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기뻐하고 함께 두려움을 나누기

by Yoon

나에게는 아주 예전부터 모호한 공포가 하나 있다. 어찌보면 애정, 지나친 간섭과 동정, 공유와 안쓰러움, 민낯의 부끄러움이 공유하는 가족.

특히 엄마의 존재다. 공포라는건 엄마 그 자체라기보다, 어느 순간 내 옆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부재의 의미이다.

어린시절부터 봐오던 엄마의 모습은 미안하지만 내가 지금껏 결혼에 대한 환상을 절대 가질 수 없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10년 넘게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그 누구하나 수고했다 그럴듯한 대접도 받지 못하고 무능력한 남편의 남편다운 대접을 늘 피곤하게 받아내느라...없는 돈을 쥐어짜며 나와 내동생을 키워내고 어떻게든 살아내야하는 그 치열함을 견디느라 늘 진통제를 달고 사는 그 처연함이...난 참으로 공포스럽다.

내가 함께 받아내줄 수 있는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늘상 가족과 함께 있으면 느껴지는 불편함과 숨막힘 때문에 하루 이틀 함께 있는 것조차 이제는 너무 불편해서 내가 먼저 일어서 나와 집으로 오는 내가 뭔가 도망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미안하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싫다. 자식한테 애정도 없으면서 늙어서 기대려고 하는 아빠의 그 뻔뻔함도, 악착같은 생활력없이 늘상 힘없는 엄마에 기대어 괜한 자존심만 내세우는 그 무능력함이, 이기적인건지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고 후다닥 결혼해서 자기 자식 챙기기 바쁜 남동생도 참 이기적이다싶다. 결혼해서도 부모한테 엄마한테 기대여 살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 하루에 수십개의 약을 먹고 있는 사람한테 그 어떤 '조치'도 없이 다들 입다물고 있다. 모르는척.

가족은 '사랑'만 줄 수 있는 관계는 아니다. 그것만 믿고서 함부로 되어달라고 부탁하는 염치는 없어야한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큰 짐을 짊어져야한다면, 그 것을 기꺼이 함께 해줄 수 없다면,,,최소한 그런 마음이라도 갖지 못한다면 둘 중 하나는 놔줘야한다. 서로에게 더 큰 생채기를 낼테니...그래서 함부로 가족을 만들고 싶지 않다. 내가 , 또는 상대가 그러면 난 아마 죽도록 미워할지도 모른다. 미워하는 내 모습조차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난 계속해서 미워할것이다. 그런 사람은 없으면 좋겠다, 차라리...

나라도...그러지는 말아야지.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엄마의 무거운 짐은 좀 덜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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