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시티 바닷가로 가자
여행 출발 아침, 최소한 8시에는 출발하고자 계획을 세웠었으나, 전날 이것저것 하느라 바빠서 늦게 잠자리에 들었고, 느지막이 일어나서 이것저것 챙기고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어서 출발했다. 어차피 차로 가는 것이니 출발도 우리 마음대로...
보더를 어느 쪽을 선택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우리는 앨더그로브(Aldergrove) 쪽을 선호하므로 그쪽으로 갔다. 밴쿠버에서 고속도로로 바로 연결되는 피스 아치(Peace Arch) 쪽은 언제나 대기가 길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이, 구글맵에서는 언제나 피스아치 쪽을 추천하는데, 막상 중간지점을 정해서 앨더그로브로 우회시켜 보면 더 빠르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샌프란시스코 방문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덕에 나의 i-94가 아직 살아있어서 빠르게 보더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서류는 미국 방문을 3개월 동안 가능하게 해주는 것인데, 비행기로 입국 시에는 공항에서 바로 해주지만, 육로를 통과하려면 돈을 내고 구매를 하여야 한다. 음, 다 장삿속인 거 같아!
보더에 도착하면, 앞창문뿐 아니라 뒷좌석 창문까지 열어야 한다. 몇 사람인 지를 먼저 묻고 여권을 받는다. 그리고 물어본 말은 딱 세 가지. "어디 가는가, 며칠 동안 여행하는가, 음식 가진 것 있는가?" 남편이 경쾌하게 음식 없다고 대답하고 빠져나왔는데, 사실 우리에게는 미리 준비한 간식이 있었다. 하지만 보더 통과 규정에 걸리지 않는 것들이어서 상관없었다. (육류, 과일류, 씨앗류가 있는 음식은 가져가면 안 된다, 술도 1인당 1병까지만 가능하다)
그래도 이때에 음식 있다고 말한다면, 끌려들어 가서 낱낱이 짐검사를 받게 되니, 금지품목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냥 간단히 없다고 대답하는 편이 낫다. 물론 금지 음식을 가져갈 경우, 혹시 불시 검색을 받다가는 곤란해지므로 그런 것들은 안 가지고 가는 것이 상책이다.
미국에 들어선 후에 남편에게 "우리 음식 있잖아." 했더니 "아, 그렇구나, 깜빡했어!"라고 말하면서, 만일 기억을 했다면 대답을 찝찝하게 해서 수상했을 거라 해서 둘이 깔깔 웃었다.
첫 번째 목적지인 링컨 시티(Lincoln City)까지 총 운전시간은 대략 7시간 반 정도 걸리니 두 번의 쉼표를 준비했다. 한 번은 점심식사, 한 번은 장보기.
우리의 계획된 점심 장소까지는 보더에서도 두 시간 반을 가야 하는지라 두시가 넘어버렸다. 원래 예정대로 8시에 출발했다면 딱 점심시간에 도착했을 텐데 늦어져버려서 약간 출출했다. 하지만 준비한 간식을 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점심은 간편하게 햄버거로 해결하기로 하였기에 우리의 최애 버거집인 파이브가이스(Five Guys)로 잡았다. 시애틀 지나서 타코마에 위치한 곳이었다. 어쩐지 이 집 버거가 우리 동네보다 맛있었다. 늘 먹는 상추쌈버거 (lettuce wrap)으로 먹었는데, 아주 단단히 잘 싸줘서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든든히 먹고 다시 출발! 전체적으로는 굉장히 단순한 길이었지만, 복잡한 시애틀을 통과할 때 차선 바깥쪽에 섰다가 억지로 시내로 끌려들어 가서 골탕을 한 번 먹었다. 그 외에는 준비했던 로드트립 음악을 들으며 순조롭게 고속도로를 달렸다.
중간에 경찰의 과속단속이 보였지만, 우리는 외국에서 과속하는 짓은 하지 않으므로 무사히 통과하였다. 구글맵은 단속경보가 없지만 웨이즈(waze) 앱을 이용하면 과속단속 및 사고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다음 목적지는 포틀랜드 외곽에 있는 마트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였다. 여기까지 다시 두 시간 반을 달렸고, 식료품들을 샀다. 간식과 달걀, 우유, 과일, 그리고 고기를 샀다. 저녁으로 폭찹을 생각하였는데, 과연 숙소에 바비큐 그릴이 있을까 의문이었다.
고속도로는 끝나고 국도로 접어들었다. 길은 나무로 둘러싸이기 시작했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욱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목적지에 도착할 무렵이 되니 벌써 바다 내음이 풍겼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바다를 무척 좋아하기에 신나기 시작했다. 계획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어둡기 전에 도착해서 좋았다.
제법 거금을 투자한 숙소의 겉모양은 참으로 조촐하였다. 그러나 바로 바닷가에 인접한 이 숙소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와 더불어 바로 눈앞에 바다가 펼쳐졌다.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안개비가 내리는 바다가 촉촉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있었다.
저녁식사를 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해가 곧 질 상황이었기에 우리는 일단 짧게라도 모래를 밟아보러 나갔다.
뽀얀 안개비 때문에 그리 오래 머무르지는 못했지만, 바다 앞에 서니 가슴이 탁 트이며 너무 좋았다. 날씨는 제법 쌀쌀했고 물도 차가웠다. 사람이 별로 없이 한산한 분위기도 딱 좋았다. 나는 사람이 너무 없어도 어쩐지 황량한 기분이 들어서 별로인데, 딱 이 정도가 좋다
들어와서 저녁을 하자니 다소 귀찮아졌다. 사실 배가 많이 고프지도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칩에 치즈 얹어서 살짝 구워서 와인과 곁들여 먹으며 바다를 즐겼다. 방안이 살짝 추웠는데 벽난로를 켜니 금방 따뜻해졌다.
몸도 녹이고 배도 채웠으니 이제 데크로 나가야지. 안개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바닷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연휴 끝나기 직전의 밤이니 최대한 즐기는 모습이었다. 바닷가에 캠프파이어를 만들고 두런두런 모여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핫텁(hot tub)이었다. 안개비와 차가운 공기, 파도소리를 즐기며 따끈한 물속에서 긴 하루의 피곤을 풀었다.
따끈한 물 속에서 비를 맞으며 바다 본 바다는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