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고도 힘들었을 작년 12월, 딱 두 달만 지나간 그 시기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던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 중에는 나 역시도 그랬었고, 주위 사람들도 어려웠던 때였다. 사회적으로나, 그리고 사람들의 모든 면모에서나 그랬으니까.
그런 시기에 찾아오게 된 하나의 팬미팅, 그리고 어렵고도 고된 마음을 달래주던 그런 행복을 맞이하게 되었다, 사람은 어려울 수록 힘을 내야한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을 다 잡고 들어간 서울은 그렇게 밝았다.
그리고 받게 되는 여러 선물과 이야기, 그리고 웃지못할 여러 작은 이야기까지, 작년 12월의 어두운 곳에서 작게나마 빛되었던 어느 성우의 팬미팅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그 당시에 어려웠을, 물론 지금도 어려울 여러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조그맣게 행복한 하나의 담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 양구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마을 속으로
작년 12월은 여러모로 어둡고 힘든 시기였다. 모친의 일을 돕다가 생겨버린 서로간의 의견충돌, 그리고 작은 돈 문제가 터지게 되자 결국 뛰쳐나와서 갈 곳없던 나에게 하나의 방법은 '귀향' 이었다. 그리고 가게 되는 양구행 버스, 고향으로의 귀환이었다.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더 시골로 내려간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취업은 어렵다' 였다. 처음에나 좋았던 고향으로의 복귀는 가면 갈수록 사람의 혈을 막듯이 피폐해져만 갔었고 갑자기 들이닥친 바깥세상의 어느 사건은 사람들의 걸음걸이 마저 차갑게 만들고야 말았다. 뉴스에서는 연일 이런 소식만들 전하였고, 바람이 세차게 불던 겨울밤은 더욱 더 냉정해지기만 했다. 마치 자신을 차버린 여인같은 그린 기분을 많이 받았다.
친구들의 도움과 고향에 홀로 내려와 있었던 아버지의 여러 케어 덕분에 조금씩 버티는 구석이 있긴 했지만 구하기 어려운 일자리, 그리고 '군' 이라는 한계점에서 딸려오는 열악한 시설들은 더욱 더 힘들게 만들었다. 차라리 자존심을 버리고 다시 올라갈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뭐라도 견져보겠다고 내려갔기에 그런 마음은 더더욱이 접을 수 밖에.
그렇게 복잡하고도 어려운 시간이 흘러가던 때에 간만에 '팬미팅' 이 하나 열리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당연히 가야겠다는 일념 하에 겨우 모으고 모았던 돈을 넣고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양구에서 츤천, 경기도를 거쳐 서울까지... 춘천에서 가는 것보다 조금은 많이 들어가던 시간과 거리가 있었지만 뭐라도 보겠다고, 가보겠다고 생각했기에 버스의 지루함을 참아가고 참을 수가 있었다.
도착한 강변역, 그리고 여러 지하철을 갈아타고 시내버스까지 타가며 서래마을에 도착했다. 너무나도 멀었던 거리, 그리고 해매고 해매서 겨우 찾아낸 그런 비밀의 공간과도 같은 마을, 바로 서래마을이었다. 말로만 듣던 일명 '부촌', '외국인들의 마을' 이라는 이명 답게 전혀 서울같지가 않았다. 어찌나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점심으로 먹었던 평범한 샌드위치가 고급진 샌드위치로 생각이 들 정도였으리라.
잘 꾸몄고, 잘 만들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안식을 준다면, 그 장소가 여기라는 생각도 났었으니까. 이러한 아름다운 공간 속에서 열리는 팬미팅이 설렜고, 어떤 마음에서는 나의 초라한 마음을 과연 다시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었었다. 아무쪼록, 팬미팅 시간이 다가가고, 그렇게 나는 다시 덕질의 마음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공감, 그리고 또 다시 공감
들어간 팬미팅 장소, 이름을 확인 받고 자리에 앉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팬미팅을 신청하면서 신청서 본문에 나왔던 '본인들의 고민들을 적어 성우분의 캐릭터에게 물어보세요!' 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나는 미처 신청 자체를 하지 못했었다. 여러 하고싶은 말들은 많았지만,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생각만 해놓고 적어 놓질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련없이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다.
그리고 시작되는 팬미팅, 자기소개 이후에 고민들을 풀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성우분의 담당 캐릭터들에서 아따아따의 단비, 해리포터 시리즈의 헤르미온느가 나왔었다. 들으면서 '차라리 나도 할걸...' 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괜히 생각만 했다가 좋은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배가 조금은 아프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와중에 마지막의 차례, 즉석에서 신청을 받기 시작했는데, 내가 결국 손을 들었다. 너무나도 하고 싶어서 그냥 들어봤는데 이게 진짜 되어버렸다. 하고싶었던 이야긴 이랬었다.
"마법소녀에 대한 글을 쓰면서, 저에게 틀딱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런 의견들이나 편견을 어떻게 해아 떨쳐버릴 수가 있을까요?"
라 말하며, 듣고 싶은 캐릭터를 정했는데, 다름아닌 그 캐릭터가 '리리카 SOS' 의 리리카였다. 정말 좋아했고, 마법소녀 작품에서도 사랑했던 그런 캐릭터. 진행자 분이 잠시 성우분 쪽을 바라보며 (성우분은 나오진 않으셨고 목소리만 나오는 형태였다.) 캐릭터가 가능할까요? 라며 물었고, 성우분은 이에 응답해주었다.
"본인의 글에 당당하다면, 틀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거에요, 하고있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하면 언젠가 이루고 싶은 것들이 이루어 질거에요."
실로 놀라웠고, 통쾌했다. 물론 여러 사람들의 의견도 이와 비슷했었고, 종종 들어왔지만 이렇게 까지 마음이 뚫린 것은 처음이었다. 하나의 사이다라고 많이 칭하는데, 그런 사이다가 이거였다.
좋아하는 캐릭터에게, 그리고 좋아하는 성우에게 듣는 조언은 나에겐 하나의 카타르시스이자 행복이다. 거기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캐릭터였기에 더 맘이 들었다. 물론 성우분에겐 미처 준비하지 못한 캐릭터였기에 내가 조금은 무리한 요구를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공감하지 못했던 것들이 많았던 지난 날, 일을 하면서 나의 요구만 충족하려 했던 날이 많이 생각나게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고민을 들으며 끄덕이고, 때로는 웃는 그런 모습에 나 역시 부족한게 많았다는 반성의 시간도 되었다. 항상 글에 대해 안좋은 의견만 생각했었고, 그런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부족하다, 힘들다 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 했었는데,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당당하면 그런 생각은 들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고개를 끄덕였었다. 나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라, 다 같이 부딪치고 끄덕이며 살아가는 사회였음을, 그리고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팬미팅에서,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시끔 깨닫게 되었다.
- 사랑하던 캐릭터에게, 애정을 담았기에 좋아했어
고민 상담의 시간, 그리고 깜짝 게스트였던 강수진 성우와의 만담 시간이 있었다. 루피와 나미, 이누야샤와 가영으로 이어진 두 성우의 케미는 실로 놀라웠다. 티키타카와 여러 의견 (주부도 인정 받아야한다! 는 정말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추억의 더빙까지.. 슬레이어즈와 이누야샤의 몇몇 장면의 더빙을 끝으로 강수진 성우는 다시 떠나갔다.
2부의 시작, 성우분의 예전 대표작들을 보는 시간이었다. 전설의 마법 쿠루쿠루에서의 쿠쿠리, 체호하겠어의 노한나, 그리고 레옹의 마틸다까지.. 말로만 들었던 체포하겠어는 꽤나 흥미롭고 재밌는 작품이었다. 쿠루쿠루야 뭐 말할 것도 없을거고... 레옹은 보면서 몰입도 몰입이지만, 장 르노라는 배우에 남자의 로망이 저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세 작품의 작은 관람회를 끝으로 행사는 서서히 마무리에 접어 들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작되는 사인회 시간, 팬미팅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었다. 성우분의 경력이 길기도 했고, 예전 만화가 많았기에 팬들에게 그 당시의 분위기, 그리고 팬덤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어서 정말 좋았었다. 경험을 배우고 싶었고, 그런 모습에서 나 역시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기회가 이렇게 찾아와서 다행이었으니깐 말이다.
이야길 나누며 시간이 흘러가다 내 차례가 되었다. 약 3년 전에 샀었던 리리카의 레이저 디스크를 보여드리며 여기다 부탁드린다고 했을때의 그 떨림과 알 수 없는 경쾌함은 이루어 말하기가 어렵다. 깜짝 놀라시다가 리리카가 이쁘더고 말하시는 성우님은 덤. 덕분에 즐겁게 받을 수가 있었고 소원을 이루어서 정말 행복했었다.
받기에는 조금 그렇기에 나 역시 선물을 드렸었다. 다르마닌 레이저 디스크의 다른 세트였다. 하나를 드리니까 깜짝, 하나를 더 드리니까 모두가 깜짝... 나의 마음이 충분히 전달이 된 것 같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만화가 이것임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그게 정말 되서 그런 것이 너무나도 좋았다. 당연히 드려야 된다고 생각했기에 후회는 딱히 없다.
사인회 이후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끝난 팬미팅, 유난히도 추웠던 그 날의 감정은 외로이 울고있던, 도와달라고 외쳤던 마음이 컸었다. 그렇기에 마음을 다 잡고자 찾아갔던 그 곳에서의 즐거웠던 행복, 그리고 인생의 방향성을 조금씩 찾아갔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다. 마냥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꼬아버린 줄으르 풀기 위해서는 서로간의 노력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을 원피스의 나미, 이누야샤의 유가영이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 아래에서 이무도 기억하지 않을 작품의 주인공 리리카. 이 셋을 정말 좋아했었다, 앞의 둘은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편견 없이 좋아하고 그렇지만, 리리카에게 만큼은 예전 작품이라는 이야기, 결말 부분의 오명, 그리고 '틀딱' 작품이라는 이야기만이 돌았던 것이 사실이다. 팬으로서 기분도 많이 나빴고, 그런 편견을 없애 보고싶어서 글도 많이 썼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전달이 되기엔 턱 없이 부족했었고, 여전한 편견으로 남아있었다.
그럴수록 더욱 더 생각이 나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나를 목졸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에 잡혀갈 때, 그럴 수록 그런 오명이 맞음을 증명하는 것이 되어버릴 뿐 이었다. 인정받고 싶었고, 증명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너무나도 급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성, 그리고 또 반성은 나쁘진 않잖아?
여전히 어려운 시점의 이야기, 하지만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들이 있었기에 많이 버텨나갈 수가 있었다.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싶던 나의 마음을 알아주셨던, 그리고 행복을 찾아 떠나는데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과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리리카라는 만화와 캐릭터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셨던 정미숙 성우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해드리고 싶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 이야기를 마치며
어렵고도 힘들었던 작년 12월, 벌써 2달 전이라는게 믿겨지지 않을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확 생각이 듭니다. 어찌나 시간이 빨리 가는지... 서래마을에 갔던 것이 어제 같은데 말이에요
마음으로나, 몸으로나 힘들었던 때에 맞이하게 된 팬미팅은 저에겐 선물이자 보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팬미팅 자체가 저에겐 언제나 선물이었고 행복이었지만, 유독 서래마을에서의 이벤트가 저에겐 그렇게 다가옵니다, 그 시기의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건지 더더욱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사실 숨겨진 이야기지만, 팬미팅 이후에 시간이 늦어져서 2호선도 못타고 결국 노숙 아닌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정말 노숙을 한 것은 아니고 겨우 버스를 타서 춘천까지 도착은 했지만 결국은 양구로 가는 막차를 놓쳐버렸고 잘 곳이 마땅하지가 않은 차에 결국은 피시방에서 버티고 버티며 첫차를 타고 돌아간 기억이 있습니다. 그 덕분인건지 더 강렬히 들어가더 때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힘든 경험이었지만 나름대로 할만은 하다고 생각도 드네요 ㅎㅎ;
정미숙 성우님을 뵌게 사실 처음은 아닙니;다, 6년전 '요리하는' 팬미팅에서 처음 뵈었을때 시간이 너무나도 늦어져서 요리를 먹는 때에 도착했었고, 그런 강렬한 기억 속에서 리리카를 좋아한다는 저의 이야기까지.. 어쩌면 저를 너무 이상하게 보시지 않았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었지만 웃으며 받아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감사드리고, 고맙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지금은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저 당시에는 상당히 힘들었던 저의 모습을 생각하게 됩니다. 어떻게 버텼는지, 그리고 이겨냈는지 가늠도 되지가 않을 정도로요, 팬미팅이라는 좋은 이벤트가 버티는데 좋은 역할을 해주었다고, 그렇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무쪼록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더 좋은 이야기로 찾아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