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열심히'하면 되는 줄 알았다.

by Yoon

딸기 타르트 한 조각의 달달함

유튜브의 수많은 쇼츠.

세상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기 과시용 인스타 구경.

나와 관련 없는 영상과 게시물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본다...


그래도 인생의 허무와 비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좋은 문장과 글 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책 한 장을 넘기기가 어렵고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의 어느 스토리도 딱히 흥미롭지 않다.

가까운 누구를 만나 내 이야기를 나누는 것조차 버겁다.

일상의 루틴은 평소의 관성대로 흘려보내며

그저 내가 지나온 과거의 불안을 꿈속에서 되새김질하고

얕은 수면으로 인해 몸은 항상 무겁고 무기력하다.

알람 소리에 상관없이 새벽 6시 무렵 눈을 뜨고

'열심히'와'성실히'라는 자기 암시로 출근을 한다.



안타깝게도 남들의 행복에 고스란히 기뻐해줄 마음의 여유는 아직인 것 같고,

온 가족이 행복해하는 '탄생'의 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 줄 나의 '진심'은 찾기 힘들다.

다만 그들의 행복에 초를 치지 않도록 나의 표정과 기분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다.

어쩌면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그 순간을 나보다 먼저 누리게 된 그들에게 일종의 패배감을 느끼는 건지

정확히 나의 마음을 모르겠지만 나의 일상이 조금 무력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남들처럼 똑같이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열심히'로 안 되는 일들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일.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쓰라리다.

모든 건 적절한 시기와 타이밍이 있고, 이미 지나가 버린 내 시간들에 대해서는 되돌릴 수없다는 것을.

조금 더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나의 젊음을 내 자녀와 함께 보냈다면

조금 더 좋았을 텐데... `악착같이', '열심히' 잘 지내왔다고 생각한 나의 30대가 울퉁불퉁한 모습으로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아프다.

여덟 번의 시험관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신체적으로도 많이 힘에 부치고 한 번, 한 번 시도할 때마다 온갖 신경과 생활패턴을 오직 그 결과에 집중하면서 엄청난 감정적 소비에 실패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내 마음은 자꾸 바닥을 친다. 나를 생각한답시고 내 앞에서 연기하는 사람들의 행동이 '배려'가 아니라 오히려 '무례'로 느껴지고 지들 멋대로 떠드는 위로가 오히려 내게는 큰 상처가 된다.


내 일상의 어디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채, 임신이라는 부푼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과 가족들을 위해

여전히 난 어정쩡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몸에 좋다는 한약을 먹고, 커피를 끊고, 하루에 30분 운동을 하고, 숙면을 위해 노력 중이다.

혼자가 아닌 둘이라는 인연으로, 결혼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온 이상, 내 기분대로, 내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건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마음 같아선 그들의 희망 따위야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일상에 모든 에너지를 쏟고 싶지만, 함께하기로 약속한 이상, 그의 평안도 나의 몫이기에.


인생의 행로라는 것이 맨발로 캄캄한 밤에 가시밭길을 걷는 거야. 하지만 참아야 해. 쓰다고 해서 뱉지 말란 말이야. 써도 오래 씹으면 단맛이 나와. 그렇게 걷다 보면 가시밭길을 넘어가. 그럼 날이 밝아 오지.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마흔을 넘긴 내 인생 트랙의 흔적은..... 이건 내 본질로 밖에 흘러갈 수 없는 루트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연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도

내 주변을 수없이 지나칠 것이다. 내 우주의 궤도를 돌고 돌테니, 아무렇지 않게 마주하고 지나갈 뿐.

지나고 나면 그뿐이다. 내 본질을 무너뜨리지 말자.


마음이 복잡할 때는 하루하루 집안을 청소하며 내 삶의 완충지대를 만든다. 나의 무력감과 혹시 모를 의미 있는 희망 그 사이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반복'들이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모든 삶의 가능성을 단번에 잘라내고, 민둥산처럼 헐벗는 쪽을 택하기보다 조금 더 가보려 한다.

아직도 내 앞엔 캄캄한 어두운 밤이지만...

내 몸이 허락하는 마지노선이 거의 다다랐지만.....

도저히 신의 어떤 계획인지 감도 오지 않지만....

우선 keep going.

지난 주 크리스마틴이 내뱉었던 그 말처럼 우선은 믿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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