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굶주려 배가 곯은 초원의 어느 한 동물에게는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자연의 푸른 초록색이 아름다워 보일까? 오로지 배안을 따뜻하게 채워줄 움직이는 먹잇감 외에 다른 것들은 out of mind. 마지막 기운을 다해 움직여 어떤 것이든 낚아챌 그 에너지만을 남기고 그의 시야는 오로지 한 곳에만 몰입. 지금이다! 땅!
특정한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내 눈과 몸 전체가 그 일에만 묶여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선별적으로 무시하게 된다.
나에게 해주었던 따뜻한 인사와 걱정, 관심들을 저 뒤편 어딘가에 묶어두고 오로지 내가 바라보는 한 지점만을 향해 돌진한다. 지금 내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 만 가지의 재미들을 맛보지 못한 채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고. 한참이 지난 후 생각해본다. 그때 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빛나는 모래 알갱이들이 내게 얼마나 내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보물이였는지를....
이런 후회의 원인도 지나치게 목적의식을 갖고 최고로 효율적이게 하루를 살고자 하는 나의 오래된 routine이 만든 폐해일지도 모른다. 주위의 사람들과의 관계설정도 일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고, 나의 허술함과 못남을 결코 그들에게 보이지 않으려는 나의 철두철미함이 그들에게 얼마나 재미없고 매력 없었을까?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야. 봐..서있는데서 이렇게 발을 딱 붙이고 찬찬히 둘러보면 천지가 꽃밭이지. ] -동백꽃 필 무렵
내 옆에 쌓이는 건 돈만이 아니여야한다. Modesty: 살갑고 따스한 인생선배로 나이 어린 후배들도 보듬어 안을 수 있어야 하고, Comfort: 이것저것 눈치 안 보고 불쑥 전화 걸어 신세한탄도 할 수 있는 편안 친구도 곁에 두어야 한다. Critical mass: 이제쯤은 원망과 미움보다 여유로운 가장의 모습으로 가족의 곤란함도 생색내지 않고 해결해주는 듬직함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숫자에만 몰입하여 내가 놓치고 살아온 것들을 이제라도 둘러보며 살았으면 한다. Awakening: 내 안에서 나를 굶주리게 가둬두던 틀에서 조금 벗어나 더 큰 세계에서 너그럽고 유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내 인생은 모래밭 위 사과나무 같았다.
파도는 쉬지도 않고 달려드는데 발 밑에 움켜쥘 흙도 팔을 뻗어 기댈 나무 한그루가 없었다.
이제 내 옆에 사람들이 돋아나고, 그들과 뿌리를 섞었을 뿐인데 이토록 발밑이 단단해지다니.
이제야 곁에서 항상 꿈틀댔을 바닷바람, 모래알, 그리고 눈물 나게 예쁜 하늘이 보였다.] -동백꽃 필 무렵
일상에서 적당한 유머스러움이 나를 편하게 할 것이고,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공존이 나를 성장시킬 것이며,
돈에 대한 집착과 인색함을 버리는 게 오히려 나의 마음을 부유하게 할 것이다.
나 이외에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하려는 노력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크게 만들어 줄거라 믿는다.
구태여 내가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일에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내가 아닌 나를 쫓으며 힘들어하지 않기를.
무슨 일을 하든 조급해하고 초조해하는 대신 여유 있게 조금은 느릿느릿 걷는 기분으로.
남들이 바라보는 나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미운 오리 새끼로 낙인찍힐까 봐 두려워하지도 말자. 내가 아무리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잘 보이려 안간힘을 써도 결국 뒤돌아 설 사람은 나에게 인정을 베풀지 않는다. 목적을 가지고 살갑게 구는 친절을 정으로 착각하지 말자. 상처 받지 말자. Keep going
이제는 내 머리 위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볼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