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못한거라 두려울지라도 우선은 그냥 걷자.
뜨거운 열정은 비록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누군가에 대한 따스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생각보다 표현이 서툴고 어색해, 오히려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내색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내가,,, 그래도 잘할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꾹 참고 지켜보기. 단순한 호기심과 관심인지 인간에 대한 존경과 선망인지, 그게 사랑이라는 감정인지를 그래도 모호하게나마 스스로에게 감정의 정체를 물었을 때 어느 정도 확신하며 대답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앞자리가 바뀌는 숫자의 급함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내가 혼자 걸어오면서 느꼈던 수많은 수행 착오를 겪고 싶지 않은 바람이 있기에 나름의 인내심으로 묵묵히 한 사람을 조심스럽게 관찰해왔다. 나와는 무척 다른 종교에 대한 신념에 대한 이질감과 다방면의 사회성이 부담스러우면서도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 과연 나와 융화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나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남들이 바라보는 경제적, 직업적 조건을 따진다면 글쎄,,, 나의 관심이 과연 그들의 눈에 찰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내가 가진 나름의 열등감을 그 사람에게 오픈할 만큼 과연 내 조건이 그리 반갑진 않을 테니 내가 그것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하고 싶진 않다.
사실,,, 내 머릿속의 따뜻한 마음은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그 순간을 위해 남들을 속이고 있으며, 신에게 아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힘들 때만 외치는 신에게 는 내 모습이 얼마나 가증스러워 보일까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게 솔직한 내 마음이기도 하다. 십여 년 전쯤 정말 간절히 기도하면서 부끄럽고 가여운 저를 위해 그 사람에게 철저히 제 자신을 감춰달라고 말씀드리며 했던 나에 대한 약속을 잊지 않으셨는지 ,,, 죄를 짓고도 감춰주신 나에 대한 벌을 주고 계신 건지 여전히 나에게는 그 어떤 인연의 끈도 내미는 이도 나에게 그 어떤 용기도 덜컥 생기지 않는 걸 보면.. 나에게는 쉽지 않은 운명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냉정하게 나 자신을 바라보라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그리고 그 '인연'외의 모든 것들은 간절히 원했던 만큼 들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라고.
운명과 인연은 신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것인데 나 스스로가 오히려 편해지려고 그 문을 스스로 닫고 있는 건 아닐까... 맞는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베풀면 계산적으로 내가 먼저 흑백을 나눠 대하진 않는지. 가족에 대한 희생과 연민을 핑계로 말이다.
사실 지금 가장 두려운 건 그 사람에게 고백하지 못하는 나의 '용기'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다. 과연 저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에 대한 관심이라는 그 어떤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내 마음을 고백하는 건 그나마 지난 1~2년간 다른 이들과 쌓았던 인연의 끈마저 어떤 설명 없이 단칼에 끊어야 할 만큼 냉랭한 분위기가 될게 뻔한 그 공간에 '고백'이후의 그 분위기를 내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에 섣부르게 '나는 너를 좋아해'라는 외침은 정말 무모하다는 거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눈치 없는 갑분싸'인 거다.
오늘 그의 인스타는 야릇한 문구의 내용이 올라와있다. 관심 가는 사람이 생긴 거라는 지인들의 댓글을 보니 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 상대가 나일 거라는 착각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떠돌던 그에 대한 생각과 그의 일상에서의 또 다른 누군가가 다를 텐데 그걸 기대하고 있는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막상 시간이 지나 내가 그 상대가 누구인지 알게 되어 실망하고 그동안 시간낭비를 했구나 생각을 하게 되면서 느낄 허탈감이 안 봐도 뻔해지는 순간....
남들은 진중히 연애를 하며 결혼 날짜를 잡고 미래를 계획할 때 나는 나 혼자 어떻게 외롭지 않게 살아야 하나 라는 고독하지만 절대 남들에게 티를 내지 말아야 하며 내 멘틀을 지켜야 할 때 스스로에게 느끼는 비애감은.. ㅠㅠ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다.
원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어버린 거다.
그러니 스스로에게만큼은 혼자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채찍질하지 말기를..
비록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이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오피셜로 알게 되더라도
그냥 그 사실 자체를 인정해줄 것.
혼자 있는 나의 삶을 조금은 빛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많이 사랑해줄 것.
경험해보지 못한 나의 남은 삶에 지나친 비애와 비관적 관망, 장밋빛 환상은 모두 걷어치우고 우아한, 멋진 어른이 되는 길을 택할 것.
우선 지금은 나에게 그게 최선이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처럼, 지금 내 옆에 없더라도 또 다른 여행자를 또 만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