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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와 트램프 Aug 03. 2024

소소한 이야기를 : 나의 덕질을 찾아서 (5)

뭔가 잊어버린 듯 자꾸 불안하지만 이젠 새로울거야 

지난 이야기 :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나에게 경고했던 사람들의 조언과 여러가지 걱정은 결국 하나의 사건을 초래하였고, 나에겐 아물지 못한 상처로 남아버리며 가슴의 아픔을 간직하게 되어버렸다.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 그리고 증오감만이 마음에 자리잡게 되어버렸다.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해 죽으려고 했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버렸다.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만이 가득하여 좋아하던 것들을 없애고만 싶었다. 그렇게 해야 내가 조금은 나을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그저 면목없고 생각없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새롭게 바꿔보고자 했다. 나의 삶,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이번 5편에서는 새롭게 떠나가는 곳, 이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정든 고향을 떠나면서 겪었던 여러 새로운 성장통, 그리고 덕질의 새로운 것을 열어주었던 어느 작품들까지... 이런 이야기가 한 달도 아닌 일주일 만에 이루어졌다면 믿을까, 하지만 나라면  믿고 싶을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되었으니까. 꾸밈없는 충격의 연속, 그리고 놀라웠던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드리길 약속드리며 많이 보고 들어주셨음 한다.



- 안녕, 내 청춘의 고향 아르카디아여 


이별의 아픔은 나의 청춘을 더 성장하게 만들어 주었음을 알려주었던 '은하철도 999'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어 가던 때에, 나름 각오 했었던 소식을 부모님에게 전해 들었다. 


'이사' , 그것도 다음날 아침에 떠난다는 것이였다. 아무런 준비도, 흐지부지된 줄만 알았던 이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바로 떠나간다는 것이 나에겐 상당한 충격이었다. 간다고 해도 나중에야 가는 것인줄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결정이 되는 것은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 나름대로의 준비를 마치고 짐들을 싸기 시작했다. 스티커와 피규어, 그리고 여러 굿즈들을 상자와 가방에 담으며 내가 이렇게나 많이 사들이고 좋아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무렴 다른 곳에 가서도 덕질은 하면 되니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많이 아쉽고 떠나기 싫었었다.


일어나자마자 아침, 나의 고향 마지막 집을 떠나 이사하는 곳으로 가는 버스를 탔었다. 그래도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이 내심 좋긴 했지만 그렇다고 고향을 떠나는 것의 의미가 좋은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새 환경에 대한 적응,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맺기가 많이 두려웠었고 무섭기도 했다.


도착한 버스 정류장은 이게 꿈이 아닌 현실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여행으로 자주 왔던 곳에 내가 살아간다는 것이 실감이 전혀 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어디에 가는 지도 생각을 전혀 못했기에 마음이 조금은 두근두근, 아니라면 너무 궁금했었다.


생애 첫 집주인이 있는 집, 그리고 도시생활에 대한 결심, 모든 것은 0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알아간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이삿짐 센터와 같이 물건을 옮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연되면서 잠시동안 새롭게 살게 될 동네와 놀러올때 자주 돌아다녔던 즐길거리가 많은 곳, 일명 '명동' 을 갔었다. 많이 이색적이면서 내가 살던 곳과는 전혀 다른 그런 기분, 시골와 도시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들이 엄청 많았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고, 내가 과연 잘 적응할 수가 있을까? 라며 걱정도 했었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문득 이사하기 전의 내 모습이 창문에 비쳐보였다. 왜일까, 그저 예전이 갑자기 그리워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그리고 저녁이 되어 이사 끝, 새롭게 살 집을 드디어 들어가게 되었다. 2층에 아랫집은 집주인이, 2층은 내가 사는 곳으로 나뉘는 그런 곳. 처음으로 집주인과 마주하며 맞이하는 그런 시간을 겪는다니 여러모로 부담이 더해지는 기분을 받았다. 어제까지 살던 곳이 너무나도 그리웠다. 그리고 보고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그리워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며 마음을 다 잡기로 했다. 용기를 내어 먼저 집주인에게 다가가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그리고 덕질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야만 상처가 더 빨리 아물 수 있고 그 사람들과 설렁 마주치더라도 부끄럽진 않게 마주칠거라는 기대를 말이다, 그렇게나마 있어야 내 자신이 버텨야만 하니까. 


20년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청춘을 그려냈던 고향은 그렇게 나의 마음속으로 떠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했다.


안녕! 나의 청춘이 가득한 아르카디아여...



- 너의 눈에 가득한 미래, 그리고 모든 것을 빛나게 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주었던 것은 나디아가 아니었을까

이사 온 뒤 처음으로 맞이한 하루는 오묘했다. 초겨울답게 아침 공기가 매우 상쾌하면서 기분은 어딘가 차가운 기분이 많이 들었었다. 좋고 나쁨이 공존하던, 중간이 없던 그런 기분을 받았다. 그 사람들을 마주치면 어떡하지, 내가 이상하게 보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 그리고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교차했다.


시간을 때우며 새롭게 만화들을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낸 어느 날, 눈에 들어왔던 작품은 바로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였다. 특이하게 여름의 느낌이 절로 나는 만화였는데 이상하리만치 겨울에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주인공부터 '검은 피부'를 가진 매우 이질적인 분위기, 그리고 활기찬 분위기는 나의 마음을 당기게 해주었다. 역사를 좋아하던 나였기에 이런 산업혁명 이후의 시대적 상황이 명확한 작품은 처음이기도 했다. 


어디서는 발암 여주인공, 어디서는 보기에는 좀 어려운 작품이라는 평가는 나를 흔들리게 하였었다. 세일러문같이 주인공이 너무 울어서 그랬거나, 아니면 통수에 통수를 거듭하던 마법기사 레이어스도 봤던 나였음에도이런 여론은 보는데 부담감을 많이 안겨다 줄 리스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를 참고 보기로 생각하며 라프텔에 첫 결제를 하고 보기로 했다. 빽빽거리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나디아와 그런 그녀를 사랑으로 바라보는 쟝의 풋풋한 사랑은 나에겐 없던 연애세포, 아니면 청춘에 대한 다른 모습을 즐기게 해줌은 틀림없었다. 물론 무인도편 작화는 정말 끔찍했다.


나디아를 찾아보며 그간 찾아다니던 커뮤니티에 여러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죽어가던 덕질을 조금씩 회생하며 살아냈다는 것이 정말 뜻 깊었다. 그리고 이렇게 깊은 작품을 봤다는 것이 하나의 자부심에 넣기로 결정했다. 자기 자신이 약하고 여러 상처로 점철되있는 나디아지만, 그래도 긍정적이자 (사실 성격은 그렇게 좋지는 않아도) 활기찬 그런 모습은 내가 다시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사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많은 외로움, 새로운 곳에 대한 부적응, 낯선 생활을 겪던 나에게 나디아가 가진 상처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매우 같았었다. 하지만 차이점은 나디아에겐 사랑이, 나에겐 의지가 있었다. 비록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어두운 분위기에 있더라도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람만이 있다면 이를 극복해나갈 수가 있다는 주제의식이 너무나도 좋았었다. 그래서 나디아가 부러웠고, 사랑스러워서 사랑했었다. 


비극적으로 끝날 큰 아픔, 그리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포기하려 했던 것들을 다시 잡았던 것은 어찌보면 나에겐 운명이자 행운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새로운 시작점을 나디아가 같이 봐주었다는 것은 어쩌면 나에겐 보석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얻은 것이 아닐까. 아직은 미래를 놓치기에는 살아갔던 인생이 아깝지 않나며,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며, 그저 하나의 욕심만으로는 체워지지 않는 것은 사랑임을 보여주었던 나디아. 그녀였기에 내가 다시 잡을 수 있었고, 그녀였기에 내가 일어날 수가 있었다. 정말 고맙다고, 그렇다고 말하고 싶다.


'Don't Forget To Try In Mind, 사랑은 보석보다 더 모든 것을 빛나게 해' 


- 웃는 너의 모습이 좋아, 마법의 리본을 키리릿하고 


미리 알지 못했어도 정말 생각도 못했었다. 내가 이런 장르에 빠지게 될줄은...

새롭게 만화들을 찾아다니면서 여러 커뮤 사이트에도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한 사이트에 자주 찾아가며 만화에 대한 이야기나 포스터를 여럿 올렸었는데, 그 곳에서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없어진 그 영상을 조용히 보며 이런 시대에 이런 만화가 있었구나 하며 넘기려던 찰나, 한 알고리즘을 타버리며 어느 장르에 대한 것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르는...


https://www.youtube.com/watch?v=p4VqKBEjomU&list=PLd9znMdM69er7VAgD0HfLAoQwGEBgEJkn&index=88

이 모음집 덕분에 결국 나는 이렇게 되어버렸다.

바로 '마법소녀' 가 되시겠다. 


알고리즘을 타도 기이하게 탔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그런 기분, 그래도 세일러문이나 네티, 리리카는 알고 있었기에 한번 궁금해서 봤었다. 1966년부터 시작되는 타임라인은 매우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았었고, 내 입맛에 맞는, 그리고 한번 쯤 보고싶은 작품들이 정말 많았다. 첫 시작 샐리부터 아코짱, 크리미 마미... 아직도 그 당시의 충격을 잊지 못하겠다. 


본래 예전 장르와 작품을 좋아하던 나에게 이러한 방대한 역사를 가진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하나의 작품으로만 봤었던 마법소녀 작품들이 이렇게 다양한 프랜차이즈와 깊은 역사를 가졌다는 것은 어쩌면 내가 찾지 못한 하나의 부분이자 장르가 되는 것이었으니까. 또한 가치있는 작품들을 알아뵈지 못했다는 미안함(?) 도 생겼었다. 어찌되었든간에 대학교에서 학과 공부를 할때도 느꼈던 '찾아내는 희열' 을 느꼈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다.


여러 흥분에 휩쌓이던 찰나에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 시작했다. 내가 덕질을 하더라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는 그런 생각, 머리를 짜내며 고민하던 때에 '연재' 를 해보기로 했다. 자주 활동하던 곳에 '마법소녀의 역사' 를 써보기로. 위의 타임라인 영상도 그렇고 외국에서는 많은 관심이 아직 많은 마법소녀라는 장르가 한국에서는 그저 추억의 물건으로 남는데 아쉽기만 했다. 역사에 대한 자료도 많이 없던 때에 여러 커뮤니티나 개인 사이트에서 뒤지고 뒤져서 나오던 자료들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내 나름대로 이런 노력을 했다는게 조금은 뿌듯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마법소녀에 대해 나에게 새로운 페러다임을 주었던 '히메짱의 리본'

3일 정도의 공부, 그리고 여러 자료를 더하며 '마법소녀의 역사' 를 처음 연재하기 시작했다. 1966년의 샐리부터 1999년까지의 커렉터 유이의 이야길 다루었던 그런 연재물, 생각보다 평가가 나쁘지 않았었고 사이트 내의 SNS 계정에도 올라갔었다. 내 자신이 여러 자료를 묶어서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그리고 사람들에게 떳떳히 보여줄 결과물이 생겼다는 것이 내심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어려운 환경, 찾아내도 나오질 않는 몇몇 작품들의 단점을 겪으면서도 좋아하게 된 장르를 정확히 알려주기 위한 그런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 나에겐 행복했다. 학교에서 썼던 레포트와 같은 그런 재미가 이제서야 나에게 찾아올줄이야. 이런 것이 진정한 마법이자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겐 이런 것이 행운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환경과 그곳에서의 적응이 어려웠어도 환경의 변화는 이러한 새로운 장르를 보는데, 찾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미워할수가 없으면, 포기할수가 없으면 차라리 더 사랑하겠다는 그런 결심이 이러한 영향을 줬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웠고, 그래서 잊지 못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내면의 우울함, 그리고 불안은 나에게 다른 방향으로 찾아오게 되었다. 참고 참으려고 해도 더 퍼져나가는 악몽과 공포의 고리는 나를 쥐어짜는데 바빴고 버티려고 해도 모든 것을 토해낼 듯한 그런 고통을 받게 되었다. 결국 병원을 찾아가게 되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나에게 다가오게 되었을까?


6편에서 이어!



- 글을 마치며


이사한 날 아침의 공기, 그리고 분위기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전날에 듣고 많이 충격에 빠진게 어제같은데 지금도 생각하면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던 그 당시의 기분이 새록새록하네요


걱정을 많이 했었던 집주인과의 관계는 사실 스포일러지만 매우 좋았었습니다. 가끔 찾아오셔서 떡도 주시고 이야기도 자주 나눴었는데 그게 다시 이사를 가던 때에 많이 아쉬웠었죠. 어차피 떠나면 다시 못볼 사람이라지만 저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인연이라 다시 만나뵙고 싶습니다.


나디아, 사실 여름에 맞는 만화를 겨울에 보던 제가 많이 특이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주위에서 특이하다며 이야기를 하던데 그것을 전혀 인지를 못했다가 나디아를 보면서 많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지지 못했던 그런 여유로움이나 분위기가 어찌나 나디아를 보면서 바래왔는지... 우울감은 잠시 뒤로 두고 그나마 마음놓고 봤던 작품이였기에 지금도 많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안노 히데아키라는 사람을 듣기만 했는데 나디아를 보면서, 그리고 톱을 노려라 역시 알게 되면서 서서히 찾게 되었던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마법소녀, 브런치의 첫 시작이 마법소녀였던게 2년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첫 시작은 6년전의 첫 연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에 마법소녀의 역사를 썼던 사람들이 정말 드물고 사실 지금도  없는 때에 제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것이 되어버렸네요.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에 대해서는 밀리고 싶지 않았고, 부족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위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자료조사나 공부를 살면서 그렇게 해본 적이 처음입니다. 그러한 일념하에 내놓았던 결과물이 지금의 브런치에 있는 글의 시초격인데 가끔 그 당시의 글들을 찾아보면 여러모로 부끄럽고 부족한게 많았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첫 시작이였으니 만큼 그런게 당연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일러문이나 다른 작품들의 숨은 이야기, 그리고 다른 작품들이 마법소녀 장르에 받은 영향을 알게 되면서 저 역시 많은 도움이 되었고 공부가 되었습니다.


다음 6편에서는 우울증, 그리고 세번째 팬미팅에서 있었던 저의 덕질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읽어주셔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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