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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슈에뜨 La Chouette Jun 01. 2023

김밥이 아니라 쌈밥!

반찬 마땅치 않은 날 곰취로 색다르게 뚝딱!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늘 저녁은 뭐 먹지?"가 모든 가정의 주제이다. 한국은 이게 주부들의 몫이라면, 우리 집에서는 부부 공동의 안건이다. 내가 뭉그적거리면 남편이 아이디어를 내고 저녁을 하곤 하는데, 나도 염치가 있지 가끔은 내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저녁이었다. 


내가 하면 한식이다. 일단은 내가 하겠다고 큰소리를 쳐뒀다. 요새 날도 더운데 뭔가 뜨끈한 것은 달갑지 않을 것 같고 해서, 간단한 한 접시를 만들겠다 하면서 망상거리다가 마당에 씩씩하게 올라온 곰취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은 너로 한다.


곰취 쌈밥을 하려는데, 강된장 끓여서 곰취 잎으로 싸면 한국식으로 딱 좋겠지만, 직접 싸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남편을 위해서 미리 싸서 대령하려면 아무래도 강된장은 좀 흐른다. 그리고 남편에게 크게 어필할 것 같지 않았다. 좀 다르게 해 볼 수 없을 까? 그래서 김밥모양으로 싸보기로 했다.



왼쪽 뒤로 멀리 보이는 것이 둥굴레, 곰취 오른쪽에 끝에 있는 것은 곤드레이다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일단 곰취를 따왔다. 처음 심었을 때에는 참 비실비실 했는데, 해를 거듭하며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 곰취는 이렇게 살짝 그늘진 곳을 좋아한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짓고, 곰취는 물로 씻어준다. 마당에서 딴 것이라 너무 열심히 씻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는 잎만 이용할 것이므로 줄기는 떼어내고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 조금 넣고 데쳐냈다. (줄기를 종종 썰어 강된장 끓일 때 넣어도 좋다) 적당히 한 1분가량 데쳤는데, 곰취가 얼마나 뻣뻣하냐에 따라서 적당히 조절하면 될 것 같다.


물이 줄줄 흐르면 좋지 않으므로 행주를 이용해서 물기를 싹 빼준다.


데친 후에 찬물에 한번 헹궈주고 손바닥으로 눌러 물기를 꼭 짠 후, 다시 마른행주에 얹어 남은 물기를 제거했다. 수분이 남아있으면 싸기 쉽지 않으므로 물기를 잘 빼는 게 중요하다. 이왕이면 일회용 종이타월보다는 천행주를 넉넉히 가지고 사용하면 좋다.


그동안 속재료를 준비했다. 


속재료를 다양하게 준비하면 더 좋았겠지만, 그냥 쉽게 손에 잡히는 것들만 가지고 만들었다. 곰취가 초록색 잎이니 당근을 채 썰어서 볶으면 색 조합이 맞을 것 같았다. 그리고 참치는 물에 들은 캔으로 두 개를 따서 물기를 최대한 짜냈다. 


소고기 다짐육을 쓸까 하다가, 요새 계속 고기를 먹었기에 간단하게 참치캔을 이용했다. 물에 들어있는 참치캔이었는데, 물기를 꼭 짜서 보송보송하게 준비했다.


양파를 잘게 다져서 참치에 넣어서 비비면서 생각하니 반으로 나눠서 쌈장맛으로 하나 하고, 마요네즈맛으로 하나 하면 되겠다 싶었다. 쌈장 만들어 놓은 게 없어서, 즉석에서 그냥 고추장과 된장을 섞었다. 참기름과 깨도 좀 넣어주고 비벼줬다. 좀 퍽퍽해서 쌈장 쪽에도 마요네즈를 좀 섞었다. 



이제 곰취잎을 적당히 겹쳐서 도마에 깔고, 위에 밥을 펴줬다. 김밥 쌀 때처럼, 식초 약간과 소금, 참기름으로 미리 간을 해서 사용했다.


마요참치와 당근을 얹고 보니 좀 허전했다. 아무리 참치를 넉넉히 넣었다고 해도, 뭔가 오독오독 씹히는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절이지도 않고 오이를 넣자니 그렇고 해서 잠시 고민에 들어갔다. 빨강 피망을 썰어서 넣을까 하다가, 냉장고에 넣어둔 무꿀절임이 생각났다. 



감기 걸렸을 때, 무를 꿀에 재워서 그 물을 먹는데, 그때 건더기를 따로 보관해 뒀던 것이었다. 밥에 넣기는 너무 달기 때문에 물에 한 번 헹궈서 꼭 짠 후 성큼성큼 썰어서 얹었다. 한국에서라면 단무지를 넣어주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속재료를 얹은 후, 김밥 말듯이 꾹꾹 눌러 말았다. 나는 원래 김발을 사용하지 않는데, 곰취도 그럭저럭 잘 말아졌다. 큼직하게 두 덩어리가 나왔다. 평소 밥 양으로 치면, 한 개가 2인분이 되는 분량이었다. 



김밥은 말고 나서 좀 지나면 김이 살짝 질겨지면서 밥에 잘 붙어 모양을 유지하지만 곰취는 그러지 않으니 혹시 썰면 다 무너지려나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무사히 잘 썰어졌다. 


마요참치는 색감이 별로 안 좋았다. 쌈장이 들어간 것이 훨씬 보기 좋았다.


가운데 놓고 적당히 집어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나름 저녁식사이니 각자의 접시에 담았다. 간은 이미 충분히 되어있었지만, 고추냉이 간장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옆에 간장도 놓았다. 그리고 와인을 곁들여서 먹으니 쌈장의 맛과 곰취의 맛이 서로 어우러져서 풍미가 나름 좋았다. 


달랑 한 접시여서 한식 답지 않게 좀 미안했는데, 남편이 아주 즐겁게 먹어서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앞으로 종종 해먹을 듯하다.





둘둘말이 곰취 쌈밥


재료:

곰취, 참치캔, 다진 양파, 당근, 마요네즈, 된장, 고추장, 참기름, 깨, 단무지, 기타 원하는 재료


만들기 :

1. 밥을 약간 고슬고슬하게 짓는다.

2. 곰취는 줄기를 제거하고 씻어준 후, 끓는 소금물에 잎만 1분 정도 데쳐준다.

3.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해 준다. (행주나 키친타월 이용)

4. 참치캔은 물이나 오일을 완전히 빼준 후 꼭 짠다. 다진 양파와 섞어준다.

5. 참치를 반으로 나눠서 하나는 양파에 버무려 준다.

6. 다른 반에는 된장과 고추장을 취향에 맞는 비율로 넣어서 섞어주고, 참기름과 깨를 뿌려 섞는다. 필요하면 여기에도 마요네즈를 약간 넣는다.

7. 당근은 가늘게 채 썰어서 기름 두른 팬에 소금과 함께 볶아준다.

8. 단무지나 무절임 같은 씹히는 재료를 준비한다.

9. 김발에 곰취를 잘 펼치고, 밥을 깔은 후 속재료를 넣고 단단히 말아준다.

10. 예쁘게 썰어서 서빙한다.


속재료는 사실 그때그때 집에 있는 것을 사용한다면, 여름철 별미로 괜찮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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