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12월이라 주예수그리스도 성모마리아의 아드님 탄생일이 있고 시어머니아들의 탄생일도 있다.
그리하여 몸도 마음도 바쁜 12월 마지막주이다.
작년의 시어머니아들 생일상에는 임신 중의 몸으로 미역국과 소고기잡채를 해서 차려주었는데 선물과 카드가 없다고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모른다. 내가 아끼던 목초육 소고기 넣고 해준 잡채였는데 선물과 카드에 밀리다니. 평소엔 돼지고기 넣은 잡채를 만드는데 귀한 음식인 줄도 몰라주는 남자. 디테일 꽉 채워 있어야 하는 너란 남자. 내가 사람 참 몰라본 죄로구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로소이다.
그래서 2022년 생일은 나의 얇은 주머니이지만 프랑스에서 날아오는 생일선물-마리아쥬프레르-도 준비하고 연어빠삐요뜨라는 요리도 준비해 보았다. 했던 음식 또 해주면 뻔하다고 한 마디 하는 시어머니아들이시라 새로운 요리 해줘야 좋아한다. 문제는 나도 이날 처음 해보는 음식이라는 것.
저탄고지와 관련된 책을 몇 권 보았는데 각 책들에 실린 추천 레시피 중에는 이 빠삐요뜨가 매번 들어있어서 언젠가 해봐야지 싶었다.
요리 과정 자체는 매우 단순하므로 요리초보도 쉽게 할 수 있다. 나는 이 날 재료를 좋은 것으로 준비해서 좀 더 그럴듯해 보이도록 신경 써주었다. 빠삐요뜨가 원래는 오븐요리이기 때문에 오븐이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그대로 하시면 되고 오븐이 없는 나는 인덕션과 스테인리스 냄비로 만들었다.
연어 빠삐요뜨 - 조리 전의 생생한 색감
연어 빠삐요뜨
연어 250g, 라임 슬라이스 4개, 감자 슬라이스 4개, 양파 슬라이스 4개, 방울토마토 4-5개, 양송이버섯 3개, 소금, 후추, 화이트와인 2큰술, 올리브오일 2큰술, 허브 (로즈마리, 딜 등)
감자, 라임, 양파는 얇게 썰고 양송이는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연어는 소금과 후추 밑간을 살짝 하고 감자, 양파, 방울토마토, 양송이버섯은 올리브오일과 허브에 버무린다
암웨이퀸 대형프라이팬(없으면 7중 스테인리스 팬이나 무쇠팬)에 유산지를 넉넉히 깔고 연어를 가운데에 두고 둘레에 야채를 넣는다
전체적으로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라임 슬라이스와 생허브를 올린 후 올리브오일을 뿌린다
화이트와인을 넣어주고 유산지로 밀봉하여 프라이팬 뚜껑을 덮고 팬요리 190도에서 2-30분
꺼내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옮겨 가운데를 열어 먹는다.
생일상이라 좀 더 차린 느낌을 내주고 싶어서 칵테일방울토마토로 알록달록함을 늘리고 레몬 대신 라임으로 향의 차별점을 주었다. 평소엔 방울토마토와 레몬즙으로 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다.
화이트와인이 없어서 요리용 백화수복을 3큰술 넣었다. 화이트와인이 맛에 있어 좀 더 가벼운 느낌을 내줄 것 같다.
이날 다른 메뉴가 있어서 연어를 250그람 한 팩만 사용했는데 2인 이상의 양이 충분하려면 400-500그람은 해야 할 것 같다. 그럴 경우 재료의 양을 여기에 적어둔 것 1.5배로 사용하시면 될 듯하다. (연어 400그람, 야채 슬라이스 5-6개, 화이트와인 3큰술, 올리브오일 3큰술)
한 번 해보니 재료를 씻고 다듬고 칼질하는 약간의 노력만 곁들이면 근사한 한 접시로 만들어내기 쉬운 요리였다. 겨울에 따끈하게 서빙하기에도 쉬웠고. 조리시간이 20-30분이기 때문에 약속시간에 맞추어 내놓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원래 레시피에는 통마늘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우리집에서는 장 건강을 위하여 마늘을 잘 쓰지 않고 있어서 뺐다.
생허브를 산 김에 같이 곁들일 차지키소스도 만들었다. 차지키소스 역시 다진 마늘이 포함된 레시피이지만 이날 우리 식구가 먹을 것에는 넣지 않았다. 마늘의 매운맛이 없는 차지키소스도 무난하니 마음에 들어서 이다음날까지 내가 다 퍼먹었다. 사워크림이었다면 퍼먹으며 죄책감이 들었을 텐데 그릭요거트라 마음도 가볍게 숟가락을 움직였다.
나는 매일바이오 그릭요거트를 써봤는데 이 제품은 그릭요거트 치고 수분이 많아서 원래의 차지키소스 농도가 아니었을 것 같지만 어쨌든 재료들의 조합만으로도 연어 빠삐요뜨와 잘 어울렸다.
차지키소스
그릭요거트 250ml, 오이 1개, 다진마늘 1작은술, 올리브오일 1큰술, 딜 10g, 소금 약간, 라임즙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은 그릭요거트를 준비한다
오이는 얇은 채를 썰어 다진다음 수분을 빼주고 딜 역시 다져서 준비한다.
그릭요거트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잘 섞어준다
이마트 쓱배송으로 받은 딜이 12그람이었는데 굵은 줄기를 빼니 10그람이 될 것 같아서 전부 다져 넣었다. 별 거 아니지만 고급 요리의 흉내를 내기 쉬워지는 게 생허브이다.
그리하여 이 연어빠삐요뜨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시어머니아들도 좋아했고 내아들도 좋아했으니 당분간 자주 해 먹을 요리에 포함되었다. 생선으로 빠삐요뜨를 하면 비린내 없이 부드럽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비린내에 질색하는 내가 하기에 쉬운 생선요리를 하나 찾아내어 기쁜 12월이 되었다.
기쁨은 매일매일 내가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싱긋 - 연어빠삐요뜨와 차지키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