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는 게 익숙했던 나에게

나는 무엇이든 잘 포기하는 사람입니다

by 이서


나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다.

관계든, 일이든, 사랑이든.

조금만 흔들리면, 다시 붙잡기보다는 조용히 등을 돌리는 쪽을 택한다.


누군가는 그걸 ‘변명’이라고 말하겠지만, 나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중학생 때, 아무런 예고 없이 친구들에게 외면당한 적이 있다.


왕따였다.

갑작스럽게 모든 관계가 끊긴 그때부터 나는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게 두려웠다. 혹시라도 내가 실망시키거나, 내가 실망하게 될까 봐. 그럴 바에는 차라리 먼저 거리를 두는 편이 나았다.


그래서인지, 곁을 잘 내주는 사람들이 늘 신기했다.

가끔은 그들이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며 친한 친구도 생기고, 지금은 연인도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마음에 들지 않거나 상처받을 것 같은 순간이 오면 조용히 관계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늘 이렇게 나 스스로를 설득했다.


“나는 혼자가 더 행복해.”

“이 사람이 없는 게 훨씬 편해.”


그땐 그게 맞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보면, 나는 그저 관계를 포기해버린 거였다. 그 관계 안에서 조금 더 부딪히고, 솔직하게 말하고, 견뎌보려 하지 않았다.


웃긴 건, 이건 일할 때도 똑같이 나타난다.

조금만 일이 힘들어지면 채용 공고부터 검색한다. 급박한 상황이 오거나 실수할 것 같은 순간이 오면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물론, 결국 문제는 잘 해결한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너무 쉽게 도망치고 싶은 사람이었다.


요즘은 결혼에 대해서도 그렇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좋지만,

‘평생’이라는 단어 앞에서 자꾸 주저하게 된다.


“결혼 안 하는 게 더 행복해.”

“시어머니가 간섭하실 거야.”

“집안일이 스트레스일 거야.”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을 채우며,

나는 또 나를 설득한다.

그렇게 합리화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이건 나의 성향이다.

그리고 그 못난 모습조차 나라는 사람의 일부다.


나는 인사이트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지금은, 나를 인정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시작이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라면,

이 또한 나를 붙잡는 한 가지 방법일지도 모른다.


나는 잘 포기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이 마음만큼은 쉽게 흘려보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