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획득의 개념을 장착하자
최근에 초보용 북클럽으로 진행한 책은 Nate the Great라는 유아용 탐정물 시리즈였다. 나는 초보용 첫 책으로 이렇게 쉬운 책을 권한다. 원서 읽기를 통해서 영어공부를 시작할 경우, 술술 읽히는 책을 선택함으로써, 분석하거나 밑에서부터 거슬러 해석해 올라오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도 또 분석은 어쩔 수 없이 들어가게 된다. 긴가 민가 하는 것들이 쌓여갈 때 한 번씩 해소를 해주면 그 또한 도움이 되니, 성인 영어공부법에서는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들을 보면 대부분, 아주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도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싶은 것들이다. 좀 어려운 단어보다 기초 단어의 뜻을 유추하는 것이 때로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에 동사 get이 있다. 이 get은 주책맞게도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끼어든다. 너무 자주 쓰여서 힘드는데, 나는 그래서 차라리 좋지 않냐고 우겨본다. 왜냐하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그냥 이 get을 쓰면 대충 해결되기 때문이다.
옛날에 본 무슨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You get the girl."
너는 가서 여자를 구해.
뒷부분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앞부분에서 get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나 혼자 "와!" 했던 것 같다. "저기에 get을 쓰니까 정말 간편하구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구한다'는 동사를 쓸 필요 없이 기본 동사로 해결이 된 것이다.
나는 가려운 데를 확 긁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우리 학생들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이번 책에서 get이 열 번 가까이 나왔는데, 각기 다른 느낌을 전달하면서 더욱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약간 정리를 해봤다.
get은 획득의 의미를 갖고 있다.
get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바로 이거다. 획득! 뭔가를 획득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 물건도 획득하고, 환경도 획득하고, 상태도 획득한다.
I'll go and get the cart. 내가 가서 카트 가져올게.
I got a flashlight. 나 손전등 가져왔어 (챙겼어).
Could you get me a towel. 나 수건 좀 갖다 줄래?
We should get some rice too. 우리 쌀도 사야 해.
예문들을 보면, 획득은 획득인데 참 애매하다. 꼭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손에 쥐면 그만인 거다. 물론 소유가 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있고, 폭넓게 사용한다. 즉, 내 손에만 들어올 수 있다면 다 이걸로 퉁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A: I'm looking for my phone; have you seen it?... Oh, never mind. 나 폰 찾는데, 봤어? 아, 아냐 됐어.
B: Did you get it? Where was it? 찾았어? 어디 있었어?
여기서도 get이 등장했다. 찾았다는 말 대신에 썼는데, 이 역시 손에 들은 것이다.
I got an idea! 내가 좋은 생각이 하나 났어.
Got it. 알았어. 찾았어. 이해했어
Get a job. 일을 구해봐. 직장을 찾아.
I'd like to get a refund, please. 환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니 사물이 아닌 것에도 사용된다. 역시 획득의 개념이다. 직업을 구하는 것도,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도, 말귀를 알아듣는 것도 모두 어떤 개념을 획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딱 맞는 동사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get으로 때우면 된다. 세상 편하지 않은가?
We can get you 15% off then. 그러면 우리가 15% 깎아줄게요.
여기는 심지어 획득이 아닌 것 같은데도 사용을 했다. 획득에 off를 붙여서 획득 반대 개념으로 간 것이다.
Let's get out of here. 여기서 나가자
Get on the bus, right now. 버스에 타, 지금 당장
She quickly got in my car. 그녀는 재빨리 내 차에 탔다.
We were getting closer to the park. 우리는 공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어디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에도 쓴다. 차에 타거나 버스, 기차등에 오를 때에도 쓸 수 있다. 즉, 어떤 장소에 들어가거나 나갈 때 사용하는데, 우리는 이럴 때에 go나 come을 쓰고 싶어 진다. 그래서 get이 나오면 불편하다고 여겨지기 쉽다.
How did they get out of the house? 걔네가 어떻게 집밖으로 나갔(왔)어?
How did you get here? 네가 여기 어떻게 왔어?
The cats got in and got out. 고양이들은 들어갔다 나왔다.
이런 문장에서 come이나 go를 대신 쓰면 안 되냐고 물었는데, 자연스럽게 쓰기 쉽지 않다. come이나 go에는 방향성이 있는데, 이 방향성이 한국어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Would you like to come along with me? 나랑 같이 갈래요?
한국어에서는 '갈래?"이지만, 영어로는 go가 아니고 come이다. 상대가 내 쪽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에서는 이 경우에 go를 쓰지 않는다. 설명을 들어도 이런 것을 처음부터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다시 고양이 문장으로 들어가면, 들어가는 것인지, 들어오는 것인지를 알아서 쓰기는 쉽지 않고, 내가 어디에서 보고 있든 간에 고양이는 안쪽으로 이동한 것을 말하기 때문에, 이런 애매한 순간에 get이 아주 유용하다.
Get well soon. 빨리 나아.
She was getting warmer using the heating pad. 핫팩을 사용하면서 그녀는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Go and get dressed. 어서 가서 옷 입어.
마지막으로 상태의 획득이다. 그렇지 않던 상태에서 그렇게 되는 상태로 가는 것을 말한다. 아프던 몸에서 건강한 몸으로 상태가 바뀌는 것, 차가운 몸에서 따뜻한 몸으로 상태가 바뀌는 것들을 말한다.
즉 바뀌지 않으면 get이 아니다. get의 여러 가지 중에서 상태나 환경의 획득의 경우, 반드시 상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환경이나 상태를 획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be를 쓰면 된다.
그래서 다들 어려워하는 것이 be와 get의 차이다. 둘 다 무지 쉬운 기본 동사인데, 똑같은 문장에서 어떨 때는 be를 쓰고, 어떨 때는 get을 쓰기 때문이다. "이럴 때 그냥 be 쓰면 안 돼요?" 하는 질문을 정말 자주 받는다. 물론, 안 된다.
I was cold. / I got cold. 나 추웠어. / 나 추워졌었어
첫 번째 문장은, 이미 추운 상태이다. 하지만 be 대신 get을 사용하면, 추워졌다는 뜻이 된다. 그전에는 안 추웠는데, 어떤 환경변화로 인해서 내 상태가 변한 것이다.
이 차이는 정말 수많은 문장에서 만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① They got married (last month). 쟤네 (지난달에) 결혼했어.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들이 그전까지는 싱글이었다가, 지난달에 비로소 결혼을 했다는 얘기다. 이런 대화에서는 시점까지 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 말에서는 명확히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번역을 할 때에는 '결혼식을 했다'라고 옮기기도 한다.
② They were married last month. 쟤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결혼한 상태였어.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들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결혼한 상태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금은 이혼했을 수도 있다. 그저 당시의 상태를 묘사한 것이다.
③ They are married. 쟤네 결혼했어.
이건 현재 상태다. 저 사람들은 결혼한 사람들인 것이다. 언제 결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미 결혼을 한 상태임을 말한다. 한국말로는 위 ①과 똑같이 말 하지만, 사실은 다른 뜻인 것이다.
④ They're getting married soon. 쟤네 곧 결혼해.
영어에서는 현재 진행형은, 물론 현재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도 말하지만, 정해진 가까운 미래를 말할 때도 사용된다. 따라서 이렇게 말하면, 저 사람들이 지금은 약혼의 상태이지만, 곧 결혼을 할 예정임을 말해준다. 여기서 사용된 be는 그냥 현재진행형을 만들기 위해서 쓰였을 뿐, 전혀 별개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복잡해 보이는가? 머릿속에 이 획득 개념만 넣으면 만사가 쉬워진다.
한 권의 책에서 나온 다른 문장이다.
Tonight, I got into trouble.
I was in big trouble.
get은 그야말로 트러블 안으로 들어가는 거니까 곤란에 처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던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에 반해서 be 동사를 쓰면, 그 상태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을 말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어로 옮기게 되면, 그리 다르게 만들어지지 않아서 헷갈리는 듯하다.
I was tired. 나는 피곤했어. (그 시점에 이미 피곤한 상태임을 묘사하는 것이다)
I got tired. 나는 피곤해졌어. (뭔가의 원인으로 피곤해진 것을 묘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보면,
My bag got too heavy to carry around.
여기서도 가방이 너무 ‘무거운’ 게 아니라, ‘무거워진’것이다. 무엇을 더 채워 넣었는지 무겁지 않던 가방이 너무 무거워져서 들고 다니기 힘들어진 것이다.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더라도, 일단 GET은 획득, 이 한 가지만 머릿속에 꾹 넣어두자.
표지사진 : Unsplash의 Nigel Tadyaneho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