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이후의 삶 즐기기 <두 번째 이야기>

혼자서 밥 먹기

by 공미숙

나는 중학생 때부터 아침은 건너뛰고 하루에 두 끼를 먹었다. 40년을 그렇게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 빈 속에 마시는 커피 한잔. 그 강렬한 카페인의 맛이여. 종이컵에 담긴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이면 모든 게 해결됐다. 출근해서 먹는 커피 한잔의 여유를 나는 정말 정말 사랑했다. 오랜 직장생활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믹스커피 한잔의 힘일지도. 그러나,,, 그 결과가 역류성 식도염과 신경성 위염이다. 점점 정도가 심해서 작년부터 위염약을 수시로 먹고 있다.

퇴직하면서 다짐한 게 아침식사 챙겨 먹기였다. 퇴직 시점과 맞물려 남편과 나는 주말부부가 됐고, 자식들 또한 각자 삶의 영역에서 살다 보니 혼자 집에 남게 됐다. 근로자의 날 외에는 혼자 있어본 적이 없던 나였다. 드디어 진정한 자유가 왔구나 만세를 불렀다. 나만 챙기면 됐다. 이게 무슨 일이고. 춤을 덩실덩실 췄다.

아침에 샐러드와 과일, 두유 등을, 점심, 저녁은 직접 요리해서 먹었다. 이런 게 퇴직하면서 생긴 시간적 여유와 즐거움이지 하며 자축했다. 그렇게 사랑했던 믹스커피는 각고의 노력 끝에 점심 식사 후로 늦췄다.

석 달은 즐거웠다. 딱 석 달! 점점 내가 한 음식이 맛이 없었다. 단지 혼자 먹으려고 만드는 요리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던지. 나는 요리하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 얼마나 비 효율적인가.

도서관을 다니면서 책을 읽었고, 올해 안에 소설집을 한 권 내야 해서 틈틈이 글을 썼다. 중간중간 농사도 지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하루 일과 중 요리하는 시간이 너무 많이 차지했다. 그래서 협상했다. 아침은 최대한 간단하게. 점심과 저녁 중 한 끼는 식당에서 먹자.

주로 점심을 사 먹었다. 문제는 국밥집, 분식집 외에는 혼자 들어가서 먹기 편한 식당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식당에 2인용 식탁이 있으면 괜찮은데, 4인 식탁만 있으며 혼자 앉아 있기가 미안했다. 자리가 없어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퇴직 전까지 나 또한 영업을 했기에, 장사하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알았다. 돌려보내야 하는 주인의 심정을. 혹자는 내 돈 주고 먹는데 무슨 눈치를 보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냥 내 마음이 그랬다. 상대방에게 피해 주고 싶지 않다는 강박과 남 의식 잘하는 나라서. 때론 식당에 가서 앉으면 직원이나 사장의 등 뒤에서 싸늘한 기운을 느끼곤 했다.

집 근처에서 밥 먹을 때면, 가족들과 자주 다녔던 곳들이 많아 그 식당의 특성을 어느 정도 알았다. 2인 식탁이 있는 곳, 될 수 있으면 12시에서 1시 사이는 자제할 것. 그리고 음식이 맛난 곳을 골라서 다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점점 혼자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 같은데, '1인 환영'이라는 문구를 식당 문에 붙여놓고 장사하면 어떨까. 누군들 혼자 먹고 싶겠는가. 그냥 어쩔 수 없이 혼자 먹어야 하니 먹는 거지. 일본은 몇십 년 전부터 1인 전용 식당이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지방이라서 드물기도 하고, 또한 그런 곳이 있어도 내가 모를 수도 있긴 하다. 하여간 내 행동반경에는 없다. 혼자도 환영한다는 식당이라면 손님 입장에선 그 주인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져서 식당 이미지가 좋을 듯하다. 꼭 혼자만 가겠는가. 가족, 친구들과 같이 가고 모임도 할 수 있겠지. 장사란 모름지기 어떤 마음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근무할 때, 만 원어치 샀던 고객이 나중에 몇 천, 몇 억을 사는 고객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들이 다시 찾아온 이유는 예전에 친절하게 대해줘서, 믿음이 가서였다 만 원어치 샀을 때 직원에게 느껴졌던 그 따뜻한 응대가 고객에게는 잊지 못할 마음으로 자리 잡았다.

한 끼를 사 먹다 보니 이제는 두 끼? 마음속에서 자꾸만 나를 유혹한다.

내가 1인 전용 식당을 차려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손수 농사지은 야채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핑계까지 동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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