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된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들
갑자기 한국에 다녀왔다. 인생은 늘 예측불허이듯이 항상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돌발적으로 일어나곤 한다.
한국에는 어머니가 계시고 몸이 불편하시다. 일 년 반을 입원해 계시다가 올해 퇴원을 하셨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 몸을 관리하실 수가 없으니 24시간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한다. 여동생이 어머니와 같이 산다. 그리고 요양사가 매일 온다. 낮에는 요양사가 관리하고, 밤에는 동생이 보살핀다.
동생은 전업주부가 아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자 갤러리를 지었고, 이번에 그 개관전을 하기 위해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갑자기 티켓을 구하고 다녀오게 되었다.
일단 남편은 두고 나 혼자 먼저 갔다. 공항에서 남편과 간단히 식사를 하는데 거기서 어떤 부부가 인사를 건네왔다. 내 영상을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몹시 신기해하셨는데, 나도 사실 몹시 신기했다. 나중에 비행기 대기하는 곳에서 다시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산다고 하셨다.
내 구독자 분들이 밴쿠버 지역에 많으니 가끔 나를 알아보는 분들이 생기곤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 가면 그 많은 인구들 중에서 나를 알아볼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이제 이만 조금 넘는 수준이니까.
처음에는 정말 그런 거 같았다. 그러다가 대학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언니, 00가 유튜브에서 봤는데, 꼭 언니 같다고 연락이 왔더라고!"
깔깔대며 오랜만에 수다를 떨고, 그 후배도 또 연락하고, 갤러리 오프닝에도 와서 만나게 되기도 했다.
예전에 살던 동네 친구도 연락이 왔다. 내 유튜브를 꼼꼼히 다 보고 있다며 엄청 반가워했다. 사실 나는 지인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았다. 유튜브 하니 보라고 하는 것도 부담 주는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좀 뻘쭘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알고리즘의 비밀이 무엇인지, 결국 나를 아는 사람들과 야금야금 연결이 된다는 되고 있었다.
그리고 출국을 일주일 남겨두고 남편이 한국에 왔다. 주말에 갤러리 오프닝에 함께 가려고 온 것이었다.
별로 관광시켜 줄 시간은 없었지만, 모처럼 가능해진 날 남산타워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비가 억수같이 왔다. 고생을 하며 갔다가 그래도 다행히 비가 좀 주춤해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버스 번호를 착각해서 엉뚱한 곳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옆쪽의 승객에게 황급히 물었는데, 대답을 해주시던 그분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 오셨네요! 저 영상 잘 보고 있어요."
우리야말로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못 알아볼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인사를 받다니! 그분 덕분에 잘 내려서 전철로 갈아탈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 돌아가기 전 날, 마지막 나들이를 했다. 길상사에 가는 길이었는데, 누군가가 황급히 우리를 불렀다.
"잠깐만요!"
돌아보니, 한 여대생이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영상 잘 보고 있는 구독자라고 했다. 남편에게도 영어로 인사를 나누며 자신이 얼마나 우리 영상을 즐기고 있는지 설명했다. 밝고 환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은,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였다. 우리는 창가 쪽으로 앉아있었는데, 가운데 쪽에 앉은 남자분이 우리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가족들에게 재미난 소식을 전해줄 수 있겠다고 하셔서 함께 웃었다.
남편과 집에 오면서, 이제 정말 행동 조심해야지 큰일 나겠다며 웃었다. 집에서 입던 옷에 장화 신은 채로 물건을 급히 사러 나가기도 하는데, 옷가짐도 바로 잡아야 하려나?
사실 우리 부부를 사람들이 알아본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나는 내가 본 유튜브에 나온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혹시 알아봤다고 해도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 봐도, 참 고맙다. 모르는 척 지나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냥 쳐다보고 간다고 해도 우리는 알 길이 없을 텐데, 일부러 시간 내서 반갑게 인사해 주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고맙게도 우리에게는 좋은 구독자가 많은가 보다.
댓글들도 대부분 따뜻하다. 악플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다정한 댓글이다. 힘든 순간에 위로가 되었다거나, 보면서 힐링이 되었다거나 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밤에 잠이 안 올 때 틀어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분들도 있다. 또, 이렇게 나이 먹어 가고 싶다는 분들도 있다.
내 구독자 수는 이제 이만을 좀 넘어섰다. 내가 이 정도로 이만큼 알려졌다면 다른 분들은 정말 많이 마주치겠구나 싶다.
가끔은 내가 왜 유튜브를 하며 사서 고생인가 싶기도 하지만, 정보로 넘쳐나는 온라인 세상에서 정보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복인 것 같다.
노년이란 참 서글픈 시기라고 여겨져서 늙기를 두려워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런 분들에게는, 나이 먹는 것이 꼭 서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용기를 주고 싶기도 하다. 별거 아닌 영상들로 따뜻함을 전파할 수 있다면, 유튜브의 힘을 빌어서 참여하고 싶다.
집에 돌아오니 정원에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네요. 게다가 글쓰기 슬럼프도 와서 한동안 정말 글을 못 썼어요. 단번에 회복하겠다는 장담은 못하겠지만, 다시 좀 정신을 차려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 달 전에 쓰던 글을 찾아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한국에 다녀온 영상은 2개인데 아래에 링크 남겨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방문영상 1편 :
한국방문 영상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