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국회사 과연 좋을까?
현재 유럽의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누군가는 꿈꾸는 유럽에서 직장 생활,
겉으로 보기에 멋있고 좋아 보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뒷이야기를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해서 2주년 근무 기념 해외의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느낀 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직장 생활을 나열해 보면 인턴, 계약직, 정규직부터 한국 기업에서 근무를 했었다.
근무지 : 한국
대학교 연구소 조교(계약직), 사립병원 외국인 환자센터 인턴(계약직), 제조업 해외영업 2년 (정규직)
근무지 : 캐나다
이탈리안 카페 (계약직)
근무지 : 우즈베키스탄
한국 국제협력단 사무소 인턴(계약직)
그래서 한국인, 외국인들과 업무적으로 만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 동료들이 외국인이라는 것에 큰 불편함이나 어려움은 없지만 문화적 그리고 정서적으로 조금 다른 부분들은 확실히 있다.
내 주변에 한국인들이 많지는 않지만 폴란드 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 폴란드 내 한국인 커뮤니티의 의견,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는 폴란드인들의 의견을 종합, 나의 경험에 따른 주관적 의견을 포함해서 적어본다.
1. 한국인과 폴란드인의 차별
2. 주재원과 현지 채용의 차별
3. 폴란드 로컬 기업과 급여 차이
4. 폴란드어를 구사 여부
5. 한국인과 외국인 직원의 업무처리 방식
1. 한국인과 폴란드인의 차별
우리 회사 기준으로 한국인과 로컬 직원의 급여는 다르다. 왜냐하면 한국인에게 로컬 기준으로 급여를 주면 아마 아무도 일을 안 할 것이다.
폴란드 현지 기준 최저 급여는 3000 즈워티에서 5000 즈워티 정도로 시작한다. 따라서 한국 최저 급여와 비교하면 2배 정도 차이가 나서
아마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면 폴란드 기준으로 급여를 받고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또 사람답게 살려면 월세도 2500 즈워티부터 시작하는데 저 정도 급여받고 폴란드에서 살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이라고 말한다. 폴란드에 가족이 있거나 주거지 걱정이 없다면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폴란드로 오는 한국인들은 한국에서 보다 높은 급여를 받고 오는 경우가 있다.
사회경험이 없는 오로지 해외근무를 목적으로 온다면 급여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많은 로컬 직원들이 불만으로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왜 한국인들이 그 더 높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참 어렵다. 같은 일을 하는데 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급여를 더 많이 받냐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지만 로컬 직원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다. 한국인들이 그만큼 더 일을 하고 책임도 더 가진다.
2. 주재원과 현지 채용의 차별
한국 기업에 있는 한국인 직원은 한국 본사에서 파견 나온 주재원과 현지 채용으로 구분된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주재원의 보조 역할을 현채용이 한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본사 직원과 현지에서 채용된 직원의 역할과 책임은 다르겠다. 또 본사 파견 주재원과 현지 채용 직원이 회사로부터 받는 급여나 복지 내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주거지 지원, 차량 지원, 교육비 지원처럼 주재원이 받는 혜택이 현지채용 직원에게도 적용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주재원 > 로컬 직원 > 현지채용 순으로 회사 내에서 영향력이 나눠진다고도 들었다. 근데 이건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를 것 같다.
3. 폴란드 로컬 기업과 급여 차이
앞에서도 다뤘지만 폴란드 로컬 회사의 급여는 매우 낮다.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일반 폴란드 로컬 기업에 다니면 월세 내고 생활비 쓰기에 턱없이 부족한 급여를 받게 된다. 또 로컬 기업은 폴란드어를 유창하게 하지 않는다면 입사하기도 어렵다. 폴란드는 폴란드어를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이 아니라면 회사 내에서 폴란드어로 근무를 하겠죠...
그래서 대부분 한국인들은 폴란드 내의 한국 기업에서 근무를 하거나 폴란드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로컬 기업에서 근무하는 사례도 봤다. 영어를 할 수 있고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폴란드 내에 있는 글로벌 기업에서 폴란드어를 하지 않고도 근무를 하는 사례도 있다.
폴란드 내의 글로벌 기업의 급여는 알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외국계 기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일반 한국 기업보다 복지나 급여가 조금 더 나은 처우를 볼 수 있다. 폴란드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4. 폴란드어 구사 여부
폴란드는 폴란드어를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업무는 폴란드 어가 기본이다. 한국에서도 모든 기관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회사의 고객사가 외국인이 아닌 이상 업무를 하면서 사용하는 언어는 모두 한국어이다. 폴란드도 마찬가지이다. 폴란드어를 못하면
폴란드어를 할 수 있는 로컬 직원이 한국 기업이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 업무를 보면서 폴란드어로 된 서류, 폴란드 업체와 소통을 하려면 나는 업무를 볼 때 폴란드 직원을 통해서 의사소통이 한 단계 거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폴란드어를 할 수 있는 직원과 내가 소통하는 언어가 영어일지 폴란드어 일지 다른 언어일지도 꽤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한국인들이 폴란드에서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 외국인 직원들과의 협업이라고 말한다.
알다시피 한국인들이 일을 정말 잘한다. 그중에 일 못하는 한국인들도 한국에서 많이 봤지만 조금 다른 차원의 일 처리 방식이 다르다.
기본 태도가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지 않으며 한국처럼 빠른 속도로 처리하지 않고 굉장히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업무를 처리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모든 나라 사람들과 일을 해 보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폴란드 인들은 성실성이 조금 부족하다.
폴란드는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병가 일수가 굉장히 많고 사회적 분위기가 병가 사용에 굉장히 유연하다.
그래서 병가를 쓰고 2주 3주 출근을 하지 않는 직원들도 봤고 휴가도 2주를 기본으로 가기 때문에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다.
이건 우리 회사뿐만이 아니고 외부 협력 업체 폴란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개인 병가 외에 가족 돌봄 병가도 적용되기 때문에 폴란드 사람들은 휴가, 병가 등 사용할 수 있는 복지가 굉장히 많아서 나도 써야, 쟤도 쓰기 때문에 서로 휴가나 병가를 길게 쓰는 것에 있어서 불만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한국에서도 아파도 출근부터 하는 민족 아니겠는가...
다른 유럽의 한국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폴란드 내의 한국 기업에서 한국인이 병가를 길게 쓰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건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를 것 같긴 하다. 병가는 모르겠고 휴가는 대부분 폴란드 노동법에 따라서 가는 것 같다.
폴란드 노동법 상 20일의 유급휴가가 발생한다. 병가는 33일이다.
5. 한국인과 외국인 직원의 업무처리 방식
주재원이나 현지 채용이나 한국인이 외국인 직원과 일을 같이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업무 처리하는 방식 아닐까?
우선 한국에서는 대부분 윗사람이 업무를 지시하면 불만이 있어도 일단 수행하는 편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해당 업무가 자신의 업무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 생각하면 업무를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 또 윗사람이라고 시키는 일을 다 하지 않는다. 또 가장 큰 차이는 직급의 체계는 있지만 실제로
직급을 생각하면서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급은 직급이고 업무를 하면서 직급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의 직장문화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의견 제시다. 직급을 막론하고 본인이 생각했을 때 업무를 하면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확실히 의견을 제시한다. 또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어필하는 것도 당연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하는 문화가 좋기도 한데 상황에 따라서 난감하기도 하다.
나처럼 중간관리자의 위치에 있다면 윗사람이 한국 사람이고 나의 아랫사람이 외국인이라면 가운데에서 고생 꽤나 하게 된다. 어떤 업무를 하나 하기 위해서 윗사람의 지시를 받았으면 수행을 하는 것이 순서인데 , 업무 자체를 거부해 버리니까 업무 진행이 안 된다. 한국인들이라면 우선 진행을 하고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일을 어필하는데 이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
또 중간보고의 개념이 없는듯하다.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업무를 매달 진행하던 것도 하지 않고 어떤 일을 시켜서 진행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기 전까지 절대 안 알려준다. 또 A 업무를 하다가 B 업무를 주면 B 업무를 하느라 A 업무를 정말 잊어버린다.
한국에서는 꼰대, 고인 물, 보수적인 직장 생활로 힘들었는데 그래도 여기는 한국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한국 보다는 조금 여유 있고 유연한 직장문화가 자리 잡혀 있는 것 같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현지 채용으로 입사해도 한국인이라 해도 모두 관리자 직급을 맡는 것은 아니다.
내 윗사람이 로컬 직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했다.
2년 동안 해외에 있는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외국인 직원들과 업무 처리하는 문화적, 정서적 차이로 굉장히 힘들었다. 무조건 한국인의 문화가 맞는 것도 아니고 로컬 문화나 한국 문화나 일을 잘하는 친구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일 처리 굉장히 깔끔하게 잘하는 친구들도 분명 존재한다. 많지는 않다. 나도 딱 2명 봤다.
결론적으로 해외에서 현지 채용으로 근무하는 것의 만족도를 묻는다면 직장 생활 다 똑같다.
어딜 가나 힘든 부분이 있고 좋은 부분도 있다. 그래도 한국에서 보다 급여나 복지가 좋은 편이고 무엇보다 휴가가 길어서 현재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또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한편으로는 내가 유럽에서 평생 살 생각은 없는데 계속 이대로 안주해도 되는가 걱정은 된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국으로 가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지
유독 나이를 많이 보는 한국 직장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