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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먹다 생긴 일

내 자리인데?

by 라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간이 남으면 보통 식사를 하게 된다.
한 번은 버거 왕이라는 곳에서 햄버거를 먹으려고 들어갔는데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보통 혼자 먹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코로나로 인해 이용할 수 있는 테이블이 제한적이었다.
자리를 먼저 잡으려고 했는데 자리가 생기지 않아서 일단 주문을 먼저 하기로 했다.

요즘은 대면 주문보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할 수가 있어서 간단한 게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어디에 앉을지 남는 자리가 있나 매장을 계속해서 둘러봤다.

그러다 자리가 생겼고 때 마침 햄버거도 나와서 햄버거를 받고 빈자리로 가려던 순간이었다.


내가 앉으려고 하자 방금 들어온 사람 두 명이 내가 찜한 자리에 앉는 것이다.


자리에는 가방을 두고 지갑을 챙겨서 주문을 하려고 일어났다. 찰나의 순간에 자리가 없어졌다.


내가 먼저 앉으려고 했는데?




두 손으로 쟁반을 붙잡고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서서 먹을 수도 없고 어디 자리가 또 안 생기나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또 아쉬운 마음에
내가 앉으려던 자리에 짐을 두고 주문을 하는 사람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게 되었다.

그 자리에 내 자리라고 이름을 쓴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내가 앉으려고 했어요라고 외칠 수도 없었다. 한편으로 햄버거를 받기 전에 나도 먼저 가방으로 자리를 맡은 다음에 햄버거를 찾을걸 하는 후회도 됐다.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인 것 맞는데 주문을 먼저 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결국 계속 서서 햄버거를 쳐다만 보다가 어떤 분이 자리가 생겼다며 다 먹었으니 곧 일어날 것이라며 나에게 여기 와서 앉으라고 자리를 내어줬다.

짐을 두고 자리를 먼저 맡고 주문을 한 사람들이 미웠지만, 그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나처럼 주문을 하고 적장 음식을 먹을 자리가 없다는 상황을 미리 생각해서 자리를 먼저 맡았던 거ㅅ이다.

살다 보면 이런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또 한 편으로는 얻게 되는 교훈이 있다.


역시 발 빠른 사람이 뭐든지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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