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나 가족에게 신세 지지 않고 한국 물건 쇼핑하기
이렇게 캐나다 와서 살다 보면, 한국의 물건들이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늘 편하게 사서 쓰던 물건인데 여기서는 마땅한 것을 통 구하기 힘들다든지, 아니면, 딱 이거다 싶은 한국 물건이 이곳에서는 세배 가량의 가격을 과시하고 있을 때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아무리 한국에 가족이 있어도, 이거 저거 사서 부쳐달라는 잔심부름을 시키기는 쉽지 않다. 나도 한국에 동생이 있긴 하지만, 이미 직장 다니며 어머니 수발에 시간을 신경 쓰느라 바쁘기에, 별 볼일 없는 내 우체국 심부름을 해달라는 말은 입에서 안 떨어지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가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물론 내가 부쳐 달라고 하면, 착한 내 동생은 또 자기 시간을 쪼개서 해주겠지만, 내가 무슨 염치로 부탁을 하겠는가! 정말 위급한 물건이 생기면 몰라도 그냥 마음을 고이 접는 것이 내 정신 건강상으로도 더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종종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도 접어두곤 하였는데, 이런 심부름을 대행 비용 없이 해주는 우체국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여기저기 올라온 후기들을 보면서 접하게 되었는데, 정말 그렇게 만족스러운지 의문스럽기도 하면서, 이보다 더 편리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한 번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우선 내가 사고 싶던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적어보았다. 씨앗을 몇 가지 사고 싶었고, 요즘 핫하다는 양배추 채칼도 하나 사고 싶었다. 여기서도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세배가 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끔 구절판 해 먹으려면 필요한 석이버섯도 늘 아쉬웠다. 여기서는 구할 수가 없어서 목이버섯으로 대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쉽게 사 먹던 비타민씨도 여기서는 딱 마땅한 것이 없었다. 어렵사리 구매한 것은 이미 산화가 진행되어 변색이 되었기에 마음도 상했다. 이렇게 저렇게 골라보니 꽤 여러 가지가 되어서 한 번 해볼 만 해졌다. 이런 것들을 지인이나 동생에게 부탁한다면 정말 이런 민폐가 없겠다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이런 우편 대행을 하는 우체국이 꽤 여러 군데가 있었는데, 나름 심사숙고해서 한 군데를 선택했다. 이곳은 대행 비용이 무료라는 것 이외에도, 물건을 담아 보내는 박스비용도 따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포장이 꼼꼼하여 안전하게 온다는 평들이 있어서 이왕이면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주에 이렇게 배달되었다!
너무나 얌전하게 포장이 되어서 순식간에 도착했다. 사실, 발송했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처음에 한국에서 지지부진 이삼일 비행기 대기하고 있는 것 같길래 트래킹도 안 하고 그냥 잊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빨리 소포가 도착해서 깜짝 놀랐다!
열어봤더니, 속에 비닐봉지를 한 겹 더 넣어서 혹시라도 비가 와도 물에 젖지 않도록 꼼꼼히 챙겼고, 물건들도 마치 친구가 챙겨 준 듯, 엽렵하게 포장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사은품 일회용 장갑까지 넣어주니, 정말 한국에서 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후기를 쓰려면 사진을 꼼꼼히 찍어야 하는데, 나는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풀어버려서 제대로 된 사진이 없다만, 사실 뭐 소포 내용을 자세히 구경해봐야 뭐 하겠는가!
제일 좋았던 점은, 속포장 겉포장 모두 안전하게 되어있었다는 것이었고, 특히나, 과도한 운송요금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상자를 더 작게 만들어서 단단히 채워줬다는 점이었다.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에 자리가 부족해서 무게만으로 가격을 매기지 않고, 박스 크기로 추가 요금이 붙기 때문에 그렇게 요금이 올라가면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소포를 취급하는 입장에서는, 그냥 비슷한 박스를 넣어서 보내면 그만이고, 또한 요금이 많이 나오면 수익을 올리기에도 더 좋을 텐데,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줬다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후기를 써주면 5천 원 적립급까지 준다고 했지만, 적립금만 생각한다면, 그냥 페이스북에 사진 두세장 해서 올리고 요청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 서비스가 너무 고맙고 좋아서, 혹시라도 이런 서비스가 정말 쓸만한 것인지 고민스러운 분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자 하는 마음에 기꺼이 브런치에 적게 되었다.
특히나 내 글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는 해외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한국에서 구매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보시라고 귀띔해주고 싶은 것이다. 분명히 그분들도 나처럼 한국 물건을 고민 고민하다가 포기하였을 테니까 말이다.
책도 있고, 씨앗도 있고, 석이버섯도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구나! 봄의 길목에서 만난 크리스마스 같다! 선물이 풍성한 따스한 크리스마스...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하여 간략하게 사용법을 적어본다. 내가 이용한 곳은 전북 진안에 있는 동향 우체국이었다. 카카오톡 아이디 qkrrhksaks1을 찾아서 친구 등록을 하고, 모든 내용은 카톡으로 진행한다.
난 원래 상업적인 친구 추가를 잘 안 하는 편이어서 조심스러웠는데, 신청 후 카톡을 보내자마자 바로 성의 있는 답장이 왔다. 나는 일단, 내가 어디에 거주하며, 받고 싶은 무엇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렸다. 배송이 불가한 품목을 무작정 주문하여 보내는 실수는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정해진 문구가 있는 듯, 상세한 안내가 왔다.
그리고 내가 적은 물건들은 모두 가능하다는 말과 더불어, 현재 캐나다는 EMS 배송만 가능하다고 했다. 이것은 그때그때 상황이 바뀌니 꼭 확인을 해야 할 부분이었다. 그리고 물건을 주문할 때, 내 이름 뒤에 캐나다라고 붙여서 보내라고 했다. 그래야 그 물건들을 헷갈리지 않게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카톡은 편안하게 주고받았으며, 아주 명확하게 안내를 해줘서 별로 어려움이 없었다. 당시에 이곳이 밤 12시가 넘었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사고 싶던 물건들을 쇼핑해서 우체국으로 발송했다. 문제는 한국의 택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서 국내 배송이 좀 오래 걸렸다. 특히나 책이 그랬다.
그래도 우체국으로 물건이 도착할 때마다 바로바로 사진으로 인증샷을 보내줘서 현재의 배송 상황을 알 수 있게 도와줬다. 그리고 물건이 다 왔는지 확인한 후에 포장을 하고 다시 계산하여 명확하게 요금을 알려왔다. 물론 포장한 사진도 역시 카톡으로 왔고, 내가 먼저 궁금하여 무엇을 물을 새가 없이 완벽하게 서비스하였다. 그리고 내가 입금을 하자마자 배송이 진행되었고, 그 이후로는 비행기 상황에 따라서 배송속도가 결정되었는데, 발송 후 일주일 후에 집까지 도착하였으니 이 정도면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면 우체국에서는 왜 이런 서비스를 할까? 남는 게 있을까 의심이 가겠지만, 우체국은 우편물 발송 건당 수수료를 받아서 운영되기 때문에, 많이 발송하게 되면 수익이 많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즉,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진행방식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여 우편 요금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주는 모습에서 나는 인간미를 보았다. 때론 참 팍팍하다 싶은 세상에서, 이런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리고 그냥 사무적으로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마음을 담아서, 이왕 하는 일에서 더욱 보람을 찾고,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너무 고맙다. 그런 분들 덕에 세상은 더욱 살만하다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소포가 마치 친정에서 온 것처럼 기쁘고 마음이 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