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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긋 Feb 15. 2023

밥 짓기를 실부플레(S’il vous plait)

[어쩌다열심히엄마의 간단 레시피] 기초이지만 제일 중요한 쌀밥

실부플레는 영어로 please라고 한다. 그러니까 오늘 제목은 밥 짓기를 잘 부탁해 정도일까. 엄마 직업을 가진 후 최고의 고비는 밥 짓기의 지겨움에서 온다. 김훈 작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워킹맘이라면 밥벌이와 밥 짓기 모두 해당이겠다. 게다가 나 같은 전업 아닌 전업맘이라면 가사 외의 일하는 시간 관리가 들쭉날쭉이라서 밥 짓는 시간을 놓치기가 일쑤일 테고. 


토요일 요리에세이 발행의 약속을 자꾸 어기고 있어서 마음이 불편하다. 기다리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는데. 글을 한 편 발행하고 나서 이번엔 무슨 요리로 글을 쓸까 고민이 바로 시작되는데 지금 주방의 상태가 '요리'란 것을 멋지게 해낼 만하지 못하다. 방학을 맞이하여 첫째 아이의 학습을 봐줘야 하고 기어 다니며 움직이기 시작한 둘째를 지켜봐야 한다. 24시간을 나와 아이들이 붙어 있는데 밥도 해 먹어야 하고 집도 치워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한다. 그 와중에 틈틈이 내 몸도 씻고 아이들 목욕시키고 필요한 물건들 주문하고 사진 찍고 동영상 찍고 글도 쓴다. 그러다가 공부도 하고 말이다. 잠자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휴식 방법이다. 집에 와서 살림을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글로 나열해 보니 진정한 독박의 뉘앙스가 느껴지는구나. 이 정도 해야 독박이지. 


성장기 열 살 아들은 2월 들어서 세 시간마다 배고프다고 하는데 그래도 엄마가 해준 간단하지만 영양소 살아 있는 밥을 먹이면 허기져하는 게 덜하다. 참 신기하지. 엄마가 지은 쌀밥에 참치캔과 주먹밥 재료, 참기름만 넣고 비벼줘도 맛있다며 잘 먹고 행복해한다. 원래 아들의 최애는 참치마요비빔밥이었는데 2022년을 지나며 살이 좀 쪄서 요사이 마요네즈는 빼고 준다. 식단이 간단한 대신 식재료는 좋은 것으로 꼼꼼하게 골라서 준비해 둔다. 간단하지만 영양소가 살아있도록 조리도구와 조리방법도 신경 쓴다. 시중의 즉석밥이 맛도 좋고 간편하지만 되도록이면 사두지 않는 이유이다. 영양소와 엄마사랑이 살아있다면 아주 간단한 밥상이라도 아이가 든든하게 받아들이길 바라며. 


고기도 잘 먹어주면 좋을 텐데 어쩐 일인지 고기에 관심이 없어졌다. 사골 냄새는 질색을 하며 도망가기까지 한다. 아이가 커가면서 지나가는 계절처럼 식성도 달라지는가 보다. 아기 때부터 그러했듯 억지로 먹이려 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대신 언제 먹어도 맛있는 쌀밥으로 챙겨준다. 밥이 맛있으면 김자반 하나만 있어도 즐거운 밥시간이니까. 참치비빔밥을 사흘에 한 번 꼴로 자주 해줘도 아이는 신나게 먹어준다.


맛있는 밥을 하려면 역시나 재료인 쌀이 중요하다. 쌀을 조금씩 사서 여러 가지 종류를 먹어보니 유기농 쌀이라고 해서 전부 다 맛이 좋은 건 아니었다. 우리 집 식구들 입맛 기준으로 제일 맛있는 밥을 지어먹을 수 있는 품종은 골드퀸인데 이건 오히려 밥을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사지 않게 되어버렸다. 나름의 저탄수화물 식습관을 갖고 있는데 골드퀸으로 밥을 지으면 한 끼에 두 공기씩 먹을 때도 있었다. 찌느라 돈 쓰고 빼느라 돈을 더 쓰게 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해야지.


최근 들어서 제일 맛있었던 쌀은 유기농 신동진쌀이었다. 맛있을 때 열심히 밥 지어 다 먹어버려서 오늘 동영상에 보이는 쌀은 철원 오대쌀이 되었다. 신동진 쌀보다는 아니지만 이것 또한 밥맛이 좋긴 하다.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밥을 만들어주는 좋은 압력전기밥솥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냄비밥을 고수하는 엄마이다. 

1. 쌀의 형태가 살아있다

2. 같은 쌀, 같은 물로 지은 밥의 색이 압력밥솥과 암웨이퀸 냄비밥이 달랐다

3. 쌀을 씻고 불려서 밥이 완성되기까지 3-40분으로 빠르다


요 정도 이유로 지켜내고 있는 냄비밥인데 가마솥의 뽐뿌가 가끔 있지만 손목이 약한 나는 흘려버릴 수밖에. 


암웨이 퀸 인덕션과 퀸 중형프라이팬으로 쌀밥 짓기

스테인리스 냄비밥

1. 취향의 좋아하는 쌀을 준비하여 깨끗한 물에 5번 이상 씻어 10분 불려둔다

2. 불린 쌀의 물은 모두 따라버리고(체에 밭쳐서 물을 빼면 좋다) 준비된 냄비 혹은 프라이팬에 담고 쌀 위로 1센티미터가 올라오도록 물을 잡는다

3. 센 불로 끓이기 시작하여 쌀알이 바닥에 달라붙지 않도록 저어준다

4. 밥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인덕션 3단으로 줄이고(아주 약불) 뚜껑을 덮어서 13분 설정한다

5. 13분이 지나서 불을 끈 채로 잔열로 뜸을 5분 들인다


3번의 과정 없이 바로 냄비 뚜껑을 덮고 센 불로 시작해서 끓으면 바로 약불로 줄이는 방법도 있다.

밥이 완성되고 나서


암웨이 인덕션의 화력 3단이 가스레인지 약불에서 중불 그 사이일 텐데 13분 이상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살짝씩 밥이 눌어붙는다. 


집에 있는 쌀이 혹시 마음에 안 든다면 밥을 지을 때 청주를 한 두 큰 술 넣고 향이 없는 기름 종류를 서너 방울 같이 넣어서 살려보자. 백화수복 댓병이나 차례주 댓병이 집집마다 있어야 하는 이유랄까. 청주를 집에 두면 활용할 방법이 여러 가지다. 



실부플레는 아들내미가 신나게 보고 있는 포켓몬 XY&Z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서 따왔다. 귀여운 유리카가 이쁜 언니들만 보면 우리 오빠를 실부플레라고 대사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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