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뭔가 찜찜하지만, 안 하기도 찜찜한 선택
얼마 전부터 브런치 스토리에서 '응원하기'라는 기능을 도입하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소수의 선택된 작가들에게만 허용해서 원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뭔가 위화감 조성,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원래 시장이라는 것이, 사고 싶은 사람이 물건을 다양하게 보고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고를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이쪽 분야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브런치스토리 앱자체가, 뭔가 선택되어서 수면 위로 떠야만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약간 묘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컴퓨터로 보면 새로 쏟아져 나오는 글들도 기웃거릴 수 있지만, 폰으로 보면 매일 똑같은 (내가 보기엔 그렇다) 글들만 계속 추천되어서 보이고, 뭔가 신선하고 새로운 글을 찾아보기는 너무 어렵다.
그냥 읽히게만 해줘도 좋으련만, 오히려 그 반대로, 특별한 작가들만 응원받을 수 있게 해 준다니 제외된 작가들은 마음이 상할 수밖에 없다고 보였다.
좀 넉넉한 마음으로 생각해 보자면, 사실상 시스템 바꾸는 것이 복잡하다 보니 조금씩 테스트해 보면서 오류를 잡아서 전체로 오픈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기에 나는 그저 관전하는 자세로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개편이 되면서 응원하기 기능이 더 넓어졌다. 여전히 전체 작가에게 열린 것은 아니었다. 무슨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이 붙은 작가들이면 참여할 수 있다. 내가 구독하는 분들의 대다수가 여기에 속하니 분명히 많은 것 같지만, 그래도 그 기준은 명확히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몇 분이 누락되어 있었다.
나는 나름 에세이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처음에 푸드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었다. 에혀, 내가 요리 글을 많이 올린 탓이려니 하고 마음을 접었는데, 엊그제 보니 갑자기 여행 크리에이터로 변경되어 있었다. 뭔가 수집된 태그에 의해서 자동으로 바뀌나 보다.
꼭 뭔가 분류하고, 순서를 정하고 그러는 시스템을 워낙 좋아하지 않아서 이 크리에이터라는 옷이 참 불편하기는 한데, 그래도 제외시키지 않고 나까지 끼워줬으니 고맙긴 하다. 열심히 쓰는 것으로 보였나 보다.
작가라는 직업이 "크리에이터"라는 이름처럼,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이렇게 틀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 자유로운 영혼이다. 사지선다 문제가 아니라 서술형 문제를 풀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서 현금 응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 신이 나야 하는데, 정말 이걸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나는 심히 회의적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대부분 조용한 분 들 이어서, 조회수에 비하여 하트나 덧글의 수는 아주 적은 편이다. 보고 간 사람이 누구인지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내 친구들조차 대부분 그러하니 할 말이 없다)
한때는 그래도 하트가 좀 더 생겼으면, 덧글이 더 달렸으면 하고 바라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인기도에 대해서 마음을 접은 지 오래다. 그런데 하물며 누가 내 글에 응원하기 후원을 해줄까?
물론, 나 역시 작가로서, 글을 쓰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고 싶다. 나의 일상생활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정성껏 쓰는 글을 누군가가 읽고, 그것이 마음에 와닿을 때 따뜻하게 응원을 남겨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 것 같다.
그런데 응원하기 버튼을 선뜻 달기에는 여전히 마음이 확 와닿지 않는다. 원인이 뭘까?
항상 호기심이 넘치는 나는 오늘 결국 참지 못하고 창작지원받을 수 있는 전초 단계버튼을 눌러 눌러 자격을 획득했다. 뭔가 복잡하다고 들었는데 몇 가지 입력하고 나니 휘리릭 등록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설정에 갔더니 '응원댓글 받기'라는 항목이 새로 생겼고, 그 옆에 '설정하기' 버튼이 함께 있었다. 궁금해서 꾹 눌러봤더니 바로 '설정완료'가 떠버렸다. 몇 가지 단계가 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화들짝 놀라서 다시 '설정해제' 버튼을 후다닥 눌렀다.
음! 이거 초난감이다.
응원하기 버튼을 달았는데 응원이 안 들어와도 민망할 것 같고, 응원이 들어오면 또 몸 둘 바를 모를 것 같은 느낌이랄까?
책을 출판하면 그 책을 누가 사는지 내가 일일이 알지 못하기에 그냥 독자가 있나 보다 하는 마음이 되겠지만, 이 응원하기는 익명이 불가능하기에, 작가는 누가 자기를 응원하는지 반드시 알 수밖에 없다. 물론, 실명이 아니고 닉네임으로 하니 여전히 모르는 분일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뭔가 신세를 졌으니 갚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쉽다.
게다가 나를 응원한 사람이 이웃 작가님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다가 품앗이처럼 되면 아주 힘들어질게 뻔하다. 돈을 벌어도 버는 게 아닌 시스템이 될 테니까 말이다.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쓸 때에는 독자에게서 받은 원고료가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 익명의 독자가 정말 내 글을 응원해주고 싶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브런치의 이 응원하기도 과연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만 받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계속 눈치만 보고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나도 작가로서 응원을 받고 싶으니까 말이다.
며칠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만일 제가 응원하기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이웃 작가님들께서 품앗이의 마음으로 응원하시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런 품앗이에 무척이나 약한 사람입니다.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순수히, 제 글이 마음에 닿아서 그 뜻을 전달하고 싶으시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 가슴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돈을 넣지 않고, 덧글이나 좋아요로 응원을 해주셔도 제 가슴은 여전히 따뜻해질 거예요. ^^
계속 응원이 쌓이고, 꾸준히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금액이 쌓인다면, 그런 분들께는 나중에 따로 감사인사를 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적응 기간이 저에게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