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할 것들

by 라슈에뜨 La Chouette

지난 3월에 준비해 놓은 여행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는 데다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아마 이렇게 미리 예약해놓지 않았다면 여행은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떠나는 마음의 한편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숙소 및 공연의 비용이 모두 지불되었고 환불도 불가였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오레곤 주의 애슐랜드(Ashland)이다.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셰익스피어 페스티벌(Shakespeare Festival)이 열리는 곳인데 남편이 예전에 여러 번 갔던 곳이어서, 나를 꼭 한 번 데려가고 싶다고 해서 이번에 드디어 가게 되었다. 총 운전 거리가 10시간가량 되기 때문에 한 번에 운전해서 가기는 너무 힘들고, 그래서 중간에 링컨시티(Lincoln City)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3박을 하며 쉬어가기로 일정을 잡았다.


어딘가 여행을 간다면, 가기 전부터 들뜬다. 그리고 마음도 바쁘다. 준비를 잘해 가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나는 워낙 정신이 없으니 아차 하면 빼먹고 가기 쉽다.


가져갈 물건들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마당도 관리해야 하고, 냉장고 안도 신경 써야 한다. 게다가 국경을 넘어서 로드트립으로 가는 여행이다 보니 비행기여행과는 또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대략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1. 리스트 작성하기

제일 먼저 할 일은, 리스트 작성하기다. 뭘 가져가야 할지, 뭘 미리 준비해야 할지 쓰지 않으면 다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뭐가 필요한지 그리 쉽게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기본 리스트가 있다. 여행 갈 때마다 늘 챙겨야 하는 것들을 적어 놓은 리스트이다.


예전에는 아이폰의 미리 알림 기능을 사용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체크마크를 한 순간 내용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폰의 메모 기능을 이용한다. 체크했다가, 체크 지웠다가 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



2. 냉장고 정리하기

하루 이틀 비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일주일이 넘어간다면 냉장고에 상할 만한 것들은 미리 처분하는 것이 좋다. 꼭 다 늦게 허둥거리게 되니 미리 분류해서 먼저 먹을 것들을 부지런히 소비하는 것이 좋다.



3. 화분에 물 주기 등 집안 유지

집안의 화분에 물이 공급되는 장치를 해줘야 한다. 미리 물에 담가놓고 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 다행히 천천히 물을 공급해 주는 그로우 라이트가 있어서, 실내 화초는 모두 거기에 모아놓고 떠났다.


집 바깥의 화단에는 지인이 와서 물을 주기로 했다. 원래 이웃집에서 해줬었는데, 그녀도 같은 시기에 여행이라서, 가까이 사는 수강생께 부탁을 했다. 화단을 좋아해서 기꺼이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4. 서류 준비

짐을 싸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서류 준비다. 국내 여행이라면 상관없지만, 해외로 나간다면 여권을 비롯하여 여행에 관련된 것들을 챙겨야 한다.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관광비자는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는 여행허가서를 요구한다. 미국에서는 ESTA, 캐나다는 ETA가 필요하며, 한국도 외국인이 오려면 K-ETA를 받아야 한다. 종이서류는 필요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안하니 인쇄를 해서 가지고 다니는 편이다.



5. 지도 다운로드하기

물론 여행지의 지도는 핸드폰으로 이용한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구글 지도가 통하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매번 지도를 이용할 때마다 계속 데이터를 사용한다면 데이터 사용료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구글지도에서는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다운로드할 수 있다. 그러면 내 폰 안에 이미 지도가 있으니 매번 로딩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ashland_002.png
ashland_003.png
ashland_004.png
가고자 하는 지역을 먼저 화면에 띄운 후 내 프로필을 선택, 다시 오프라인지도를 선택하면 저장할 수 있다


또한 숙소나 꼭 가려고 했던 곳들의 주소를 구글맵에서 미리 검색해서 저장해 두면 원할 때마다 검색할 필요 없이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저장(Save) 버튼을 누르고, 여행에 관련된 리스트를 하나 만들어서 거기에 모으면 된다. 나는 Shakespeare Festival이라는 리스트를 만들어서 거기에 모았다.



컴퓨터에서는 위에서처럼 왼쪽에서 한꺼번에 볼 수 있고, 앱에서는 아래쪽에 저장됨 표시를 선택하면 역시 한눈에 볼 수 있다. 나는 내 계정에 저장을 한 후, 남편과 공유를 선택해서, 두 개의 폰에서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게 해서 편리하게 사용했다.



6. 로밍 준비하기

해외로 나간다면 로밍이 필수다. 하지만 로밍비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요새는 eSim이 대세인 것 같다. 예전에는 심카드를 우편으로 받아서 썼지만, 이젠 큐알코드로 받아서 폰에 입력하면 끝이다. 나도 여러 번 eSim을 이용해 봤는데, 미국 쪽으로 갈 때에 만만한 airalo를 최근에 찾아서 애용 중이다.



미국의 경우 1주일 1GB가 $4.50인데, 로밍으로 하면 하루를 사는 것보다도 이것이 더 싸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들이 늘 그렇듯이 추천인 제도가 있는데, 이게 상당히 후하다는 것이다. 추천인 혜택은 가입 시에 주어지는데, 추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각각 $3씩 받는다.


나는 처음에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을 받았고, 이번에는 남편을 추천하여 서로 혜택을 받았다.


(여러분들이 혹시 내 추천코드를 이용하고 싶다면 JANETT9388을 사용하시면 된다)


앱을 사용해도 되지만 나는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구입을 하는데, 며칠 전에 구입해 놓고 사용하는 당일에 액티베이트 시키면 편하다. 폰으로 사면 바로 저장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러면 여행 당일에 허둥지둥 사야 해서 별로일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설정 방법은, 아이폰의 경우 : 설정 - 셀룰러 - eSIM 추가를 선택하고, 카메라 화면이 뜨면 QR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내 원래 심카드가 기본이고, 이거는 추가인데, 두 개를 다 사용한다고 등록을 하였다가, 미국 들어가면서 기본을 끄고 이걸 켜서 사용하면 된다.


이것은 데이터만 되기 때문에, 실제 전화를 걸어야 할 경우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호텔이나 식당예약을 하려면 전화번호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나는 미국 전화번호를 미리 하나 가지고 있다. TextNow라는 앱인데, 데이터를 이용해서 전화를 걸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처음 등록할 때, 사는 거주지역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미국으로 넣었다. 당시에 딸이 살던 펜실베이니아주로 넣어서 전화번호를 받았고, 이 앱을 통해서 전화를 걸면 미국 내는 모두 공짜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 이걸로 걸려면 국제전화가 되어서 요금을 물 수 있으니 그 점만 주의하면 된다. 하지만 이걸로 한국에 전화를 건다고 해도 그렇게 비싸지는 않으니 필요할 때에 사용할 수 있다.



7. 음악

우리처럼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한다면, 차 안에서 들을 음악을 준비해도 좋다. 물론 휴대전화에서 음악을 찾아서 들어도 되지만, 그렇게 되면 계속 데이터를 쓰게 되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서 데이터 용량에 제한이 있다면 마음 놓고 음악을 듣기는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요새는 자동차가 많이 좋아져서 USB에 음악을 담아서 꽂으면, 그대로 오디오 기기처럼 작동하여 음악을 들을 수가 있다. 더구나 폴더별로 음악을 분류해서 넣어두면 관련 음악끼리 모아서 들을 수도 있으니 편리하다. 나는 떠나기 전에 내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던 음악들을 골라서 넣었다



8. 간식거리 및 아이스박스

장거리 여행에 필수인 것 중 하나가 간식 아닐까 싶다. 멀리 가다 보면 출출한데 딱 원하는 때에 멈춰서 간식거리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경을 넘는 경우, 과일 같은 것은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견과류도 베이킹이 된 것만 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결국 스낵바컵케익을 구웠다!


그리고 여행 중 음식을 구매해서 차에 싣고 다닐 일이 생길 것이라면 아이스박스도 가지고 가면 좋다. 우리는 중간에 장을 봐서 숙소로 이동했기에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다. 단, 아이스박스는 반드시 트렁크에 싣는 것이 좋다. 국경을 건널 때, 뒷창문을 내리라고 하는데, 괜스레 거기에 아이스박스가 보이면 뭔가 신선한 먹을 것이 들어있는 것처럼 보여서 검문을 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9. 자동차 점검

로드트립이니 자동차 점검은 필수다. 남편이 이틀 전에 가서 타이어 및 기본 점검을 받아왔다. 그리고 넉넉히 주유도 했다. 사실 미국이 가스비가 훨씬 싸서 나 같으면 조금만 넣고 나머지는 국경 넘어 채우려 들었겠지만, 불안하게 운전하지 않는다는 것이 남편의 철칙이므로 주유도 전날 완료하였다



10. 잊지 말아야 할 물건들

선글라스, 선크림, 모자, 상비약 등등을 챙겼다. 해외 나가서 갑자기 다치거나 아프면 초난감이다. 간단한 소화제감기약, 타이레놀, 밴드, 빨간약, 버물리, 파스 정도는 들고 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평소에 먹는 영양제가 있다면 함께 챙기고, 나는 피곤을 막기 위해서 비타민씨도 한 통 챙겼다. 사실 여행하면서 이런 것들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없으면 아쉬울 상황은 미리 피하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상비약을 구하기 어렵다.


그런데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선크림을 결국 빼먹고 오는 바람에, 바닷가에서 우리 부부 모두 새카맣게 타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리스트에 새로 추가하였다.



10. 챙기지 않아 아쉬웠던 것

간단한 조리용 재료를 안 챙긴 것이 좀 아쉬웠다. 차로 운전해서 가는 것이고, 도착지에 부엌이 딸려있다면 기본적인 식재료를 챙기는 것이 좋다. 우리가 도착한 곳에는 식재료가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오일이나 식초가 없이 몇 가지 허브만 있어서 조금만 사자니 아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작은 병에 담아왔으면 요리가 훨씬 수월했을 텐데!




아직 여행중이어서 업데이트가 빠르지는 않을거예요. 천천히 조금씩 올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