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앤 셜리, 나의 산고, 나의 장미
누구나 내가 좋아하는 장르, 아니라면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많은 곳을 다녀봤을 것이다. 가수나 연예인, 아니면 유명한 유튜버들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의 덕질의 이야긴 다르다, 애니를 좋아하게 되며 따라다니게 되었던 '목소리' 의 원천, 그리고 주인공들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었다. 남들이 자주 찾지 않았던 곳에서도, 만화라도 나에겐 그런 요소 하나 하나가 정말 소중했었고, 듣기에 행복했었다.
이번, 그리고 올해 새롭게 돌아오게 된 레이디와 트램프의 이야기는 새로운 코너, '언제나 덕질 이야기!' 로 찾아오게 되었다. 3년전부터 생각해왔었고, 해보자 해보자 하면서 그저 기획만 잡아놨었던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길고 늘어지는 시간 속에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아졌다. 하지만 더 길어졌기에 더 좋은 이야기를 내보낸다는 것은 더 좋은 행복이라 믿고싶다. 그리고 다시 이어나갈 '마법소녀의 역사', '띵작만화를 찾아서' , '소소한 이야기를' 역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다.
덕질의 첫 시작점을 지나 이번 첫 이야기에서는 불과 하루 전에 다녀왔던 어느 성우분의 팬미팅을 회자 해보고 싶다. 짝사랑과 비슷할 정도로 좋아했던 만화의 캐릭터들을 맡아주셨던, 그리고 우리에게 행복을 안겨주었던 그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 오랜간만의 열차는 행복이어라
“앞으로 알아낼 것이 많다는 건 참 좋은 일 같아요! 만약 이것저것 다 알고 있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그럼 상상할 일도 없잖아요!”
성우라는 하나의 직업, 그리고 그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덕질하게 된지 7년이 지나게 되었다. 실수 투성이나 다름없던 첫 건대로의 지하철, 해매고 해매서 겨우 찾아냈던 서울 고속 터미널에서의 기다림, 가깝고도 가까웠던 신촌과 이대 사이의 여정과 같은 이야기가 시간이 지나며 무뎌지던 때에, 처음으로 자주 가던 팬카페가 아닌, 다른 팬카페의 성우 팬미팅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참가하게 되는 다른 팬카페의 이벤트, 그리고 인생 처음으로 가게 되는 서울역은 마음을 설레게, 때로는 떨리게 만들었다. 서울역이 나오는 이유는 장소가 다름아닌 서울역 근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여러 상상을 하게 되었다, 길을 해매다가 팬미팅 장소에 못가면 어떡하지? 밥은 어떡하지;? 집에 못돌아가면 어떡하지? 와 같은 별의 별 생각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나의 일도 여러모로 바빠졌다. 취업,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갑작스러운 해고... 그런 이야기들만 가득한 체 춘천에서 서울로, 정확히는 청량리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청량리에 도착한 나, 의외로 1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당황했었다. 빠르면 빨라서 좋다지만 그렇게 빠를수가... 내심 ITX의 위력을 느꼈다. 그리고 지하철로 갈아타서 찾아오게 된 서울역은 황홀함이 나에게 찾아온 기분이었다.
처음 찾아온 그런 역은 넓고 넓었다. 사실 그렇게까지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그게 맞았다, 아무쪼록 서울역을 지나 팬미팅 장소에 걸어가며 서울의 정취, 그리고 감성이 절로 나오는 여러 골목을 지나 장소 앞에 도착했다.
도착은 했는데 막상 시간이 너무 빨라 들어가기가 애매했던 시간, 1시에 시작하는데 난 11시에 도착했다. 배고픔과 시간을 버티기 위해 식당을 찾아 나섰고 겨우 찾아낸 어느 국수집,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어떤 팬미팅이 될까, 어떤 팬분들이 나를 반겨주실까? 와 같은 즐거운 상상들, 성우님을 뵙는 마음을 가슴에 가득 안고 그렇게 시간을 따라 나는 연인들의 오솔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 나의 앤 셜리, 나의 산고, 나의 홍장미!
전요, 뭔가를 즐겁게 기다리는 것에 그 즐거움의 절반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즐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즐거움을 기다리는 동안의 기쁨이란 틀림없이 나만의 것이니까요.
그렇게 다시 도착한 팬미팅 장소, 성우 팬미팅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파티룸' 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많이 진행이 된다. (물론 소극장 같은 곳에서도 하긴 한다) 이번에도 그랬었고, 장소는 생각보다 정말 휼륭했다.
찾아간 장소에서 카페의 매니저분을 만나뵙게 되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처음보는 분들과 조금은 어색하게, 조금은 두근거리며 마주치게 되었다. 내 첫 팬미팅 참가도 그랬었고, 같은 파티룸이었는데.. 라는 회상이 절로 머릿속에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며, 그렇다며 나 자신을 믿었다.
매니저님과 나눈 첫 인사는 놀라웠다. 초면부터 다가가기에는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 나에게 많이 알려주시는게 절로 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첫 팬미팅에서 너무 어색해 과자만 집어먹던 때의 나를 다시 생각하게 하려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서 아무런 부담없이 자리에 앉는 나를 볼 수가 있었다.
파티룸의 분위기, 그리고 다가와서 서로 인사를 건내는 사람들을 돌아보며 많은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괜히 긴장만 해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것 보다야 차라리 다가가서 나도 인사를 건내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무턱대고 찾아갔다가 서로 민망해지는 것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기대감과는 별개로 조용히 시간을 기다리기만 했다. 그래도 인사를 건내주신 분들 덕분에 부담도 덜해졌지만, 즐기는데에는 많은 부끄럼이 있던 것도 사실이긴 하다.
드디어 등장하게 된 성우님, 처음 뵙는 입장에서 정말 내 앞에 이 분이 계시는 구나! 라는 황홀감이 내 몸을 가득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만나뵙고 싶었고, 한번 꿈꿔왔던 그런 순간이 나에게 다가올줄이야, 많은 기쁨과 행복을 보고 들으며 팬미팅은 시작을 알렸다.
첫 시작은 자기소개, 돌고 돌아 내 차례가 되었다. 강원도에서 찾아온 어느 남자의 소개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레이디와 트램프' 입니다 였다. 실로 평범하고도 평범한 자기소개, 하지만 할 이야기가 그것밖에 없었다. 마음같아선 덕질을 표현하며 흥분하고 싶었지만, 그렇지만 그러면 그거대로 실례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접었다.
자기소개 이후 카페의 회원분들과 나누는 질문과 답에 대한 시간을 가졌었다. 서로의 궁금증, 그리고 여러 고민들이 나의 귓속에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어느 분은 결혼을 앞두고, 어느 분은 면접을 앞두고, 어느 분은 자신의 꿈을 앞두고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 나 역시 직장을 단 '2일' 만에 잃어버린 입장에서 전에 남긴 질문이 너무 가슴에 꽃히고 있었다. 분명히 새 직장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하는 생각에서 남긴 질문이었지만, 갑작스레 없어져버린 곳에 대한 미련, 그리고 도와야하는 집안의 일이 겹치며 결국은 똑같은 입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가 조금은 비참했고, 슬펐다.
그리고 찾아오게 된 나의 질문, '새로운 곳에 어려움을 느낄때에 어떻게 해야할까요?' 라는 질문이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팬미팅 신청 당시에 직장을 구했다는 기대감, 그리고 두려움이 반반씩 섞여나갔기에 남긴 질문이었는데, 그 결말이 너무 비극적이었다. 감정은 최악이고 열정은 바닥이라는 생각만 가득하던 찰나에 들은 답변은..
싫어하는 것부터 먼저, 언제나 열심히!
라는 답변이었다.
사실 내 자신이 하기 싫어했던 일들, 그리고 꺼려하던 일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빼고 관두려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가는데 어찌나 웃음이 날뻔했는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그런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은 치유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미련을 가지고 다니고 싶었던 새 직장은 가버렸지만, 그래도 나에겐 할 일이 있고, 나만이 할 일이 있어서 그런거라고 믿고 싶다. 지금 나에겐 하기 싫은 것이 어떻게 보면 해야하고, 그 끝은 좋을 지도 모르니까.
- 앤과 산고, 그리고 장미에게 고마워서, 그리고 행복해서
기억해, 너에게는 친구가 있다는 것을, 방황의 길을 오래 걷게 되더라도
잠시동안의 휴식 시간 이후, 팬카페의 많은 분들과 깜짝 게스트분들의 영상 편지를 보게 되었다. 정말 좋아하는 구자형 성우분의 등장이 어찌나 놀라웠는지... 그 다음에는 이상형 월드컵과 경품 추첨을 하게 되었다. 내심 기대했던 도로시의 장렬한 탈락, 그리고 예상 밖의 여러 결과 끝에 빨간머리 앤의 앤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성우와 좋아하는 작품, 좋아하는 캐릭터가 저렇게 이벤트긴 하지만 우승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덕질에 자부심도 가지게 해주었다.
경품 추첨 이후 마지막, 그리고 팬미팅의 꽃이라 생각하는 사인회가 열렸다.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의, 그리고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던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 을 가져갔다. 언젠가 받고 싶었던, 그리고 보여드리고 싶었던 그런 책에 받는 날이 올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게 다가온 행복에 많이 기뻤다.
드디어 찾아온 나의 차례, 성우님은 책을 보며 본인 역시 이 책을 가지고 있다며 반가워해주셨다. 기뻤다, 그리고 이를 만들어준 앤 셜리라는 캐릭터에게, 빨간머리 앤이라는 작품에게 정말 고마웠다. 남자가 무슨 빨간머리 앤이냐며, 왜 예전 만화를 보나며 놀림받던 예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기뻤다. 받은 사인에서 눈물이 날뻔했다. Anne, e가 붙은 앤이라며 이름을 강조하던, 앤의 그런 외마디가 어찌나 납득이 되던지 모르겠다. 저런 이쁜 이름을 가지고도 코딜리어라 불려달라던 고집은 참아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인을 받은 이후에 사진 촬영 이후로 팬미팅은 마무리가 되었다. 2시간이란 짦다면 짦겠지만 강렬했던 그런 시간이 흘러서 행복망니 가득해졌다. 잠시 앉아있다가 떠나려던 찰나에 매니저님이 잠시 나를 부르며 담소를 나누었다. 브런치에 대한 질문, 그리고 여러 수다... 그렇게 하나의 추억과 행복을 간직하고 남긴 체 떠나갔다.
여러 팬미팅을 다니고, 다양한 추억과 감동, 그리고 덕질에 대한 기쁨을 가진 것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간 곳에서 나에 대한 인정을 받았었고, 군대도 잘 다녀오라는 덕담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 팬미팅은 달랐다, 고민과 불안감이 남던 나에게 하나의 해소가 되어준 사이다였고, 피로 회복제나 다름없었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그리고 언젠가부터 다양한 곳을 떠돌아다니며 어린 나이에 살아가던 빨간머리의 소녀, 부모를 잃고 동생과 서로 의지하며 싸워가던 어느 투희, 가족을 다 잃고 힘들게 쓰러져가던 어린 여자아이의 감정에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셋의 공통점은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간 비련의 캐릭터들이었다. 그런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도 되었고, 눈물도 많이 흘렀었다. 내가 저들과 같은 상황에 놓였다는 생각에 외로히 울던 때가 그랬었다.
하지만 저 셋의 마지막은 달랐다. 물론 한명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의지할 곳이 생겼고, 친구와 가족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 같았다. 나의 힘든 점이 그녀들에 비해 약하고 얕지만, 그래도 작품을 보면서 의지했기에, 그렇기에 이런 행복이 선물과 같았다.
언제나 힘든 날이 지속되더라도, 외롭더라도 행복한 하루만큼을 원했었고, 그런 날은 그날의 팬미팅이었다 생각하게된다. 어제와는 다른 하루를, 아니라면 작년과는 다른 올해를 꿈꿔오는 나에게, 그리고 팬미팅에 참가한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우정신 성우님에게 그렇게 되길 바라고, 기원한다. 행복했던 어제의 팬미팅을 뒤로 하며, 늘 지금처럼 행복하게, 그리고 사랑하게!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세상은 평안하도다.
- 글을 마치며
그간 잘 지내오셨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바쁘고 바빳던 여러 일들을 지나 이렇게 다시 돌아오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
사실 팬미팅 참가 자체를 많이 고민하고 고민했었습니다. 신청하던 때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지방까지 내려가서 있던 시기였거든요. 부담도 되는 서울로 가는 여러 금액과 가격은 다행히도 일을 구하게 되어 잘 풀릴 것 같았고, 그런 자부심을 가지며 자신있게 던진 질문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일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잠시 지방까지 내려간 끝에 얻은 그런 자리를 단 2일만에! 잘리게 되어버린 저의 그런 아픔은 이루어 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눈물로 밤을 지새고, 술도 마셔가며 잊고 싶던 그런 감정들이 어찌나 저를 괴롭히던지요. 저를 걱정하며 위로하던 엄마와 친구들의 말을 들어도 위안이 되진 않았습니다. 싫었다기 보단 여러모로 미련때문에 현실을 도망치고 싶었다랄까요.
그런 복잡미묘한 시간에서 찾아간 서울, 그리고 팬미팅은 그런 저의 모습을 바꿔주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성우님의 애정어린 여러 이야기, 매니저님의 제가 과분할 정도의 많은 서포트, 참가하신 모든 분들의 열정은 저에게 귀감이 되었고, 살아가는데 하나의 엔진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정말 즐거웠고, 고마웠던 하루는 이렇게 남아가게 될거라 믿습니다. 챙겨주셔서, 봐주셔서, 그리고 받아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끝으로 매니저님, 앞으로 지켜봐주실거죠? 정말 감사합니다 :)
- 그리고 챙겨주셨다고 감사해주신 분에게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주셨다는 것에 어찌나 감사드리는지.. 아무쪼록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