졌다.


홈스쿨링 이전에 비해 좋아진 점이라면...


1. 건강해졌다.
하루에 한두 번씩은 나가서 줄넘기를 하고 있으며, 푹 쉬고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인지 한 달에도 몇 번씩 드나들던 소아과에 몇 달째 한 번도 안 가고 있다.

2. 언성을 높일 일이 없어졌다.
아이와 나는 원래 사이가 좋았고, 사실상 아이가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아침마다 학교 가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자주 있었다. 또, 밤늦게 숙제나 준비물이 생각나서 꾸중을 듣기도 했고, 숙제가 들은 교과서를 놓고 와서 야단맞는 일도 있어서, 우리 집도 다른 집들처럼 엄마의 잔소리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잔소리하지 않고, 큰 소리를 내는 일이 한 달 동안 한 번도 없었다!

3. 스스로 하려고 노력한다.
무엇이든 자기가 주체가 되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인식하고, 깜빡 잊었다가도 스스로 챙겨서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수동적인 태도에서 능동적인 태도로 바뀌어갔다.

4. 얼굴이 밝아졌다.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져서 훨씬 밝아졌다. 항상 기분이 좋다. 무엇을 하든지 억지로 하는 느낌이 없이, 즐겨하게 된 것 같다.

5. 집중력이 높아졌다.
눈에 띄게 학업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뭔가를 하면 훨씬 잘 집중한다. 일례로, 내 퀼트 수업이 있는 날이면, 집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산만해지기 쉬웠다. 전 같으면, 방에서 책 읽다가도, 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번개같이 나와서 문을 열어주곤 했었는데, 지난번 수업 때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소리가 들렸으면,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이가 꾹 참고 앉아있기는 참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6.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집에 있으니, 엄마까지 제때 밥을 챙겨 먹고, 신경도 더 쓰고, 아이는 스스로 시간표를 보면서 하루를 관리하고, 되도록이면 그 시간 대에 맞추려고 노력함으로써 보다 규칙적인 생활,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급진전으로 완전히 개선된 것은 아니지만 한 달 동안 지켜봐 온 것으로 볼 때, 첫 단추는 잘 채워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개선할 것을 정리했다.

가장 기본적인 개선 사항은 시간표 다시 짜기였다. 시켜지지 못하는 시간표는 의미가 없었고, 시간표를 무시하는 습관을 갖게 만들기 쉬웠다. 그래서 우리의 실천 가능성에 맞춰서 다시 계획을 세웠다. 또한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도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이의 시간표를 존중해서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 먼저 지켜주도록 하고 싶었는데, 그게 마음같이 되지 않아서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시 짠 계획표에서는 새로운 것들도 추가되었다.


아이가 원해서 서예를 시작했고, 시내 나갈 일 있을 때 한 번씩 들르던 서점에를 아예 요일을 정해놓고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기로 했다.

엄마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영어는 한 달간 이런저런 교재를 사용하며 시험해봤는데, 본격적으로 교재를 정해서 진도를 나가기로 했다. 재미 위주로만 하는 것이 아니어서 다소 딱딱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늘 처음 한 소감은 "정말 공부하는 기분이 들어서 뿌듯해요."였다. 계속 놀다 보니 뭔가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이는 잘해나가고 있으니, 내가 좀 더 소신 있는 엄마로서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거의 매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행복했다. 아이도, 나도 둘 다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이미 성공의 시작이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홈스쿨링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처음 시작하는 마음은 어떠하였는지 등을 위주로 적었는데, 다음번부터는 많이들 궁금해하는 실제적인 것들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한다. 물론, 내가 아이를 키우던 시절과 지금의 시절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다소 구세대적인 면이 있겠지만, 결국 세상의 이치는 한 가지에서 통한다고 생각하니 뭔가 적용될 점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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